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자외선(EUV)이란? 그 장비는 왜 그렇게 만들기 어려울까?
뉴스에서는 “최첨단 칩에는 EUV가 필요하다” “어느 팹이 EUV를 도입했다” 같은 말이 자주 나온다. EUV는 극자외선(extreme ultraviolet)의 줄임말로, 파장이 약 13.5nm밖에 되지 않는 빛이다. 가장 앞선 노광 장비는 이 빛으로 칩에서 가장 미세한 패턴을 찍는다. 이 빛을 쓰는 기술을 극자외선 리소그래피(EUV 리소그래피)라고 한다. 이것이 어려운 이유는 거의 모든 물질이 이 빛을 흡수해 버리고, 빛 자체를 만들어 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비 전체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했다.
노광 장비는 무엇을 할까?
노광(exposure)은 빛으로 포토마스크의 회로 패턴을 축소해, 웨이퍼 위에 바른 빛에 민감한 포토레지스트(PR)에 찍는 공정이다. 전체 단계(포토레지스트 도포, 노광, 현상, 그다음 식각으로 넘기기)는 ‘포토리소그래피(포토 공정)란?’에 정리되어 있고, 이 글은 그중 한 가지, 어떤 빛을 쓰는지만 다룬다.
파장이 짧을수록 왜 더 미세하게 찍을 수 있을까?
빛은 파동이다. 파장은 한 파동의 마루에서 다음 마루까지의 거리다. 사람 눈에 보이는 빛은 파장이 약 400~700nm다.
빛이 포토마스크의 아주 좁은 틈을 지나면 조금 퍼진다. 이를 회절이라고 한다. 틈이 좁을수록 더 많이 퍼지고, 너무 많이 퍼지면 웨이퍼에 찍힌 상이 뭉개져 두 선을 구분할 수 없다. 파장이 짧을수록 덜 퍼지므로 가는 선도 선명하게 찍힌다.
펜으로 선을 긋는 것에 빗대면, 파장은 펜촉의 굵기다. 펜촉이 가늘수록 더 가는 선을 그을 수 있다. 렌즈가 얼마나 비스듬한 빛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개구수, numerical aperture)와 여러 기법도 도움이 되지만, 수십 년 동안 노광에 쓰는 빛은 계속 더 짧은 파장으로 바뀌어 왔다.
EUV는 이전의 빛과 얼마나 다를까?
| 빛 | 파장 |
|---|---|
| 눈에 보이는 빛 | 약 400~700nm |
| 청자색광(g-line) | 436nm |
| 자외선(i-line) | 365nm |
| 심자외선 | 248nm, 193nm |
| 극자외선(EUV) | 약 13.5nm |
193nm에서 13.5nm로, 한 번에 십수 배 짧아졌다(193 ÷ 13.5 ≈ 14). 극자외선은 흔히 말하는 자외선보다 훨씬 짧아 X선 영역에 가깝다.
EUV를 쓸 수 있게 되기 전까지 엔지니어들은 193nm 빛으로 오랫동안 버텼다. 렌즈와 웨이퍼 사이에 물을 한 층 채워 렌즈가 더 비스듬한 빛까지 받아들이게 했고, 가장 미세한 층들은 두세 번으로 나눠 따로 찍었다. 찍을 수는 있었지만 단계가 많아지고 정렬해야 하는 횟수도 늘었다. EUV로 바꾸면 어떤 층은 한 번에 찍을 수 있다.
어려운 점 하나: 공기조차 빛을 흡수한다
극자외선은 매우 쉽게 흡수되어, 공기에도 흡수되는 바람에 얼마 가지 못하고 사라진다. 그래서 광원에서 포토마스크를 거쳐 웨이퍼까지, 빛이 지나는 경로 전체를 진공으로 만들어야 한다. 빛이 지나가는 곳의 부품도 모두 진공 속에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어려운 점 둘: 유리도 흡수하므로 거울을 쓸 수밖에 없다
심자외선 노광 장비는 카메라 렌즈처럼 유리로 만든 렌즈 한 세트로 패턴을 축소해 웨이퍼에 투영하며, 지금도 대부분의 층은 이런 노광 장비로 찍는다. 극자외선은 유리에 닿자마자 흡수되기 때문에 렌즈를 쓸 수 없고, 모두 반사 거울로 바꿔야 한다.
