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에서는 어떤 가스를 쓸까? 왜 그렇게 조심할까
팹에서 쓰는 가스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벌크 가스(bulk gas)는 질소, 산소, 아르곤, 수소처럼 사용량이 아주 많아서, 공장 밖의 대형 저장 탱크나 가스 제조 설비에서 배관을 따라 곧장 들어온다. 특수 가스(specialty gas)는 식각에 쓰는 염소나 박막 증착에 쓰는 실란처럼 사용량은 적지만, 독성이 있는 것, 부식성이 있는 것, 공기에 닿기만 해도 불이 붙는 것이 있다. 대부분 가스 캐비닛에 실린더 단위로 넣어 두고 공급한다. 두 종류 모두 아주 순수해야 하므로, 팹은 겹겹이 쌓은 설비와 절차로 가스를 관리한다.
팹은 왜 그렇게 많은 가스를 쓸까?
많은 공정이 가스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퍼니스는 산소를 흘려 산화막을 성장시킨다. 박막 공정에서는 가스가 웨이퍼 표면에서 반응해 새로운 물질을 한 층 쌓는다. 식각은 가스를 플라즈마로 만들어 물질을 깎아 내고 기체로 실어 낸다. 이온 주입은 붕소나 인을 포함한 가스를 이온으로 만들어 실리콘 속에 쏘아 넣는다.
가스가 장비에 들어가면 유량 제어기가 가스마다 얼마나 흐를지를 관리하며, 단위로는 흔히 sccm을 쓴다.
벌크 가스란? 각각 어디에 쓰일까?
벌크 가스는 집의 수돗물과 비슷하다. 양이 많고, 늘 쓰며, 틀면 바로 나온다.
| 가스 | 주요 용도 |
|---|---|
| 질소 | 반응을 거의 하지 않아서 배관과 장비 안의 공기와 수분을 몰아내고, 산화되기 쉬운 것을 보호하는 데 쓴다 |
| 산소 | 퍼니스 안에서 실리콘 위에 이산화규소를 성장시킨다(‘퍼니스는 무슨 일을 할까?’ 참고) |
| 아르곤 | 반응하지 않으면서 원자가 충분히 무거워, 스퍼터링 때 플라즈마로 만들어 타깃에 부딪히게 한다(‘박막 공정이란?’ 참고) |
| 수소 | 일부 막 증착 공정에서 다른 가스를 챔버로 실어 나르는 데 쓰고, 일부 가열 공정에서도 흘린다 |
질소, 산소, 아르곤은 모두 공기에서 얻는다. 공기는 약 80%가 질소, 20%가 산소이고, 아르곤도 1%가 채 안 되게 들어 있다. 공기를 냉각해 액체로 만든 다음 끓는점에 따라 하나씩 분리하면 이 세 가지를 얻는다. 흔히 쓰는 가스가 하나 더 있는데, 헬륨이다. 열을 아주 잘 전달하기 때문에 식각할 때 웨이퍼 뒷면에 흘려 열을 빼내는 데 쓴다(He 배압).
특수 가스란? 왜 위험할까?
특수 가스는 공정에 쓰는 가스로, 독성이나 부식성, 가연성이 있는 것이 많다. 약국에서 잠가 두는 약과 비슷하다. 종류마다 양은 많지 않고, 저마다 정해진 용도가 있으며, 저마다 위험도 있다.
- 식각용: 염소를 포함한 가스는 실리콘과 금속을, 불소를 포함한 가스는 이산화규소를 식각하는 데 흔히 쓴다(플라즈마가 어떻게 식각하는지는 ‘식각이란?’ 참고). 염소는 공기보다 무거워서 새어 나오면 낮은 곳에 고인다. 눈이나 목처럼 축축한 곳에 닿으면 부식성이 매우 강하다.
- 박막 증착용: 실란(silane)은 막을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실리콘을 공급한다. 공기에 닿으면 불씨가 없어도 스스로 불이 붙을 수 있다.
- 이온 주입용: 붕소, 인, 비소를 포함한 가스로, 그중에는 독성이 매우 강한 것도 있다. 한 정부 산업안전 기관의 자료는 그중 한 가스가 들이마셔도 자극이 없고 바로 느껴지지도 않아서, 코로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는 알아차리기에 부족하다고 경고한다.
