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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 뉴스 읽기약 6분

반도체 사이클이란? 칩은 왜 부족했다가 남아돌까

뉴스에서 흔히 말하는 ‘반도체 사이클’은 칩이 부족했다가 남아돌기를 번갈아 되풀이하는 현상이다. 수요는 금방 바뀌지만 칩 공급이 따라잡기까지는 몇 년이 걸리고, 그 사이의 격차 때문에 산업 전체가 부족과 과잉을 오간다. 영어로는 semiconductor cycle이라 하고, 실리콘 사이클(silicon cycle)이라 부르기도 한다. ‘칩 품귀’ ‘리드타임 증가’ ‘재고 조정’ ‘주문 축소’는 모두 이 순환의 서로 다른 시점에 나오는 뉴스다.

왜 부족했다가 남아도나?

호텔에서 샤워하는 장면을 떠올려 보자. 물이 너무 차가워서 수도꼭지를 뜨거운 쪽으로 돌린다. 하지만 뜨거운 물은 조금 지나야 나오니 여전히 차갑게 느껴져 조금 더 돌린다. 뜨거운 물이 도착하면 갑자기 너무 뜨거워 서둘러 되돌리는데, 또 너무 돌려서 이번에는 너무 차가워진다.

잘못한 것은 없다. 물이 늦게 왔을 뿐이다. 칩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원하는 양은 순식간에 바뀌지만, 공장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양은 바뀌는 데 몇 년이 걸린다. 중간의 이 ‘지연’ 때문에 산업이 부족해졌다가 넘쳤다가 한다.

반도체 사이클의 한 바퀴는 어떻게 도나?

한 바퀴의 길이와 진폭은 매번 다르지만, 흔한 모습은 대략 다음과 같다.

1단계: 수요가 늘어난다

많은 사람이 동시에 어떤 제품을 더 사면, 그 안에 들어가는 칩의 수요가 갑자기 늘어난다. 팹의 장비는 원래 거의 꽉 차게 일정이 잡혀 있어서, 늘어난 주문은 줄을 서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문부터 칩을 받기까지 기다리는 시간, 곧 리드타임(lead time)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2단계: 리드타임이 늘고, 모두가 주문을 늘린다

리드타임이 길수록 칩을 사는 회사는 재고가 끊길까 걱정해 더 일찍, 더 많이 주문한다. 공급이 부족할 때 공장은 흔히 주문량에 비례해 물량을 배분하므로, 아예 수량을 부풀려 주문하거나 같은 수요를 여러 곳에 나눠 주문하는 회사도 있다. 뉴스에서는 이를 중복 주문이라 한다. 주문이 실제로 쓸 양보다 많아 보이니, 공장은 수요가 더 크다고 여긴다.

3단계: 새 공장을 짓고 장비를 늘린다

주문이 넘쳐 나자 공장은 증설을 결정해 한 달에 만들 수 있는 칩의 양, 곧 생산 능력(capacity)을 늘린다. 하지만 기존 공장에 장비를 더 들이려 해도 장비가 도착하고, 설치하고, 안정화하기를 기다려야 해서 몇 달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 새 팹을 짓는 것은(팹(fab)이란?) 착공부터 생산 시작까지만 해도 해 단위로 센다. 라인이 갖춰져도 웨이퍼 한 장이 웨이퍼 투입부터 완성까지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리고(웨이퍼 한 장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릴까?), 그동안 품귀는 계속된다.

4단계: 새 생산 능력이 나왔을 때 수요는 이미 꺾였다

새 제품으로 바꿀 사람들은 대부분 이미 바꿨고, 앞서 더 주문해 둔 칩도 아직 창고에 쌓여 있다. 하필 이때 여러 회사의 새 라인이 한꺼번에 완성된다. 칩이 갑자기 많아진다.

5단계: 재고 과잉, 가격 하락, 주문 축소

칩을 사는 회사는 가진 칩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고 재고부터 소진하며, 주문을 줄이거나 이미 넣은 주문을 취소하기까지 한다. 공장의 장비가 놀게 되면 장비를 돌리기 위해 가격을 내려 주문을 따내려는 경우가 많다. 칩 가격이 떨어지고 공장의 수익은 줄어든다.

6단계: 투자가 줄어든다

수익이 줄면 공장은 증설을 미루고 장비를 덜 산다. 당장은 칩이 딱 맞거나 오히려 남아 보인다. 하지만 몇 년 뒤에 쓸 수 있는 생산 능력도 함께 줄어든다.

