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하기

← fab24hr 칼럼

칩 입문약 7분

아날로그 칩과 디지털 칩은 무엇이 다를까?

디지털 칩과 아날로그 칩의 차이는 다루는 신호에 있다. 디지털 칩은 0과 1, 두 가지 상태만 구분하고, 아날로그 칩은 연속적으로 변하는 신호를 다룬다. 소리가 얼마나 큰지, 빛이 얼마나 밝은지, 온도가 얼마나 높은지, 배터리에 전압이 얼마나 남았는지 같은 신호다. 아날로그 칩은 아날로그 IC라고도 하며, 영어로는 analog chip 또는 analog IC라고 한다. 디지털 칩은 디지털 IC라고도 한다. 어느 한쪽이 더 앞선 기술인 것은 아니다. 디지털은 계산과 기억을 맡고, 아날로그는 현실 세계와 신호를 주고받는 일을 맡는다.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칩도 많은데, 이를 혼성 신호라고 한다.

칩 자체가 무엇인지는 먼저 ‘칩이란?’을 읽어 보면 좋다.

디지털 신호와 아날로그 신호는 무엇이 다를까?

집 안의 조명으로 생각해 보자.

  • 디지털은 보통의 전등 스위치와 같다: 켜짐과 꺼짐, 두 가지뿐이다. 켜짐이 1, 꺼짐이 0이다.
  • 아날로그는 돌려서 밝기를 맞추는 조광 손잡이와 같다: 완전히 어두운 상태부터 가장 밝은 상태까지, 그 사이의 어떤 밝기든 낼 수 있다.

칩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부품은 트랜지스터로, 전기로 제어하는 작은 스위치다(‘트랜지스터란?’). 디지털 회로는 수많은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으로 0과 1의 나열을 나타낸다.

사실 디지털 신호도 전압이다. 다만 회로는 그 전압이 충분히 높은지, 충분히 낮은지만 본다. 높으면 1, 낮으면 0으로 치고, 그 사이에는 쓰지 않는 구간을 남겨 둔다. 그래서 신호가 조금 흔들려도 잘못 읽히지 않는다.

이것이 디지털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약간의 잡음(noise)에는 영향을 받지 않고, 백 번을 복사해도 처음과 똑같다. 아날로그 신호는 그렇지 않다. 잡음이 조금만 섞여도 어디까지가 원래 신호인지 가려낼 수 없다. 복사본을 다시 복사할수록 점점 흐릿해지는 것과 같다.

현실 세계는 아날로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소리는 공기가 압축되었다가 느슨해지기를 되풀이하는 압력 변화다. 빛의 밝기, 온도의 높낮이, 배터리의 전압도 모두 연속적으로 변하며, 저절로 0과 1이 되지는 않는다.

칩이 이런 것을 알게 하려면, 첫 단계로 이것들을 전기로 바꿔야 한다. 마이크는 소리를 그 오르내림을 따라 변하는 전압으로 바꾸고,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는 빛을 전기로 바꾸며, 온도 센서는 차갑고 뜨거운 정도를 전압의 높낮이로 바꾼다. 이런 전기 신호는 처음에는 모두 아날로그이고, 아주 약한 경우가 많다.

여기서 아날로그 회로가 나선다.

  • 받아서 증폭하기: 아주 작은 신호를 쓸 수 있을 만큼 키운다. 이런 회로를 증폭기라고 한다.
  • 걸러 내기: 필요 없는 잡음을 걸러 낸다.
  • 변환하기: 아날로그를 숫자로 바꾸거나, 숫자를 다시 아날로그로 바꾼다.

ADC와 DAC는 무슨 일을 할까?

ADC는 ‘아날로그-디지털’ 변환기로, 영어 analog-to-digital converter의 줄임말이다. ADC는 두 가지 일을 한다.

  1. 아주 짧은 간격으로 한 번씩 측정한다: 오르락내리락하는 길을 걸으면서 한 걸음마다 높이를 재는 것과 같다. 이를 샘플링(sampling)이라고 한다.
  2. 측정한 값을 가장 가까운 눈금으로 기록한다: 자의 눈금은 개수가 정해져 있으므로, 측정한 값은 가장 가까운 눈금으로만 적을 수 있고, 이를 다시 0과 1의 나열로 바꿔 기록한다.

더 촘촘하게 측정하고 눈금이 더 가늘수록, 기록한 결과는 원래 모습에 더 가까워진다. 음악 CD의 규격을 예로 들면, 1초에 44,100번 측정하고, 한 번 측정할 때마다 16개의 0 또는 1로 기록한다. 높낮이를 65,536칸으로 나누는 셈이다. 왜 이렇게 많이 측정할까? 사람의 귀는 대략 1초에 20번에서 2만 번 진동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어떤 진동을 기록하려면 1초에 적어도 그 진동 횟수의 두 배만큼 측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DAC는 그 반대인 ‘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digital-to-analog converter)다. 숫자의 나열을 다시 연속적으로 변하는 전압으로 바꾸고, 이를 증폭해야 스피커와 이어폰을 울릴 수 있다.

