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시피란? 팹 장비가 따라 실행하는 ‘공정 레시피’
레시피(recipe)란 반도체 팹에서 장비가 웨이퍼를 가공할 때 그대로 따라 실행하는 설정이다. 온도, 압력, 가스 유량, 시간, 전력 같은 숫자를 단계별로 적어 장비나 공장의 시스템에 저장해 둔다. ‘공정 레시피’라고도 한다. 이 말은 주방의 요리법에서 빌려 왔다. 같은 오븐이라도 어떤 요리법을 따르느냐에 따라 다른 요리가 나온다.
레시피에는 무엇이 적혀 있나?
집에 있는 세탁기를 생각하면 쉽다. ‘표준’, ‘쾌속’, ‘울’ 같은 코스는 각각 미리 정해 둔 숫자 묶음이다. 물을 얼마나 넣을지, 몇 분 빨지, 탈수를 얼마나 빨리 돌릴지가 정해져 있다. 하나만 고르면 세탁기는 그대로 해낸다.
팹의 장비도 마찬가지인데, 숫자가 더 많고 더 정밀하다. 레시피 하나에는 흔히 다음이 적힌다.
- 가스: 어떤 가스를 넣는지, 각각 얼마나 흘리는지(단위는 흔히 sccm).
- 압력: 장비 안에서 실제로 웨이퍼를 가공하는 밀폐 공간(챔버)의 압력을 얼마로 유지하는지.
- 전력: 플라즈마를 쓰는 장비라면 플라즈마를 얼마나 세게 할지.
- 온도: 웨이퍼나 퍼니스의 온도를 몇 도로 할지, 얼마나 빨리 올리고 내릴지.
- 시간: 단계마다 몇 초, 몇 분 동안 할지.
게다가 레시피는 단계별로 되어 있다. 퍼니스를 예로 들면, 웨이퍼를 넣고 천천히 온도를 올린 뒤 목표 온도에 이르면 반응할 가스를 넣고, 한동안 유지했다가 마지막에 천천히 온도를 내린다. 단계마다의 온도, 가스, 시간이 모두 같은 레시피 하나에 적혀 있다. 대학 클린룸이 공개한 식각 장비 자료에도 레시피를 작은 표로 정리해 둔 경우가 많다. 어떤 가스를 얼마씩, 압력은 얼마, 전력은 몇 와트인지 적고, 옆에 이 조건으로 1분 동안 대략 얼마나 깎이는지 덧붙인다.
같은 장비에 왜 레시피가 여러 개 있나?
장비 한 대가 한 가지 일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만드는 것이 다르다: 같은 장비가 여러 종류의 막, 여러 층을 처리할 수 있다. 재료가 다르면 쓰는 가스가 다른 경우가 많고, 두께가 다르면 시간이 다르다.
- 용도가 다르다: 정상 생산에 하나를 쓰고, 덜 된 것을 마저 할 때, 예를 들어 추가 식각에는 다른 하나를 쓴다. 챔버를 열어 청소한 뒤 더미 웨이퍼를 몇 장 먼저 돌려 챔버 내벽을 안정시킬 때(시즈닝)도 레시피 하나를 따른다.
- 버전이 다르다: 같은 일이라도 한 번 바꾸면 새 버전이 하나 생기고, 이전 버전은 사용을 중지해야 한다.
계측 장비에도 레시피가 있어, 어떻게 측정하고 어디를 측정할지 적혀 있다. 그래서 장비 한 대에 레시피가 여러 개, 심지어 아주 많이 저장되어 있는 것은 흔한 일이다.
레시피는 누가 바꿀 수 있나? 바꾸기 전에 무엇을 하나?
레시피는 일반적으로 그 공정을 맡은 공정 엔지니어가 관리하며, 바꿀지, 어디를 바꿀지도 그 엔지니어가 정한다(‘공정 엔지니어와 장비 엔지니어는 무엇이 다를까?’ 참고). 현장의 기술자는 작업지시서에 따라 로트를 넣으며, 시스템이 불러온 레시피를 쓸 뿐 직접 바꾸지 않는다(‘기술자와 엔지니어는 무엇이 다를까?’ 참고).
