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 나오는 ‘차량용 반도체’는 무엇이 다를까?
뉴스에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차량용 인증 통과’, ‘차량용 등급 칩’ 같은 말이 자주 나온다. 차량용 반도체는 자동차 안에 들어가는 칩이다. 스마트폰 속 칩과 마찬가지로 팹에서 만들어지며, 다른 점은 요구 조건이다. 더 추운 곳, 더 뜨거운 곳, 끊임없는 진동을 견디고, 십수 년을 써야 하며, 어떤 칩은 오작동하면 사람이 다칠 수도 있다. 자동차 업계의 표준에 따라 이런 시험을 통과한 칩을 뉴스에서는 ‘차량용 등급’ 칩이라고 부르며, 영어로는 automotive grade라고 한다.
자동차 한 대에는 어떤 칩이 있고, 각각 무엇을 맡을까?
비교적 최신 차에는 전자 제어 장치(ECU)라고 부르는 작은 컴퓨터가 수십 개, 많으면 100개 넘게 들어 있고, 각각 한 가지 일을 맡는다. 세는 방법에 따라 다르지만 자동차 한 대의 칩은 1,000개가 넘을 수도 있다. 대략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 엔진, 모터, 배터리 제어: 내연기관차에서는 연료를 얼마나 분사하고 언제 점화할지 계산하고, 전기차에서는 모터에 전력을 얼마나 보낼지, 배터리 셀 하나하나의 전압과 온도를 관리한다. 여기에는 전력을 다루는 스위치가 많은데, 그중 일부는 탄화규소로 만든다(뉴스에 나오는 ‘3세대 반도체’란?).
- 브레이크와 에어백 제어: 바퀴가 잠기려 할 때 브레이크를 아주 빠르게 풀었다 다시 잡아 차가 방향을 틀 수 있게 한다. 충돌하면 차가 얼마나 급격히 감속하는지 측정해, 눈 깜빡하는 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에어백을 부풀릴지 결정한다.
- 센서: 카메라, 레이더, 후진용 초음파 센서, 타이어 공기압 센서가 차 주변과 차 자체의 상태를 신호로 바꾼다.
- 엔터테인먼트와 내비게이션: 센터 디스플레이, 내비게이션, 오디오다. 이 부류가 스마트폰 속 칩과 가장 비슷하다.
차량용은 왜 스마트폰보다 요구 조건이 엄격할까?
- 더 넓은 온도 범위: 자동차는 겨울에는 야외에 세워져 있고 여름에는 햇볕에 달궈지며, 엔진 근처는 더 뜨겁다. 일반 전자 제품에서 흔한 등급은 동작을 보장하는 온도가 대략 0~70℃인데, 차량용에서 흔한 등급은 영하 40℃에서 125℃까지 견뎌야 한다.
- 끊임없는 진동: 노면은 울퉁불퉁하고 엔진은 돌아간다. 칩, 칩 안의 가는 와이어, 칩을 회로 기판에 붙이는 솔더 접합부가 모두 견뎌야 한다. 습기, 오르내리는 전압, 주변 전기 장치의 간섭도 있다.
- 십수 년의 사용: 스마트폰은 몇 년 쓰면 바꾸지만 자동차는 십수 년씩 타는 경우가 많다. 흔히 15년을 기준으로 설계한다고 한다.
- 고장이 안전 문제가 될 수 있다: 스마트폰은 멈추면 다시 켜면 된다. 브레이크나 에어백 칩이 오작동하면 사람이 다칠 수 있다. 그래서 불량률을 흔히 ‘100만 개 중 몇 개가 불량인가’로 따지며, 목표는 0에 가까울수록 좋다.
0에 가깝게 만들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규격 안에 들더라도 같은 로트의 다른 칩과 많이 다른 칩을 미리 걸러 내는 것이다. 반 전체가 80점 안팎인데 한 명이 딱 60점이라면, 합격이긴 해도 일단 따로 살펴보는 것과 같다. 수율은 조금 떨어지지만(뉴스에서 말하는 ‘수율’이란?), 자동차로 흘러가는 불량 칩은 더 줄어든다. 테스트도 더 엄격하다. 예를 들어 어떤 파이널 테스트는 저온과 고온에서 모두 측정하고(칩은 어떻게 테스트할까?), 어떤 칩은 출하 전에 하나하나 먼저 ‘구워’ 보기도 한다(번인이란?).
업계는 어떤 표준으로 검증할까?
