반도체 입문 · 27강
반도체 뉴스 제대로 읽기
뉴스에 나오는 ‘성숙 공정 공급 부족’ ‘재고 조정’ ‘AI 칩’ ‘획기적 돌파구’ 같은 말은 앞에서 배운 내용으로 읽어 낼 수 있고, 어디서 말이 너무 앞서 나갔는지도 알아볼 수 있다.
학습 목표
- 성숙 공정과 첨단 공정이 어떻게 다른지, 이전 세대의 방식이 왜 여전히 중요하면서 더 저렴한지, 공급 부족과 공급 과잉이 왜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지, 그리고 ‘납기 장기화’ ‘재고 조정’ ‘주문 축소’가 각각 이 주기의 어느 국면에 나타나는지 설명할 수 있다.
- AI 칩에 왜 단순한 연산 장치를 아주 많이 넣는지 설명하고, 학습용 칩과 추론용 칩이 어떻게 다른지 안다.
- 뉴스가 말하는 ‘연구 단계에서 구현’ ‘양산 시작’ ‘이미 보편화’를 구별하고, 새 기술이 논문에서 양산까지 왜 흔히 10년 넘게 걸리는지 말할 수 있다.
핵심 설명
성숙 공정: 오랫동안 만들어 온 이전 세대들
성숙 공정은 이미 여러 해 동안 대량 생산해 온 이전 세대의 방식이고, 최신 세대들은 첨단 공정이라고 한다. 몇 나노부터 성숙 공정으로 보는지에 대한 통일된 경계는 없다. 흔히 28나노와 그 이전 세대들을 꼽으며, 이 경계선은 시간이 지나면서 앞으로 옮겨 간다. 많은 칩은 스위치를 최대한 많이 넣을 필요가 없다. 충전기와 전원 칩은 높은 전압과 큰 전류를 견뎌야 하므로 스위치와 절연을 크고 두껍게 만들어야 한다. 소리나 온도처럼 연속적으로 변하는 신호를 다루는 아날로그 칩은 작게 만들어도 이점이 크지 않다. 이전 방식은 비용도 더 낮다. 오래된 팹의 장비는 대부분 감가상각이 끝났고, 공정 단계가 적고, 손에 익어 있어 양품 칩의 비율(수율)도 높다. 차량용 칩도 상당수가 성숙 공정으로 만든다. 자동차의 칩은 추위와 더위, 끊임없는 진동을 견디며 십수 년을 써야 하는데, 이전 세대 방식은 어떻게 고장 나는지가 대부분 파악되어 있고 신뢰성 데이터도 많다. 차량용 칩은 또 자동차 업계의 공개 표준(뉴스에서 말하는 ‘차량용 등급’)을 항목마다 통과해야 한다. 칩 자체의 시험부터 차에 장착한 완성차 시험까지 흔히 몇 달이 걸리고, 길게는 1년이 넘는다. 공정을 바꾸거나 생산 팹을 옮길 때도 품질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으면 다시 검증해야 한다.
공급 부족과 과잉은 왜 번갈아 되풀이되는가
수요는 빨리 변하고 생산 능력은 느리게 변하기 때문이다. 수요가 늘면 장비는 원래 거의 꽉 차 있으니 늘어난 주문은 줄을 설 수밖에 없고, 납기(주문부터 칩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가 길어진다. 구매자는 물량이 끊길까 봐 더 일찍, 더 많이 주문하고, 같은 수요를 여러 곳에 나누어 주문하기도 해서 주문량이 실제 필요량보다 커 보인다. 그래서 공장은 증설에 나선다. 하지만 기존 팹에 라인을 하나 더 열려면 장비를 확보해 설치하고 안정될 때까지 조정해야 해서 흔히 몇 달 이상이 걸리고, 새 팹을 짓는 데는 해 단위의 시간이 걸린다. 웨이퍼 한 장이 투입(라인에 넣어 생산을 시작하는 것)부터 완성까지 가는 데도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린다. 자동차는 작고 값싼 칩 하나만 모자라도 완성할 수 없고, 검증을 마친 공급처는 쉽게 바꿀 수 없어서 부족분을 빨리 채우기 어렵다. 여러 회사의 새 라인이 한꺼번에 완성될 즈음이면 수요는 이미 둔화된 경우가 많고, 앞서 넉넉히 주문한 물량은 아직 창고에 쌓여 있다. 구매자는 재고부터 소진하며 주문을 줄이거나 취소하기까지 하는데, 뉴스는 이를 ‘재고 조정’ ‘주문 축소’라고 부른다. 공장은 장비를 놀리지 않으려고 가격을 낮춰 주문을 따내려 하고, 뉴스는 ‘공급 과잉’이라고 말한다. 벌이가 줄면 투자도 줄고, 몇 년 뒤 수요가 돌아오면 다시 모자란다. 뉴스가 공급 부족을 말할 때도 실제로는 특정 종류, 특정 세대의 칩만 부족한 경우가 많다. 먼저 이렇게 물어볼 수 있다. 부족한 것은 어떤 칩인가?