그런데 일반 거울도 극자외선은 거의 반사하지 못한다. 그래서 두 가지 재료(몰리브덴과 실리콘)를 번갈아 한 층씩 수십 쌍 쌓는데, 각 층의 두께는 몇 nm에 불과하다. 경계면 하나하나는 빛을 아주 조금만 반사하지만, 층 사이 간격을 정확히 계산해 두었기 때문에 반사된 빛의 마루와 마루가 겹치며 강해진다. 여러 사람이 함께 손뼉을 칠 때 박자가 맞으면 소리가 커지는 것과 같다. 몇 nm 두께의 막을 까는 일은 칩 위에서도 매일 하는 일이다(‘박막 공정이란?’ 참고).
그래도 거울 한 장이 반사하는 빛은 기껏해야 약 70%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흡수되어 열이 된다. 빛은 광원에서 웨이퍼까지 가는 동안 여러 장의 거울을 거친다. 거울마다 70%가 남는다고 하면 6장을 지난 뒤에는 10%를 조금 넘게, 10장을 지나면 3% 정도만 남는다. 거울 표면도 매우 평평해야 해서 높낮이를 1nm의 10분의 몇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 원자 하나 크기 정도다.
포토마스크도 마찬가지다. ‘포토리소그래피’ 글에서 말한 포토마스크는 빛이 통과하는 유리다. 극자외선용 포토마스크는 그 자체가 같은 방식으로 수십 층을 쌓은 거울이고, 그 위에 빛을 흡수하는 재료를 덮어 패턴을 그린다. 빛이 비스듬히 비치면 덮이지 않은 곳에서 반사되어 패턴을 싣고 웨이퍼로 향한다.
어려운 점 셋: 빛은 어디서 오나? 레이저로 작은 주석 방울을 때린다
일반 램프나 레이저로는 충분히 강한 13.5nm 빛을 낼 수 없다. 지금 쓰는 방법은 머리카락보다 가는 작은 주석 방울을 진공 속으로 하나씩, 매초 수만 개 날려 보내는 것이다. 방울 하나하나는 먼저 비교적 약한 레이저를 맞아 작은 팬케이크처럼 납작해지고, 곧이어 매우 강한 레이저를 맞는다. 주석은 순식간에 수십만 도 이상으로 뜨거워지는데, 태양 표면보다 훨씬 뜨겁다. 원자에서 전자가 떨어져 나가 주석은 플라즈마, 곧 전자가 원자를 떠날 만큼 뜨거운 기체 덩어리가 된다. 이 플라즈마가 극자외선을 내고, 옆에 있는 큰 거울이 그 빛을 모아 장비 안으로 보낸다.
매초 눈앞을 지나가는 작은 물방울 수만 개를 맞혀야 하고, 그것도 한 발 한 발이 정확해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렇게 큰 힘을 들여도 레이저 에너지 가운데 쓸 수 있는 빛이 되는 것은 몇 %에 불과하다. 주석 부스러기가 빛을 모으는 거울에 튀기 때문에 이를 계속 제거할 방법도 찾아야 한다.
빛은 왜 충분히 강해야 할까?
거울이 경로 내내 빛을 잡아먹어서 웨이퍼에 닿는 빛은 이미 많지 않다. 빛이 부족하면 샷마다 더 오래 노광해야 하고, 한 시간에 찍을 수 있는 웨이퍼 수가 줄어든다.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빛은 ‘광자’라는 알갱이로 되어 있다. 극자외선 광자 하나의 에너지는 193nm 광자의 약 14배이므로, 같은 양의 빛을 쪼여도 광자 수는 십수 배 적다. 광자가 너무 적으면 ‘운’이 끼어든다. 어떤 곳에는 우연히 광자가 몇 개 더 오고 어떤 곳에는 몇 개 덜 와서 가는 선의 가장자리가 들쭉날쭉해지고, 심하면 선이 끊어지거나 서로 붙어 버린다. 운의 영향을 줄이려면 빛을 더 많이 쪼여야 하고, 그러려면 광원이 더 강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동시에 해내야 했기 때문에 극자외선 리소그래피는 1980년대부터 연구되었지만 2010년대 후반에야 실제로 대량 생산에 쓰이기 시작했다.
EUV가 생겼으니 이전의 빛은 더 이상 쓰지 않을까?