AEC-Q100: ‘고장 나는가’를 시험한다
자동차 전자 부품 협의회(Automotive Electronics Council, AEC)는 1990년대에 설립된 업계 단체로, 차량용 부품을 검증할 때 모두가 함께 쓰는 표준을 마련했다. AEC-Q100은 칩(집적회로)용이고, 트랜지스터나 다이오드 같은 개별 소자는 Q101, 저항과 커패시터는 Q200을 쓴다.
기본 생각은 이렇다. 칩이 고장 날 수 있는 방식을 하나하나 나열하고, 방식마다 가속 시험을 하나씩 정해, 원래 여러 해가 걸려야 일어날 일을 몇 주, 몇 달 안에 일어나게 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고온에서 전압을 걸고 1,000시간 연속 동작시킨다(HTOL). 3로트, 로트당 77개를 시험해 하나도 고장 나서는 안 된다.
- 수백 개를 샘플링해 고온에서 전압을 걸고 짧은 시간 동작시켜, 초기 고장(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고장 나는 것)이 얼마나 나오는지 본다.
- 아주 추운 온도와 아주 뜨거운 온도 사이를 여러 번 오가게 하거나, 덥고 습한 환경에 둔다.
- 칩 안의 가는 와이어를 당기고 밀어 보며 단단히 붙어 있는지 본다(풀 테스트).
- 정전기를 가해 고장 나는지 본다.
견딜 수 있는 온도에 따라 등급도 나눈다. 흔히 쓰는 Grade 1은 영하 40℃에서 125℃까지이고, 가장 높은 Grade 0은 150℃까지다.
ISO 26262: ‘만일 오류가 나면 어떻게 할까’를 다룬다
아무리 시험해도 절대 고장 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또 다른 국제 표준인 ISO 26262는 도로 차량의 ‘기능 안전’을 다룬다. 전자 시스템에 만일 오류가 나더라도 위험을 충분히 낮게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표준은 먼저 기능마다 오류가 났을 때 얼마나 위험한지를 본다. 얼마나 크게 다칠 수 있는지, 운전 중 그런 상황을 얼마나 자주 만나는지, 운전자가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지다. 이 세 가지에 따라 ASIL A부터 D까지 네 등급으로 나누며, D가 가장 엄격하다. 브레이크처럼 오류가 나면 매우 위험한 기능은 등급이 높고, 등급이 높을수록 단계마다 요구 사항이 많아진다. 2018년판에는 칩에 이 표준을 어떻게 적용하는지 따로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칩 안에 ‘스스로를 검사하는’ 회로를 추가로 넣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메모리는 데이터를 저장할 때마다 검사용 비트를 몇 개 더 저장해, 오류가 나면 대부분 찾아내 바로잡을 수 있다. 또는 똑같은 코어 두 개가 같은 계산을 하면서 서로 답을 맞춰 보고, 맞지 않으면 시스템을 안전한 상태로 전환한다.
차량용 칩은 왜 성숙 공정을 많이 쓸까?
많은 차량용 칩이 하는 일에는 스위치를 최대한 많이 넣을 필요가 없다. 필요한 것은 열과 높은 전압에 강하고, 안정적이고, 여러 해 동안 계속 구할 수 있는 칩이다. 몇 세대 전 공정은 오랫동안 생산되어 어떻게 고장 나는지 대부분 파악되어 있고, 쌓인 신뢰성 데이터도 많다. 그래서 많은 차량용 칩이 성숙 공정을 쓴다(뉴스에서 말하는 ‘성숙 공정’이란?에서 다뤘다). 다만 운전자 보조 기능처럼 카메라 영상을 읽어 내야 하는, 대량 연산을 맡는 몇몇 칩은 꼭 이전 세대 공정을 쓰지는 않는다.
인증은 왜 오래 걸리고, 공급처는 왜 바꾸기 어려울까?
칩 하나가 자동차에 들어가려면 여러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먼저 칩 자체가 AEC-Q100 같은 시험을 거치는데, HTOL만 해도 6주 정도 걸린다. 그다음 부품에 탑재해 시험하고, 다시 차량 전체에 탑재해 시험한다. 다 합치면 보통 몇 달, 길면 1년이 넘게 걸린다.
