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밸류체인의 상류·중류·하류는 각각 무엇을 할까?
반도체 밸류체인(반도체 공급망이라고도 한다)은 칩 하나가 무에서 완성되기까지 거쳐 가는 긴 기업의 행렬이다. 소재와 장비, 설계 소프트웨어, 칩 설계, 포토마스크, 팹, 패키징·테스트를 지나 칩을 제품에 넣는 회사까지 이어진다. 뉴스에서 말하는 ‘상류·중류·하류’는 이 행렬을 세 구간으로 자른 것이다. 어디서 자르는지는 지역마다 말하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서, 뒤에서 두 가지를 모두 설명한다.
‘반도체 입문’에서는 이 단계들을 표 하나로 훑었다. 이 글은 한 단계씩 끝까지 따라가며, 단계마다 세 가지를 설명한다. 무엇을 하는지, 왜 대개 다른 회사가 하는지, 빠지면 어떻게 되는지다.
칩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어떤 회사들을 거칠까?
1단계: 소재와 장비
- 하는 일: 팹에는 빈 웨이퍼(실리콘 웨이퍼 전문 회사가 실리콘을 잉곳으로 성장시켜 자르고 연마한다), 각종 가스와 약액, 웨이퍼에 바르는 감광성 포토레지스트, 평탄화용 슬러리가 필요하다. 후공정 공장에는 칩을 얹는 기판, 연결용 가는 금속 와이어, 겉을 감싸는 플라스틱이 필요하다. 장비는 장비사가 만든다.
- 왜 다른 회사가 할까: 가스 하나를 극도로 순수하게 만드는 일도, 노광 장비 한 대를 만드는 일도 각각 하나의 전문 분야다. 공급사 한 곳이 여러 팹에 팔아야 비용을 나눌 수 있다.
- 빠지면 어떻게 될까: 흔히 쓰는 가스나 약액 하나가 떨어지면 그것을 쓰는 공정이 멈추고, 그 뒤의 웨이퍼가 모두 묶인다.
2단계: 설계 소프트웨어와 설계자산(IP)
- 하는 일: 칩을 설계하려면 EDA라는 전용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EDA란?). 또 많은 칩에는 다른 회사가 설계해 둔 회로 블록을 사 와서 그대로 넣는데, 이를 반도체 설계자산, 영어로 IP라고 한다(반도체 설계자산(IP)이란?). 집을 지을 때 도면은 구입한 소프트웨어로 그리고, 문과 창문은 기성품을 사 오는 것과 같다.
- 왜 다른 회사가 할까: 같은 소프트웨어, 같은 블록을 여러 설계 회사에 팔 수 있으니, 회사마다 처음부터 만들 필요가 없다.
- 빠지면 어떻게 될까: 설계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칩 안의 그 많은 스위치를 그려 낼 수도, 검사할 수도 없다.
3단계: IC 설계
- 하는 일: 칩이 무엇을 할지 정하고, 컴퓨터로 회로를 설계해 여러 번 검사한 뒤 최종 설계 데이터를 넘긴다. 이를 테이프아웃이라고 한다(테이프아웃(tape-out)이란?, 칩은 어떻게 설계할까?).
- 왜 다른 회사가 할까: 설계에 필요한 것은 사람과 소프트웨어이지 공장이 아니어서, 작은 회사도 할 수 있다. 자체 팹이 없는 설계 회사가 많은데, 이런 회사를 팹리스(fabless)라고 한다.
- 빠지면 어떻게 될까: 검사가 부족해 테이프아웃 뒤에야 설계 오류를 발견하면 설계를 고치고 포토마스크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비용도 많이 들고 몇 달을 더 기다려야 한다.
4단계: 포토마스크
- 하는 일: 설계 데이터를 노광에 쓰는 ‘필름’, 즉 한 세트의 포토마스크로 만든다. 칩의 패턴 한 층마다 적어도 한 장이 필요하고, 한 세트가 수십 장인 경우가 많다(포토마스크란?).
- 왜 다른 회사가 할까: 포토마스크는 전자빔이나 레이저로 한 획씩 그린 뒤 검사하고 수리해야 해서, 별도의 장비와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전문 마스크 숍에서 만든다. 팹이 직접 운영하는 곳도 있고, 다른 회사의 마스크를 전문으로 만드는 곳도 있다.