벌크 가스라고 방심할 수는 없다. 수소는 불이 아주 잘 붙어서, 공기 중에 약 4%만 있어도 점화될 수 있다. 질소는 그 자체로는 독성이 없지만, 밀폐된 곳에서 많이 새어 나오면 산소를 밀어낸다. 사람은 냄새도 맡지 못하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며, 계측기로만 알아낼 수 있다.
그래서 원칙은 이렇다. 사람의 코에 기대지 않고, 설비와 절차에 기댄다.
가스는 아래층에서 장비까지 어떻게 갈까?
특수 가스가 가는 길은 대략 ‘가스 캐비닛 → 밸브 박스 → 장비’이며, 상당수가 클린룸 아래층의 서브팹에 있고 팹 인프라(설비·유틸리티) 부서가 관리한다(팹에 그 밖에 무엇이 있는지는 ‘팹(fab)이란?’ 참고).
- 가스 캐비닛: 실린더를 철제 캐비닛 안에 넣어 둔다. 캐비닛은 쉬지 않고 배기하므로 내부 압력이 바깥보다 조금 낮고, 만에 하나 새더라도 가스가 먼저 배기 쪽으로 빨려 나간다. 캐비닛 뒤쪽에는 밸브와 레귤레이터가 한가득 있어 실린더 안의 고압을 낮춘다. 감지기가 누출을 읽거나 배기가 멈추면 출구 밸브가 저절로 닫힌다.
- 밸브 박스: 가스 배관 한 줄을 여러 장비로 나누는 분기 박스다. 갈래마다 자기 밸브가 있고, 박스도 배기에 연결되어 있다.
- 배관: 고순도 가스를 보내는 배관은 대개 내벽을 매끄럽게 연마한 스테인리스강관이다. 독성 가스는 이중관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 안쪽 관으로 가스가 흐르고, 바깥 관이 새어 나온 가스를 먼저 받아 내며, 두 관 사이를 감지기가 지켜본다. 분리할 수 있는 이음쇠에는 금속 개스킷을 끼운다.
인프라 부서가 이런 설비를 어떻게 순회 점검하고 실린더를 어떻게 교체하는지는 ‘팹 인프라 엔지니어는 무슨 일을 할까?’에서 다뤘다.
왜 그렇게 조심할까? 보호는 겹겹이 쌓인다
산업안전에서는 흔히 순서를 말한다. 설비로 사람과 위험을 떼어 놓을 수 있다면 먼저 설비를 쓰고, 그다음이 규정과 절차이며, 개인 보호구는 마지막 방어선이다. 가스도 이 순서로 관리한다. 여기서 다루는 것은 원리이지 작업 절차가 아니다. 실제 작업 방법은 팹마다 자체 절차와 교육이 있다.
- 먼저 가둔다: 음압으로 배기하는 가스 캐비닛, 이중관, 저절로 닫히는 밸브.
- 늘 냄새를 맡는다: 가스 감지기가 사람이 맡지 못하는 가스를 대신 맡는다. 감지기는 시간이 지나면 드리프트하므로, 주기적으로 시험 가스를 조금 뿜어 경보가 울리는지 확인한다(범프 테스트).
- 배관에 손대기 전: 먼저 LOTO(lockout/tagout)로 밸브를 잠가, 누군가 작업 중이라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린다. 그다음 퍼지로 배관 안에 남은 가스를 질소로 깨끗이 몰아낸다.
- 연결한 뒤: 리크 체크로 이음쇠에 틈이 없는지 확인한다. 새 배관은 기밀 시험도 한다. 질소를 가득 채워 둔 채 압력이 서서히 떨어지지 않는지 본다.
- 사람의 방어선: 독성 가스 실린더를 교체할 때는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호흡 보호구를 착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쓰고 난 가스도 관리한다: 가스는 장비 안에서 다 쓰이지 않는다. 남은 가스와 반응으로 생긴 물질은 먼저 배기가스 처리를 거쳐 태우거나, 분해하거나, 물로 씻어 낸 뒤에야 배출한다. 불소를 포함한 일부 가스는 강력한 온실가스이기도 하다.
가스는 왜 그렇게 순수해야 할까?
칩에서 가장 가는 선은 수십 나노미터에 불과하고, 어떤 막은 두께가 몇 나노미터밖에 되지 않는다. 가스에 무언가가 섞여 있으면 함께 챔버로 들어가 막 속이나 웨이퍼 표면에 남을 수 있다. 특히 수분과 산소가 문제다. 아주 조금만 있어도 막이 제대로 성장하지 않거나, 산화되면 안 되는 곳이 산화될 수 있다.