양산용 레시피는 대개 장비에 두고 아무나 손대게 하지 않는다. 중앙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에 저장해 두고, 작업을 시작할 때 시스템이 맞는 레시피를 장비로 보낸다. 바꾸려면 대체로 다음 단계를 거친다.
- 먼저 시험한다: 처음부터 고객의 로트로 시험하지 않는다. 테스트용 웨이퍼를 쓰거나, 스플릿 실험으로 몇 장만 새 조건으로 진행해 바꾸지 않은 웨이퍼와 비교한다.
- 승인을 받는다: 어떤 숫자를 왜 바꿨는지, 시험한 데이터는 어떤지 분명히 적어 관련된 사람들이 검토하고 결재하게 한다. 품질 경영에 관한 국제 표준도 생산 조건의 변경은 검토를 거치고, 검토 결과와 누가 승인했는지를 기록으로 남기라고 요구한다.
- 기록한다: 새 버전을 저장하고, 누가 언제 바꿨는지 남겨 둔다. 그래야 문제가 생겼을 때 거슬러 올라가 확인할 수 있다. 이전 버전은 사용을 중지하고 고를 수 있는 목록에서 뺀다.
- 바꾼 뒤 지켜본다: 새 조건을 적용한 뒤에는 측정값을 관리도에 찍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지 본다(‘SPC 관리도란?’ 참고).
왜 이렇게 번거로울까? 숫자가 조금 달라지면 만들어지는 것도 조금 달라질 수 있고, 그 작은 차이는 몇 공정을 더 지나야 측정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레시피와 POR은 어떤 관계인가?
자주 듣는 POR은 process of record의 약자로, 양산에서 그대로 따르는 표준 공정을 말한다. 공정마다 어떤 장비를 어떤 조건으로 쓰는지가 모두 고정되어 있다. POR이 요리책 한 권이라면, 레시피는 그중 한 페이지, 즉 이 공정에서 장비가 실제로 따라 실행하는 숫자들이다.
그래서 양산용 레시피를 바꾸는 것은 POR의 숫자를 바꾸는 일이며, 변경 절차를 밟아야 한다. 고객이 검증한 것이 바로 이 POR이므로, 바꾸면 테스트를 다시 하고 고객에게 데이터를 다시 보여 줘야 할 수 있다. 공급업체가 공정을 바꿀 때 고객에게 어떻게 알려야 하는지 정한 업계 공개 표준까지 있다.
미리 정해 둔 ‘변경’도 있다. 포토 공정에서 오버레이가 어긋난 것으로 측정되면, 시스템이 노광 장비의 위치와 각도를 조금 조정해 다음 로트가 맞게 찍히도록 한다. 이를 보정이라 한다. 어떤 숫자를 어떻게 계산해 조정할지는 모두 미리 설계되어 있으며, 누군가 그때그때 레시피를 고치는 것이 아니다.
또한 같은 레시피라고 해서 언제나 똑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챔버 내벽이 서서히 변하면서 식각 결과도 따라 흘러가므로, PM, 시즈닝, 테스트 런이 필요하다(‘식각이란?’ 참고).
레시피를 잘못 고르면 어떻게 되나?
장비는 잘못 골랐다는 것을 모른다. 잘못된 레시피대로 아주 정확하게 끝까지 해낸다. 막이 너무 두껍거나 얇게 쌓이고, 너무 깊거나 얕게 깎이고, 너무 많거나 적은 원자가 주입된다.