- 빠지면 어떻게 될까: 마스크가 도착하지 않으면 팹은 작업을 시작할 수 없다. 마스크에 결함이 하나 더 있으면 모든 샷의 같은 위치에 똑같이 오류가 생긴다.
5단계: 웨이퍼 제조
- 하는 일: 팹은 포토마스크대로 웨이퍼에 수백 단계의 공정을 거쳐 회로를 한 층씩 만든다.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린다(칩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 왜 다른 회사가 할까: 밸류체인 전체에서 돈이 가장 많이 드는 단계로, 첨단 팹 하나를 짓는 데 몇 년이 걸린다. 한 회사의 칩만으로는 팹 하나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여러 회사의 칩을 대신 만드는 파운드리가 있고, 직접 설계하고 직접 만드는 IDM도 있다(뉴스에 나오는 IC 설계(팹리스), 파운드리, IDM은 무엇이 다를까?).
- 빠지면 어떻게 될까: 팹 하나가 멈추면 그 안에 있던 모든 고객사의 칩이 늦어진다. 더 만들고 싶어도 서두를 수 없다. 웨이퍼 투입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웨이퍼 한 장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릴까?).
6단계: 패키징과 테스트
- 하는 일: 완성된 웨이퍼는 먼저 웨이퍼 테스트로 칩을 하나하나 테스트한 뒤, 잘라서 패키지에 넣고, 패키징한 뒤 다시 테스트한다. 저항, 커패시터 같은 작은 부품과 함께 작은 모듈로 패키징하기도 한다(SiP, ‘SiP란?’ 참고). 이 단계를 후공정(패키징·테스트)이라고 하며, 전문 후공정 공장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OSAT란?).
- 왜 다른 회사가 할까: 쓰는 장비와 소재가 팹과 아주 다르고 패키지 종류도 많다. 후공정 공장 하나가 여러 고객의 일을 받아야 장비를 놀리지 않는다.
- 빠지면 어떻게 될까: 패키징할 장비도, 쓸 기판도 없으면 완성된 웨이퍼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테스트를 건너뛰면 불량 칩이 고객에게 간다.
7단계: 제품에 탑재되어 사용자의 손으로
- 하는 일: 패키징된 칩이나 모듈을 회로 기판에 납땜하고, 휴대폰, 컴퓨터, 자동차에 넣는다. 조립은 흔히 전자제품 전문 위탁 생산 업체에 맡긴다.
- 왜 다른 회사가 할까: 제품 하나에 들어가는 칩은 여러 회사에서 오고, 조립에는 또 다른 종류의 공장이 필요하다.
- 빠지면 어떻게 될까: 자동차 한 대에는 칩이 아주 많이 들어간다. 비싸지 않은 칩 하나만 빠져도 차 한 대를 완성하지 못한다.
전체를 보면 단계마다 필요한 자금 규모가 크게 다르고(설계는 주로 사람과 소프트웨어에 돈이 들고, 팹에 가장 많은 돈이 든다), 필요한 역량도 완전히 다르다. 한 회사가 한 단계를 전문으로 하며 여러 고객을 상대해야 비용을 나눌 수 있다. 이 회사들이 어떻게 맞물려 일하는지는 ‘IC 설계 회사는 팹과 어떻게 협업할까?’에서 볼 수 있다.
상류·중류·하류는 어떻게 나눌까? 흔한 두 가지 방식
‘상류’, ‘하류’는 강에 빗댄 말이다. 칩이 설계와 제조를 거쳐 제품까지 흘러간다고 보는 것이다. 어디서 세 구간으로 자를지는 지역마다 말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며, 흔한 방식은 두 가지다.
| 상류 | 중류 | 하류 | |
|---|---|---|---|
| 첫째: 칩 하나를 만드는 과정으로 나누기 | IC 설계(설계자산을 포함하기도 한다) | 웨이퍼 제조 | 패키징·테스트 |
| 둘째: 산업 전체로 나누기 | 소재, 장비, 설계 소프트웨어, 설계자산 | 칩 만들기: 설계, 제조, 패키징·테스트 | 칩을 제품에 쓰기: 휴대폰, 컴퓨터, 자동차 |
첫째 방식은 일부 지역의 뉴스에서 흔히 쓰며, 칩 하나를 만드는 세 단계만 본다. 소재와 장비는 따로 치기도 하고 상류에 포함하기도 한다. 둘째 방식은 한 걸음 물러서서 본다. 칩을 만드는 단계는 모두 가운데에 두고, 이들에 물건을 공급하는 쪽을 상류, 칩을 쓰는 쪽을 하류로 본다. 그러니 ‘상류’라는 말을 보면 먼저 글쓴이가 어느 방식을 쓰는지 확인해야 한다. 설계 회사일 수도 있고, 소재 회사일 수도 있다.