여전히 쓴다. 칩 하나에는 수십 개의 층이 있고, 모든 층이 그렇게 미세한 것은 아니다. 가장 미세한 층들에만 EUV를 쓰고, 다른 층은 계속 심자외선으로 충분하다. 뉴스에 나오는 ‘몇 나노’가 무슨 뜻인지는 “뉴스에서 말하는 ‘2나노’”에서 다루고, ‘무어의 법칙이란?’도 함께 읽어 볼 만하다.
다음에 뉴스를 볼 때는 이렇게 읽으면 된다
- “어느 팹이 EUV 도입”: 그 팹에서 가장 미세한 층들을 극자외선 노광 장비로 찍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다른 층은 이전처럼 기존의 빛을 쓴다.
- “최첨단 공정에는 EUV가 필수”: 선을 충분히 가늘게 찍으려면 193nm 빛으로는 여러 번 나눠 찍거나, 먼저 선 한 세트를 찍은 뒤 선 양옆에 성장시킨 박막을 이용해 선 간격을 절반, 4분의 1로 줄여야 한다. 13.5nm로 바꾸면 어떤 층은 한 번에 찍을 수 있어 단계가 줄고 오류가 생길 여지도 줄어든다.
- “고개구수 EUV(High-NA EUV)”: 빛은 똑같이 13.5nm지만 거울을 새로 설계해 더 비스듬한 빛까지 받아들이므로, 조금 더 가늘게 찍을 수 있다. 대신 초점이 맞는 범위가 더 얕아진다.
fab24hr에서는
fab24hr에서 ‘출근’을 누르고 ‘직장인의 하루’를 고른 뒤, ‘오늘 나는’ 카드에서 ‘양산 팹’을 누르고 좌우로 넘겨 공정 엔지니어로 간 다음 이름 아래의 ‘포토’를 누르면 포토 공정 엔지니어가 된다. 근무 내내 노광 장비 앞뒤에 있게 된다. 한밤중에는 다음 공정인 식각 장비가 멈춰, 어느 로트를 노광 전에 세워 둘지 정해야 한다. 오전 근무에는 한 로트의 오버레이가 규격을 벗어난다. 저녁 근무에는 포토마스크 위의 점 하나가 모든 샷의 같은 위치에 찍힌다. 같은 구역의 포토 장비 엔지니어(Beta 표시)는 한밤중에 노광 장비가 정렬 마크를 찾지 못하는 일을 겪는다.
게임 속 노광 장비는 어떤 빛을 쓰는지 밝히지 않으며, 포토 공정 스토리에서도 몇 nm인지는 다루지 않는다. 용어 카드 ‘노광기’의 ‘조금 더 알아보기’에 극자외선에 관한 두 문장이 있는데, 이 글과 같은 내용이다. 게임 속 회사, 인물, 장비 번호, 숫자는 모두 가상이다. 극자외선이 왜 다루기 어려운지는 공개된 일반 자료를 바탕으로 썼으며, 통일된 수치를 찾을 수 없는 부분은 규모만 적었다. 다른 업계 용어는 ‘반도체 공장 전문 용어, 쉬운 말로 풀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임에서 만나는 곳포토 공정 엔지니어(양산 팹 › 공정 › 포토)가 되면 근무 내내 노광 장비 앞뒤에 있다. 오버레이, 선폭, 포토마스크 위의 점 하나. 게임 속 노광 장비는 어떤 빛을 쓰는지 밝히지 않으며, 용어 카드 ‘노광기’의 ‘조금 더 알아보기’에 극자외선에 관한 두 문장이 있다.
fab24hr에서 포토 공정 엔지니어가 맡는 것은 노광 장비 앞뒤의 구간이다. 정확하게 찍혔는지, 선폭이 맞는지를 본다.
포토 공정 엔지니어로 플레이하며 노광 장비가 찍는 모든 층 지키기선생님께: 이 글은 ‘수업에서 fab24hr 활용하기’ 페이지와 함께 수업에 쓸 수 있어요.
이 글 인용하기‘극자외선(EUV)이란? 그 장비는 왜 그렇게 만들기 어려울까?’, fab24hr, 업데이트. https://fab24hr.com/ko/blog/what-is-euv/
수업과 비영리 목적이라면 무료로 쓸 수 있어요. 화면에 띄우거나, 강의 자료에 넣거나, 학생들에게 인쇄해 나눠 줘도 괜찮아요. 출처(fab24hr)를 밝혀 주세요. 판매하거나 자기 작품으로 바꿔 내놓는 것은 안 돼요. 오류가 있다면 문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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