7단계: 수요가 돌아오고, 다시 모자란다

창고의 재고가 다 소진되거나 새 제품이 수요를 이끌면서 수요가 돌아온다. 몇 년 전에 덜 지은 라인은 한순간에 생겨나지 않는다. 그렇게 다시 1단계로 돌아간다.

다음 바퀴가 언제 올지, 얼마나 클지는 아무도 정확히 말할 수 없다. ‘몇 년에 한 바퀴’라는 말을 흔히 듣지만, 한 바퀴의 길이는 매번 달라 시계처럼 정확하지 않다.

왜 칩은 유독 이렇게 되기 쉬운가?

부족과 과잉을 오가는 산업은 많지만, 칩은 그 정도가 특히 두드러진다. 이유는 몇 가지다.

  • 공장을 짓는 데 돈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공장 하나에 엄청난 돈이 들고(칩은 왜 이렇게 비쌀까?), 짓기로 결정한 때부터 생산이 꽉 차기까지 몇 년이 걸린다. 몇 년 뒤의 수요를 오늘 짐작해야 하는 셈이고, 짐작이 틀려도 곧바로 고치기 어렵다.
  • 장비는 바쁠수록 이득이다: 장비는 사들인 뒤로 가동하든 안 하든 매일 감가상각되므로, 공장은 늘 장비를 꽉 채워 돌리고 싶어 한다(뉴스에 나오는 ‘파운드리’란?). 경기가 좋을 때는 모두가 함께 장비를 늘리고, 경기가 나쁠 때는 장비를 세워도 아낄 수 있는 돈이 많지 않아, 많은 공장이 차라리 가격을 내려 주문을 받고 장비를 돌린다. 그래서 가격이 더 빨리 떨어진다.
  • 웨이퍼 한 장이 몇 달을 거친다: 오늘 더 투입한 웨이퍼는 몇 달 뒤에야 칩이 되고, 그 뒤에도 후공정(패키징·테스트)을 거쳐야 한다. 반대로 이미 투입한 웨이퍼는 수요가 약해져도 대개 한 로트씩 계속 완성되어 나온다.
  • 공급망이 길고, 단계마다 조금씩 더 쌓아 둔다: 칩 하나가 공장에서 소비자의 손에 오기까지 여러 회사를 거친다(반도체 밸류체인의 상류·중류·하류는 각각 무엇을 할까?). 단계마다 재고를 조금 더 쌓고 주문을 조금 더 하면, 맨 상류에 이를 즈음에는 변동이 훨씬 커진다. 이를 채찍 효과(bullwhip effect)라 한다. 손목을 조금만 움직여도 채찍 끝은 크게 휘두르는 것과 같다.
  • 메모리는 가격 변동이 더 크다: 메모리 칩은 규격이 비교적 균일해서 여러 회사 제품을 서로 바꿔 쓸 수 있는 경우가 많고(메모리와 프로세서는 무엇이 다를까?), 사는 쪽은 주로 가격을 비교한다. 남을 때는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모자랄 때는 빠르게 오른다.

품귀라면 모든 칩이 부족한가?

꼭 그렇지는 않다. 뉴스에서 말하는 품귀는 특정 종류, 특정 세대의 칩만 부족한 경우가 많다.

한 생산 라인은 특정 몇 세대의 공정으로 특정 몇 종류의 칩을 만들며,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다른 칩을 만들려면 다시 조정하고 다시 검증해야 하고, 사는 쪽도 다시 테스트해야 한다(뉴스에 나오는 ‘차량용 반도체’는 무엇이 다를까?). 그래서 최신 세대는 일정이 꽉 찼는데 구세대는 여유가 있을 때가 있고, 반대로 구세대 공정으로 만드는 작은 칩이 모자라 자동차나 가전제품을 다 만들지 못할 때도 있다(뉴스에서 말하는 ‘성숙 공정’이란?).

같은 시기에 어떤 칩은 부족하고 다른 칩은 남아도는 일도 흔하다. 그러니 ‘칩 품귀’라는 말을 보면 먼저 이렇게 물어볼 만하다. 부족한 것은 어떤 칩인가?