기기 안에서 소리는 흔히 이런 경로를 거친다. 마이크 → 증폭 → ADC → 디지털 회로에서 처리 → DAC → 증폭 → 스피커.

숫자로 바뀌고 나면 많은 일이 훨씬 쉬워진다. 특정 높낮이의 소리를 더 크게 키우거나, 잡음을 낮추거나, 저장하거나, 다른 곳으로 보낼 수 있다.

아날로그 신호와 디지털 신호의 차이: 소리가 기기 안에서 거치는 길은 마이크, 증폭, ADC, 디지털 회로 처리, DAC, 증폭, 스피커다. ADC는 연속으로 변하는 신호를 짧은 간격마다 한 번씩 재고(샘플링), 잰 값을 가장 가까운 눈금으로 기록한 다음 0과 1의 나열로 적는다.
마이크에서 나오는 것은 연속으로 변하는 아날로그 신호다. ADC가 이를 숫자로 바꿔 디지털 회로가 처리하게 하고, DAC가 숫자를 다시 연속으로 변하는 전압으로 바꾸면, 이를 증폭해 스피커를 구동한다. 촘촘히 잴수록, 눈금이 가늘수록 기록이 원래 모습에 가까워진다.

전원을 관리하는 칩은 왜 아날로그로 분류될까?

휴대폰 안의 프로세서, 메모리, 화면, 무선 신호를 주고받는 회로는 필요한 전압이 저마다 다르다. 배터리의 전압도 쓸수록 조금씩 떨어진다. 전원 관리 칩은 배터리나 콘센트에서 오는 전기를 각 부분에 필요한, 흔들림 없이 안정된 전압으로 바꾸는 일을 맡는다.

전원 관리 칩은 출력 전압을 계속 지켜보다가, 낮아지면 보충하고 높아지면 줄인다. 다루는 것이 연속적으로 변하는 전압과 전류이므로, 보통 아날로그 칩으로 분류한다. 흔히 쓰는 방식은 두 가지다.

  • 수도꼭지 같은 방식: 남는 전압을 막아 낸다. 단순하고 잡음이 적지만, 막아 낸 만큼은 열이 된다.
  • 아주 빠르게 켰다 껐다 하는 방식: 전기를 흘렸다 끊었다 하고, 인덕터와 커패시터로 이를 고르게 다듬는다. 전력 낭비가 적어서, 전류가 큰 곳에 많이 쓴다.

아날로그 칩은 왜 성숙 공정을 주로 쓰고, 한 번 만들면 여러 해 동안 생산할까?

디지털 회로는 작게 만들면 이점이 바로 드러난다. 아날로그 회로는 작게 만들어도 이점이 크지 않고, 오히려 만들기가 더 어려워지기도 한다(뉴스에서 말하는 ‘성숙 공정’이란? 편에서 다뤘다).

  • 최신 세대는 쓰는 전압이 매우 낮아서 신호가 오르내릴 수 있는 폭이 좁고, 작은 잡음도 크게 느껴진다.
  • 저항, 커패시터, 인덕터의 크기는 필요한 값에 따라 정해진다. 스위치가 작아져도 이들은 함께 작아지지 않는다.
  • 아날로그 회로는 부품 하나하나의 값이 정확한지에 매우 민감하다. 온도가 바뀌거나 제조 과정에서 조금만 차이가 나도 결과가 그만큼 어긋난다.

그래서 많은 아날로그 칩은 몇 세대 전의 방식으로 만들며, 상당수는 지금도 8인치 웨이퍼를 쓴다(‘12인치, 8인치 웨이퍼란 무슨 뜻일까?’).

한 번 만들면 여러 해 동안 생산하는 경우도 많다. 자동차나 공장의 기계는 한 번 들이면 여러 해를 쓰므로, 그 안에 들어가는 칩도 계속 구할 수 있어야 한다. 아주 오래전에 설계한 아날로그 칩 가운데 지금도 생산되는 것이 있다.

디지털 칩은 왜 계속 미세화를 좇을까?

디지털 칩의 능력은 대부분 두 가지에 달려 있다. 스위치를 얼마나 많이 넣을 수 있는지, 그리고 스위치가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적은 전력으로 전환되는지다. 그래서 한 세대 작아질 때마다 곧바로 강해진다. 선폭이 줄어들어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스위치를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세서, 메모리, AI 칩이 이것을 가장 필요로 한다(무어의 법칙이란?, 뉴스에서 말하는 ‘2나노’는 무엇이 2나노일까?).