AI 칩: 가장 빨리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많이 계산하는 것
AI 모델이 작동할 때 하는 일은 계산대에서 합계를 내는 일과 비슷하다. 수많은 숫자에 다른 숫자들을 곱한 뒤 모두 더한다. 한 단계 한 단계는 단순하지만 횟수가 엄청나게 많고, 대부분 동시에 계산할 수 있다. 일반 프로세서(CPU)에는 강력한 코어가 몇 개에서 백여 개뿐이라 작업이 오래 줄을 서야 한다. AI 칩은 단순한 연산 장치를 수천에서 수만 개 넣어 한꺼번에 처리한다. 연산 장치를 많이 넣어야 하고 전력 소모도 커서 흔히 최신 세대 공정을 쓴다. 칩을 한없이 크게 만들 수는 없고 데이터도 충분히 빨리 공급되어야 하므로, 첨단 패키징으로 칩 여러 개와 적층한 메모리를 하나로 묶는다(‘첨단 패키징과 신소재’ 참고). 학습(training)은 모델을 가르치는 일로, 흔히 큰 칩 여러 개가 며칠에서 몇 달 동안 쉬지 않고 계산한다. 추론(inference)은 학습을 마친 모델로 질문에 답하는 일로, 전력 절약과 빠른 응답을 더 중시한다.
뉴스가 말하는 ‘돌파구’: 어디까지 왔는가
뉴스가 ‘연구팀, 1nm 트랜지스터 구현’ ‘2차원 소재에서 획기적 돌파구’라고 전하면, 한두 해만 지나면 휴대폰에 쓰일 것처럼 들린다. 여기서 말하는 ‘1nm’는 ‘2나노’ 같은 세대의 이름과는 다른 이야기다. 사실 칩의 새 기술 하나가 첫 논문에서 대량 생산까지 가는 데는 흔히 10년 이상이 걸린다. 실험실에서 하나를 만들어 낸 것은 아이디어가 통한다는 증명일 뿐이다. 이어서 웨이퍼 전체에 걸쳐 많은 수를 모두 똑같이 만들어야 하고, 다른 수백 개 공정 단계와 맞물려야 하며, 양산용 장비와 재료도 따라와야 한다. 그다음 R&D 라인에서 시생산과 신뢰성 시험을 거쳐 양산 팹으로 넘어가고, 수율도 단계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처음에는 그 기술이 가장 필요하고 비용도 감당할 수 있는 칩에만 쓰이는 경우가 많고, 만드는 곳이 늘어나야 차츰 보편화된다. 세워 올린 핀 구조 트랜지스터(FinFET)는 대학의 논문이 1990년대 말에 나왔고, 대량 생산은 2010년대 초에야 시작되었다. 그러니 뉴스를 읽을 때는 먼저 구별해야 한다. ‘연구 단계에서 구현’인지, ‘양산 시작’인지, ‘이미 보편화’인지.
흔한 오해
- 흔히 듣는 말최신 공정이 가장 좋으니, 모든 칩이 언젠가는 최신 공정으로 넘어간다.
- 실제로는성숙 공정과 첨단 공정은 역할 분담이지, 새것이 옛것을 대체하는 관계가 아니다. 스위치를 가장 많이 넣어야 하는 칩은 첨단 공정을, 전압을 견디고 오래 쓰며 저렴해야 하는 칩은 성숙 공정을 쓴다. 휴대폰 한 대에도 두 가지가 다 들어 있다. 연산을 맡는 프로세서는 흔히 최신 세대를 쓰고, 그 곁에서 전원과 충전을 관리하고 센싱을 하는 칩은 상당수가 성숙 공정이다.
- 흔히 듣는 말AI 칩은 그냥 더 빠른 CPU다.
- 실제로는방향이 정반대다. CPU는 어떤 장부든 처리할 줄 아는 노련한 회계사 몇 명과 같아서, 수시로 방향을 바꿔야 하는 일에 알맞다. AI 칩은 강당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 저마다 계산기를 들고 구령에 맞춰 일제히 누르는 것과 같다. AI 전용으로 설계한 가속기는 더 특화되어 있어, 곱셈과 덧셈을 많이, 적은 전력으로 해내지만 다른 일에는 유연하지 못하다.
필독
- 뉴스에서 말하는 ‘성숙 공정’이란? 구세대 칩은 왜 여전히 중요할까
- 뉴스에 나오는 ‘AI 칩’이란? 일반 프로세서와 무엇이 다를까
- 새 기술이 논문에서 양산까지 가는 데 얼마나 걸릴까? 칩 뉴스의 ‘돌파구’ 제대로 읽기
더 읽기
플레이
개발 라인의 퍼니스 개발 공정 엔지니어로 근무해 보기: 게임 속 보청기 칩 ‘Glowmere’는 최신 세대로 만들지 않지만, 퍼니스 조건은 여전히 개발 라인에서 정해야 한다 →
생각해 보기
- 최근의 반도체 뉴스 하나를 골라 가족에게 쉬운 말 세 문장으로 설명해 보자. 뉴스에 나온 단어 가운데 이 과정에서 배운 것은 무엇인가? 기사가 다루는 내용은 어디까지 왔는가? 연구 단계에서 구현된 것인가, 양산이 시작된 것인가, 이미 보편화된 것인가? 과장되었거나 분명하지 않다고 느낀 표현은 무엇인가?
- 자동차 한 대, 휴대폰 한 대, AI 서버 한 대에는 각각 어떤 칩이 필요한가? 생산 라인을 하나만 더 지을 수 있다면 어느 쪽을 위해 먼저 짓겠는가? 라인이 완성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그때는 수요가 이미 바뀌었을 수 있다. 결정하기 전에 무엇을 먼저 알고 싶은가?
수업 자료: 슬라이드
이 강의의 핵심, 모식도, 장비, 토론 질문을 슬라이드 한 벌로 만들었다. 그대로 화면에 띄워도 되고, 자신의 강의 자료에 넣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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