다음에 뉴스를 보면 이렇게 읽자

  • ‘재고 조정’: 칩을 사는 회사가 가진 칩이 너무 많아 재고부터 소진하고, 그동안 주문을 줄이거나 잠시 주문하지 않는다. 실제로 쓰이는 칩이 꼭 줄어드는 것은 아니고, 주문이 먼저 줄어드는 것이다.
  • ‘리드타임 증가’: 주문부터 칩을 받기까지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뜻으로, 장비 일정이 꽉 찼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리드타임이 길어지면 모두가 또 일찍, 많이 주문하므로, 주문 가운데 일부는 미리 주문해 쌓아 두는 몫일 수 있다.
  • ‘풀가동’: 장비 일정이 꽉 차 있어 새 주문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주로 품귀 구간에 나온다.
  • ‘주문 축소’: 사는 쪽이 이미 넣은 주문을 줄이거나 취소하는 것으로, 주로 재고가 너무 많을 때 나온다. 장비가 놀기 시작하면 이어서 흔히 들리는 소식은 가격 인하다.

fab24hr에서는

게임은 하루만 다루므로 몇 년에 걸친 반도체 사이클은 볼 수 없고, 칩 가격도 없다. 볼 수 있는 것은 가장 작은 한 조각이다. 장비 하나의 생산 능력이 조금 줄면 납기가 어떻게 따라 움직이는지다. ‘출근’을 누르고 ‘직장인의 하루’를 고른 뒤, ‘오늘 나는’ 카드에서 ‘양산 팹’을 누르고 좌우로 넘겨 ‘생산관리’를 찾는다. 오전 근무 9시 생산 회의에서는 식각 장비 ETCH-03의 챔버가 하나만 남았고 뒤에 9로트가 대기 중이라, 어느 로트를 먼저 보낼지 플레이어가 정한다. 오후 근무에는 옆 장비에 문제가 생겨 한 로트의 출하일이 바뀌고, 이번 주 출하 계획을 다시 짜서 영업 담당에게도 알려야 한다. 납기를 어떻게 정하는지는 ‘생산관리는 무슨 일을 할까? 팹의 납기는 어떻게 정할까?’를 참고하면 된다. 카드에서 대신 ‘후공정 공장’을 누르고 좌우로 넘겨 고객 담당을 고르면, 오후 근무 ‘모자란 몇 개’에서 내일 출하할 수량이 주문보다 몇 개 모자란다. 있는 그대로 부족 출하하고 출하 전표에 명시할지, 다음 로트로 채울지 정해야 한다. 게임 속 회사, 인물, 장비, 숫자는 모두 가상이다. 반도체 사이클이 무엇이고 왜 생기는지는 공개된 일반 자료를 바탕으로 썼으며, 한 바퀴의 길이처럼 의견이 갈리는 부분은 일반적인 설명만 적었다. 다른 전문 용어는 ‘반도체 공장 전문 용어, 쉬운 말로 풀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임에서 만나는 곳‘직장인의 하루’에서 양산 팹의 생산관리로 플레이하면, 오전 근무에 식각 장비 ETCH-03의 챔버가 하나만 남았고 그 뒤에 9로트가 대기 중이라 어느 로트를 먼저 보낼지 정해야 한다. 오후 근무에는 한 로트의 출하일이 바뀌어 이번 주 출하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장비의 생산 능력이 조금만 줄어도 납기가 따라 움직일 수 있다.

fab24hr에서 하루 동안 생산관리를 맡아 보자. 장비의 챔버 하나가 빠졌고 뒤에는 9로트가 기다린다. 영업 담당에게 알려 주는 출하일마다 근거를 댈 수 있어야 한다.

생산관리로 플레이하며 챔버 하나가 빠졌을 때 출하일이 움직이는지 보기

선생님께: 이 글은 ‘수업에서 fab24hr 활용하기’ 페이지와 함께 수업에 쓸 수 있어요.

이 글 인용하기‘반도체 사이클이란? 칩은 왜 부족했다가 남아돌까’, fab24hr, 업데이트. https://fab24hr.com/ko/blog/semi-cycle/
수업과 비영리 목적이라면 무료로 쓸 수 있어요. 화면에 띄우거나, 강의 자료에 넣거나, 학생들에게 인쇄해 나눠 줘도 괜찮아요. 출처(fab24hr)를 밝혀 주세요. 판매하거나 자기 작품으로 바꿔 내놓는 것은 안 돼요. 오류가 있다면 문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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