디지털 칩아날로그 칩
다루는 신호0과 1뿐연속적으로 변하는 신호
대표적인 예프로세서, 메모리증폭기, 전원 관리, 무선 신호를 주고받는 회로
미세화의 이점크다: 더 많이, 더 빠르게, 더 적은 전력으로크지 않으며, 오히려 만들기 어려워지기도 한다
주로 쓰는 공정최신 몇 세대성숙 공정

칩 하나에 두 가지가 모두 들어갈 수 있을까?

그렇다. 이를 혼성 신호(mixed-signal)라고 한다. ADC와 DAC 자체가 바로 그런 예로, 한쪽은 아날로그에, 다른 한쪽은 숫자에 맞닿아 있다.

이렇게 된 칩은 아주 많다. 가전제품이나 리모컨에 흔히 들어가는 마이크로컨트롤러는 ADC를 내장해 온도 센서의 전압을 직접 읽는 경우가 많다. 휴대폰의 SoC에도 계산을 맡는 블록들 외에, 바깥과 신호를 주고받고 아날로그 신호를 처리하는 블록들이 있다(‘SoC란?’).

함께 넣으면 골치 아픈 점이 하나 있다. 디지털 회로는 쉴 새 없이 켜졌다 꺼졌다 하면서 잡음을 만들고, 이 잡음은 칩 아래쪽에서 함께 쓰는 실리콘을 타고 퍼진다. 아날로그 회로는 민감하므로 디지털 회로와 떼어 놓고 보호 장치를 더해야 한다. 공사장 옆에서 녹음하려면 먼저 창문부터 꼭 닫아야 하는 것과 같다.

fab24hr에서는

fab24hr의 메인 스토리 ‘칩의 일생’은 가상의 보청기 칩 ‘Glowmere’를 따라간다. 보청기는 소리를 또렷하게 듣도록 도와주는 작은 기기다. 이런 기기는 일반적으로 마이크로 소리를 모아 증폭하고, 숫자로 바꿔 처리한 뒤, 다시 소리로 바꿔 귀에 전달한다. 작은 배터리 하나로 오래 버텨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보청기에는 아연공기 전지를 흔히 쓴다). 게임은 Glowmere 내부가 어떤 블록으로 나뉘는지 말하지 않으며, 이런 변환 과정도 그리지 않는다.

게임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이런 장면이다. 챕터 11 ‘볼이 들렸다’에서 패키징 라인의 라인장 수후이는 Glowmere가 SiP 모듈에 들어간다고 알려 준다. 작은 기판 위에 칩이 있고, 저항과 커패시터 몇 개가 함께 올라간다(‘SiP란?’). 종장인 챕터 13 ‘아버지의 손에’에서 나는 선 대표 아버지다. 딸이 문 앞에서 말을 하는데, 입이 움직이는 것은 보이지만 소리는 멀고 뭉개져 들린다. 배터리를 넣자 보청기에서 짧은 알림음이 울리고, 딸이 묻는다. “아빠, 들려?” 잠시 뒤 아내가 부엌에서 “밥 먹어.”라고 말하고, 벽 너머로 그 목소리가 들린다.

‘출근’을 누르고 ‘칩의 일생’을 고르면, Glowmere를 따라 R&D 라인에서 선 대표 아버지의 손에 닿기까지 함께 갈 수 있다. 게임 속 회사, 칩, 인물은 모두 가상이다. 아날로그 칩과 디지털 칩에 관한 내용은 공개된 일반 자료를 바탕으로 썼다. 다른 전문 용어는 ‘반도체 공장 전문 용어, 쉬운 말로 풀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임에서 만나는 곳메인 스토리 ‘칩의 일생’은 가상의 보청기 칩 ‘Glowmere’를 따라간다. 종장인 챕터 13 ‘아버지의 손에’에서 선 대표 아버지는 새 보청기를 끼고, 벽 너머 부엌에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아내의 목소리를 듣는다. 칩 안에서 소리가 어떻게 숫자로 바뀌었다가 다시 소리로 돌아오는지는 게임에 그려져 있지 않다.

fab24hr의 메인 스토리 ‘칩의 일생’에서는 보청기 칩 하나가 R&D 라인을 출발해 한 아버지의 귀에 닿는다. 마지막에 아버지는 벽 너머로 아내의 목소리를 듣는다.

출근해서 보청기 칩 ‘Glowmere’의 여정 따라가기

선생님께: 이 글은 ‘수업에서 fab24hr 활용하기’ 페이지와 함께 수업에 쓸 수 있어요.

이 글 인용하기‘아날로그 칩과 디지털 칩은 무엇이 다를까?’, fab24hr, 업데이트. https://fab24hr.com/ko/blog/analog-vs-digital/
수업과 비영리 목적이라면 무료로 쓸 수 있어요. 화면에 띄우거나, 강의 자료에 넣거나, 학생들에게 인쇄해 나눠 줘도 괜찮아요. 출처(fab24hr)를 밝혀 주세요. 판매하거나 자기 작품으로 바꿔 내놓는 것은 안 돼요. 오류가 있다면 문제 신고

다른 글

이 사이트의 다른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