고리 하나가 끊기면 왜 전체가 느려질까?
이 사슬은 한 단계씩 이어져 있다. 앞 단계가 넘겨주지 못하면 다음 단계는 할 일이 없고, 가장 느린 단계가 제품이 언제 완성될지를 정한다. 끊긴 고리는 곧바로 메우기도 어렵다.
- 바로 바꿀 수 없다: 소재, 장비, 후공정 공장을 바꾸려면 먼저 소량으로 시험 생산해 결과가 똑같이 나오는지 확인해야 한다(팹의 변경 관리란?).
- 따라잡는 데 오래 걸린다: 웨이퍼는 투입부터 완성까지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리고, 새 팹을 짓는 데는 몇 년이 걸린다.
- 하나만 모자라도 멈춘다: 몇 년 전 칩이 부족했을 때, 여러 지역의 자동차 회사들이 칩 부족으로 감산했다(뉴스에서 말하는 ‘성숙 공정’이란?).
fab24hr에서는
메인 스토리 ‘칩의 일생’은 가상의 보청기 칩 ‘Glowmere’를 따라 이 사슬의 여러 단계를 지난다. 프롤로그 ‘테이프아웃’에서는 작은 회사가 설계를 팹에 넘기고, 설계는 포토마스크 한 세트가 된다. 제1막은 R&D 라인에서의 시생산, 제2막은 양산 팹, 제3막은 후공정 공장으로, 칩은 테스트를 거쳐 손톱보다 작은 모듈에 들어간다. 종장에서는 보청기에 들어가 선 대표 아버지의 손에 전해진다. 도감의 칩 이력서도 이 다섯 단계 순서로 정리되어 있다.
R&D 라인에는 장비사 상주 엔지니어 역할도 있다. 새 식각 장비 한 대를 설치 검증부터 고객의 검수 서명까지 맡는다. ‘출근’을 누르고 ‘직장인의 하루’를 고른 뒤, ‘오늘 나는’ 카드에서 ‘개발 라인’을 누르고 좌우로 넘겨 이 역할을 고르면 된다. 양산 팹에서 포토나 CMP의 공정 엔지니어, 또는 인프라 역할을 맡으면 공급사가 보낸 물건에 문제가 생기는 일도 가끔 있다. 새 로트의 포토레지스트라든가, 분석 성적서가 맞지 않는 가스 실린더 하나 같은 것이다. 게임 속 회사, 칩, 인물은 모두 허구다. 밸류체인의 분업 방식은 공개된 일반 자료를 바탕으로 썼으며, 실제로는 회사마다 방식이 모두 다르다. 다른 업계 용어는 ‘반도체 공장 전문 용어, 쉬운 말로 풀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임에서 만나는 곳메인 스토리 ‘칩의 일생’ 전체가 바로 밸류체인의 한 구간이다. 프롤로그에서는 보청기를 만드는 작은 회사가 설계를 팹에 넘기고, 설계는 포토마스크 한 세트가 된다. 이어서 R&D 라인, 양산 팹, 후공정 공장을 거치고, 종장에서 칩은 보청기에 들어가 사용자의 손에 전해진다. R&D 라인에는 장비사에서 파견된 상주 엔지니어 역할도 있다.
fab24hr에서 칩 하나는 설계가 넘어간 날부터 보청기에 들어가는 날까지 여러 회사와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친다.
챕터 1부터 시작하기: 칩 하나를 따라 사용자의 손까지선생님께: 이 글은 ‘수업에서 fab24hr 활용하기’ 페이지와 함께 수업에 쓸 수 있어요.
이 글 인용하기‘반도체 밸류체인의 상류·중류·하류는 각각 무엇을 할까?’, fab24hr, 업데이트. https://fab24hr.com/ko/blog/supply-chain/
수업과 비영리 목적이라면 무료로 쓸 수 있어요. 화면에 띄우거나, 강의 자료에 넣거나, 학생들에게 인쇄해 나눠 줘도 괜찮아요. 출처(fab24hr)를 밝혀 주세요. 판매하거나 자기 작품으로 바꿔 내놓는 것은 안 돼요. 오류가 있다면 문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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