순도는 흔히 ‘9가 몇 개’인지로 말한다. 99.9999%는 9가 여섯 개라서 ‘식스 나인’이라고 부르며, 불순물이 100만분의 1만 남았다는 뜻이다. 팹이 신경 쓰는 불순물은 여기서 더 내려가 10억분의 몇(ppb) 단위로 따진다. 10억분의 1은 얼마나 될까? 올림픽 규격 수영장에는 물이 약 250만 리터 들어가는데, 그 10억분의 1은 약 2.5밀리리터로, 작은 티스푼 반 정도다.
순수해야 하는 것은 가스만이 아니다. 지나가는 길도 깨끗해야 한다. 배관 벽은 수분을 조금 붙잡고 있다가 천천히 내놓으므로, 배관 내벽은 매끄러워야 하고 가스가 흐르지 않는 사각지대도 되도록 없어야 한다. 실린더를 교체할 때 배관을 잠깐 열면 공기와 수분이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퍼지는 사람만이 아니라 그 뒤에 들어올 웨이퍼 한 장 한 장도 보호한다. 물도 마찬가지다. ‘초순수는 얼마나 순수할까?’를 참고하자.
fab24hr에서는
‘출근’을 누르고 ‘직장인의 하루’를 고른 뒤, ‘오늘 나는’ 카드에서 ‘양산 팹’을 누르고 좌우로 넘겨 인프라 엔지니어를 찾는다. 이름 아래의 ‘가스·케미컬’ 구역을 누르면 가스와 약액을 맡게 된다. 심야 근무 ‘야간 당직’에서는 중앙 제어실에서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화면을 지켜보는데, 벌크 가스와 특수 가스가 각각 한 칸씩 차지한다. 오전 근무 ‘실린더 교체’에서는 후이루와 둘이서 호흡 보호구를 착용하고, 서브팹 B 캐비닛에 있는 식각용 특수 가스 실린더를 교체한다. 건너뛴 단계는 나중에 돌아와 발목을 잡는다. 오후 근무 ‘반입’에서는 새 장비의 배관을 한 줄씩 연결하는데, 새 가스 배관은 기밀 시험을 해야 하고 정해진 시간을 다 채울지는 내가 정한다. 저녁 근무 ‘캐비닛 속 아주 조금’에서는 B 캐비닛의 감지기가 아주 적은 양을 읽고, 진짜 누출인지 감지기가 드리프트한 것인지 가려내야 한다. 가스 캐비닛은 ‘분해해서 보는 반도체 공장 장비’에서도 분해해 볼 수 있다.
게임 속 팹, 인물, 장비 번호, 캐비닛에 어떤 가스가 들어 있는지는 모두 가상이며, 퍼지를 몇 번 하는지, 경보를 얼마에 설정하는지 같은 수치도 쓰지 않았다. 팹이 어떤 가스를 쓰고 왜 조심하는지는 공개된 일반 자료를 바탕으로 썼으며, 어느 회사의 방식도 나타내지 않는다. 다른 전문 용어는 ‘반도체 공장 전문 용어, 쉬운 말로 풀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임에서 만나는 곳인프라 엔지니어(양산 팹)가 되면 오전 근무에 둘이서 B 캐비닛의 특수 가스 실린더 하나를 교체한다. 퍼지하고, 새 개스킷으로 바꾸고, 리크 체크를 한다. 저녁 근무에는 B 캐비닛의 감지기가 아주 적은 양을 읽는데, 진짜 누출인지 감지기 자체가 드리프트한 것인지 가려내야 한다.
fab24hr에서 인프라 엔지니어가 되어 보자. 장비가 쓰는 특수 가스는 아래층 가스 캐비닛에서 올라가고, 실린더 교체의 단계 하나하나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인프라 엔지니어로 플레이하며 특수 가스 실린더 교체하기선생님께: 이 글은 ‘수업에서 fab24hr 활용하기’ 페이지와 함께 수업에 쓸 수 있어요.
이 글 인용하기‘팹에서는 어떤 가스를 쓸까? 왜 그렇게 조심할까’, fab24hr, 업데이트. https://fab24hr.com/ko/blog/fab-ga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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