많은 실수는 되돌릴 수 없다. 깎아 낸 재료는 다시 넣을 수 없고, 실리콘에 주입한 원자는 꺼낼 수 없다. 가벼운 경우는 다시 할 수 있지만, 심하면 스크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상적인 로트는 시스템이 작업지시서에 따라 레시피를 불러오므로 사람이 고를 필요가 없다. 가장 사고가 나기 쉬운 것은 엔지니어가 장비 앞에서 웨이퍼와 레시피를 직접 고르는 수동 투입이다. 이름이 몇 글자만 다른 두 레시피, 지난번에 쓴 레시피가 기본으로 불려 오는 화면, 내렸어야 했는데 내리지 않은 구버전이 모두 함정이다. 좋은 방법은 풀프루프(foolproof), 즉 잘못된 레시피를 아예 고를 수 없게 만드는 것이지, 모두에게 조심하라고 당부만 하는 것이 아니다.
팹에서 레시피를 잘못 고르는 것은 MO(인적 오조작)의 가장 전형적인 예 중 하나다. ‘MO란?’을 읽어 보면 된다.
fab24hr에서는
‘출근’을 누르고 ‘직장인의 하루’를 고른 뒤, ‘오늘 나는’ 카드에서 ‘양산 팹’을 누르고 좌우로 넘겨 공정 엔지니어를 찾은 다음 이름 아래의 ‘식각’을 누르면 식각 공정 엔지니어가 된다. 오전 근무에는 추가 식각 레시피 목록을 연다. 사용이 중지된 구버전 두 개를 아직 고를 수 있고, 이름은 현행 버전과 몇 글자만 다르다. 이 목록은 플레이어가 관리하는 것이다. 오후 근무에는 ETCH-03 앞에서 수동 투입을 해야 한다. 7번째 웨이퍼만, 레시피는 ‘추가 식각 15초’로 진행해야 하는데, 화면을 열면 웨이퍼 번호는 전체 선택되어 있고 레시피는 지난번에 쓴 것이 불려 와 있으며, 목록에는 고를 수 있는 레시피가 다섯 개 있다. 메인 스토리 ‘칩의 일생’ 챕터 8 ‘시간에 쫓겨’가 바로 이 오후다. 제조부가 되면 장비마다 돌릴 수 있는 레시피가 몇 가지뿐이어서, 로트는 그 레시피를 가진 장비에만 배정할 수 있다. R&D 라인에서 이온 주입 개발 공정 엔지니어가 되면 한밤중에 전화를 받는다. 레시피를 바로 옆의 것으로 골랐는데, 두 이름은 알파벳 한 글자만 다르다. 게임 속 회사, 인물, 장비, 레시피는 모두 가상이며, 레시피가 무엇이고 어떻게 관리하는지는 공개된 일반 자료를 바탕으로 썼다. 실제 방식은 회사마다 다르다. 다른 업계 용어는 ‘반도체 공장 전문 용어, 쉬운 말로 풀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임에서 만나는 곳식각 공정 엔지니어(양산 팹 › 공정 › 식각)가 되면 오전 근무에는 추가 식각 레시피 목록을 정리하고, 오후 근무에는 ETCH-03 앞에서 수동 투입을 하며 레시피를 직접 고른다.
fab24hr에서 식각 공정 엔지니어는 오후 근무에 장비 앞에서 레시피를 직접 골라야 한다. 목록에는 다섯 개가 있고, 그중 두 개는 이름이 비슷한 구버전이다.
식각 공정 엔지니어로 플레이하며 수동 투입 때 맞는 레시피 고르기선생님께: 이 글은 ‘수업에서 fab24hr 활용하기’ 페이지와 함께 수업에 쓸 수 있어요.
이 글 인용하기‘레시피란? 팹 장비가 따라 실행하는 ‘공정 레시피’’, fab24hr, 업데이트. https://fab24hr.com/ko/blog/what-is-recipe/
수업과 비영리 목적이라면 무료로 쓸 수 있어요. 화면에 띄우거나, 강의 자료에 넣거나, 학생들에게 인쇄해 나눠 줘도 괜찮아요. 출처(fab24hr)를 밝혀 주세요. 판매하거나 자기 작품으로 바꿔 내놓는 것은 안 돼요. 오류가 있다면 문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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