게다가 검증받은 것은 ‘이 칩을, 이 방식으로 만든 것’이다. 재료를 바꾸거나, 공정을 바꾸거나, 다른 공장으로 생산을 옮길 때 기능이나 품질, 신뢰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표준에 따라 항목을 골라 다시 검증해야 하고, 고객에게도 미리 알려야 한다. 그래서 한 차종이 판매되는 몇 년 동안은 대개 같은 칩을 계속 쓰며, 공급처를 쉽게 바꾸지 않는다.
다음에 뉴스를 보면 이렇게 읽자
- ‘차량용 등급 칩’, ‘차량용 인증 통과’: 자동차 업계의 표준(AEC-Q100 등)에 따른 신뢰성 시험을 한 차례 거쳐 모두 통과했으므로 자동차에 쓸 수 있다는 뜻이다.
- ‘차량용 반도체 부족’: 자동차에 필요한 칩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작은 칩 하나만 없어도 자동차 한 대를 완성할 수 없는데, 검증된 공급처는 쉽게 바꿀 수 없으니 부족분을 빨리 메우기 어렵다.
- ‘기능 안전 ASIL D 충족’: 기능 안전 표준에서 가장 엄격한 등급에 맞춰 설계했다는 뜻으로, 브레이크처럼 오류가 나면 매우 위험한 곳에 쓰인다.
fab24hr에서는
게임에는 차량용 반도체가 없다. 메인 스토리 ‘칩의 일생’이 따라가는 ‘Glowmere’는 작은 회사의 보청기 칩이다. 이 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기 중 누설 전류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이고(칩은 왜 전력을 쓸까?), 성숙한 세대의 공정으로 만든다.
하지만 차량용 표준이 가장 중시하는 관문은 게임에서도 만날 수 있다. 메인 스토리 챕터 4 ‘2주 앞당기기’에서 플레이어는 R&D 라인의 개발 PIE 엔지니어로서 HTOL 결과를 기다린다. 3로트, 로트당 77개다. 챕터 11 ‘볼이 들렸다’에서는 패키징 공정 엔지니어가 되어, 풀 테스트에서 와이어 두 가닥의 값이 낮게 나오자 와이어 본더를 멈출지 정해야 한다. 챕터 12 ‘출하 전날 밤’에서는 후공정 공장의 고객 담당이 된다. 신뢰성 시험실의 샤오팡은 수백 개를 샘플링해 고온에서 전압을 걸고 이틀 동안 돌려 초기 고장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로트 전체의 출하를 일주일 늦출지는 플레이어가 정한다.
‘출근’을 누르고 ‘직장인의 하루’를 고른 뒤, ‘오늘 나는’ 카드에서 ‘후공정 공장’을 누르고 좌우로 넘겨 고객 담당을 고르면, 저녁 근무가 바로 챕터 12다. 게임 속 회사, 칩, 인물은 모두 가상이다. 차량용 반도체와 표준에 관한 내용은 공개된 일반 자료를 바탕으로 썼다. 다른 전문 용어는 반도체 공장 전문 용어, 쉬운 말로 풀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임에서 만나는 곳게임에는 차량용 반도체가 없다. 메인 스토리 ‘칩의 일생’의 ‘Glowmere’는 가상의 보청기 칩이다. 하지만 차량용 표준이 가장 중시하는 신뢰성은 게임에서도 만날 수 있다. 챕터 4 ‘2주 앞당기기’에서는 HTOL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챕터 12 ‘출하 전날 밤’에서는 후공정 공장 신뢰성 시험실의 샤오팡이 수백 개를 샘플링해 이틀 동안 돌려 초기 고장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fab24hr에는 차량용 반도체가 없다. 하지만 ‘지금 괜찮은가’와 ‘오래 쓰면 고장 나지 않는가’라는 두 관문은 어떤 칩이든 통과해야 하고, 게임에서도 그 관문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출근해서 칩이 출하 전에 거치는 관문 보기선생님께: 이 글은 ‘수업에서 fab24hr 활용하기’ 페이지와 함께 수업에 쓸 수 있어요.
이 글 인용하기‘뉴스에 나오는 ‘차량용 반도체’는 무엇이 다를까?’, fab24hr, 업데이트. https://fab24hr.com/ko/blog/auto-chips/
수업과 비영리 목적이라면 무료로 쓸 수 있어요. 화면에 띄우거나, 강의 자료에 넣거나, 학생들에게 인쇄해 나눠 줘도 괜찮아요. 출처(fab24hr)를 밝혀 주세요. 판매하거나 자기 작품으로 바꿔 내놓는 것은 안 돼요. 오류가 있다면 문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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