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팹은 왜 그렇게 전력을 많이 쓸까?
팹이 그렇게 많은 전력을 쓰는 것은 두 덩어리가 쉬지 않고 전기를 쓰기 때문이다. 하나는 칩을 만드는 공정 장비다. 가스를 플라즈마로 만들고, 웨이퍼를 가열하고, 챔버를 진공으로 만든다. 다른 하나는 팹 전체를 돌아가게 하는 팹 인프라(설비·유틸리티) 시스템이다. 클린룸의 공조와 송풍, 냉수를 만드는 칠러, 초순수, 냉각수, 배기가스 처리가 여기에 속한다. 공개된 연구 몇 편은 연도와 산정 방식이 서로 다르지만 규모는 비슷하다. 장비가 팹 전체 전력의 약 40%에서 절반을 쓰고, 나머지는 대부분 인프라가 쓰며, 그중 가장 큰 것은 공조와 냉수 생산인 경우가 많다. 게다가 이 설비들은 1년 내내 꺼지지 않는다.
팹의 전력은 어디에 쓰일까?
| 전력을 쓰는 곳 | 하는 일 |
|---|---|
| 공정 장비 | 플라즈마, 가열, 진공 펌프, 노광용 광원 |
| 클린룸 공조와 송풍 | 여과한 공기를 쉬지 않고 아래로 불어 내리고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 |
| 칠러 | 냉수를 만들어 공조와 장비를 냉각 |
| 기타 인프라 시스템 | 초순수, 냉각수, 배기, 배기가스 처리, 압축 공기 |
이 시스템들이 하는 일은 ‘팹 인프라 엔지니어는 무슨 일을 할까?’, 초순수는 ‘초순수는 얼마나 순수할까?’, 팹에 그 밖에 무엇이 있는지는 ‘팹(fab)이란?’에서 다뤘다. 여기서는 이 설비들이 왜 전력을 많이 쓰는지만 살펴본다.
클린룸 공조는 왜 그렇게 전력을 많이 쓸까?
가정용 에어컨은 방을 시원하게만 하면 된다. 클린룸 공조는 네 가지 일을 동시에 해야 한다.
- 공기를 쉬지 않고 흘려보낸다: 천장에서 여과한 공기를 불어 내리고, 구멍 뚫린 바닥으로 회수해 다시 여과한다. 가장 깨끗한 구역에서는 1시간에 실내 공기 전체를 백 번 이상 교체한다(‘클린룸은 얼마나 깨끗할까?’ 참고). 팬은 24시간 돌아간다.
- 온도와 습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일부 공정, 예를 들어 포토 공정은 온습도에 민감하다. 바깥은 더웠다 추웠다, 건조했다 습했다 해도 실내는 늘 같은 상태여야 한다.
- 신선한 공기를 계속 보충한다: 장비의 배기가 공기를 계속 빼내는 데다, 실내 기압은 바깥보다 조금 높게 유지해야 한다. 빠져나간 만큼의 공기는 외부에서 보충하는데, 들어오는 공기는 모두 여과한 뒤 날씨에 따라 냉각·제습하거나 가열·가습해야 한다.
- 장비의 열을 빼낸다: 장비가 쓴 전력은 결국 거의 모두 열이 되고, 이 열은 공조와 냉각수가 밖으로 옮겨야 한다. 냉수를 만드는 칠러 자체도 전력을 쓴다. 그래서 장비가 전력을 한 단위 쓸 때마다 그 전력이 바뀌어 생긴 열을 빼내는 데 전력이 더 든다.
미국의 한 국립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클린룸이나 실험실이 있는 건물은 같은 면적 기준으로 일반 상업용 건물보다 에너지를 몇 배에서 100배까지 쓸 수 있다.
공정 장비의 전력은 어디에 쓰일까?
- 플라즈마: 식각과 박막 증착의 많은 단계에서 고주파 전력으로 가스를 플라즈마로 만든다(‘식각이란?’ 참고). 장비 한 대에 챔버가 여러 개인 경우가 많다.
- 가열: 퍼니스는 많은 양의 웨이퍼를 한꺼번에 매우 높은 온도로 가열한다(‘퍼니스는 무슨 일을 할까?’ 참고).
- 진공 펌프: 많은 공정이 진공에서 진행된다. 진공 펌프는 대부분 아래층 서브팹에 있으며 쉬지 않고 돌아간다. 그 옆에서 배기가스를 태우거나 분해하는 배기가스 처리 장치도 에너지를 쓴다.
- 노광: 최첨단 노광 장비가 쓰는 빛은 만들기가 매우 어려워, 큰 에너지를 들여도 쓸 수 있는 빛이 되는 것은 그중 일부에 그친다(‘극자외선(EUV)이란?’ 참고).
첨단 공정일수록 왜 전력을 더 쓸까?
새로운 세대의 칩은 스위치 하나가 쓰는 전력이 더 적다(“뉴스에서 말하는 ‘2나노’” 참고). 하지만 그 칩을 만드는 데는 전력이 더 든다.
- 단계가 늘어난다: 선폭이 가늘어지고 층이 많아질수록 한 층을 여러 번 노광하고 여러 번 식각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그 앞뒤로 세정과 계측도 더 늘어난다. 단계가 하나 늘 때마다 장비를 쓰는 시간이 늘고, 공조와 펌프도 그만큼 더 돌아간다.
- 전력을 더 쓰는 장비가 있다: 최첨단 노광 장비가 그 예다. 다만 이 장비는 여러 번에 나눠 하던 노광을 한 번으로 합칠 수 있어 앞뒤 단계도 함께 줄어들고, 그 단계들이 쓸 전력도 절약된다.
연구 기관과 대학의 분석은 모두 같은 면적의 칩을 만드는 데 드는 전력이 세대가 바뀔 때마다 늘어난다고 산출했다.
왜 장비를 꺼서 전력을 아끼지 못할까?
큰 이유는 ‘반도체 공장은 왜 24시간 멈추지 않을까?’에서 다뤘다. 장비가 비싸고, 웨이퍼가 공정을 다 거치는 데 몇 달이 걸리며, 한번 멈추면 다시 가동하기 어렵다. 전력 쪽에는 이유가 두 가지 더 있다.
- 공조를 끄면 클린룸은 더 이상 클린룸이 아니다: 파티클, 온습도, 차압이 모두 틀어진다. 다시 가동하고 다시 확인해야 웨이퍼를 넣을 수 있다.
- 유휴 장비도 전력을 쓴다: 진공을 계속 유지해야 하고, 퍼니스는 비교적 따뜻한 상태로 두는 경우가 많다. 독성 가스의 배기는 한순간도 멈출 수 없다(‘팹에서는 어떤 가스를 쓸까?’ 참고).
정전이나 순간 전압 강하는 왜 심각할까?
외부 전원의 전압이 갑자기, 대개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떨어지는 것을 순간 전압 강하라고 한다. 가정에서는 전등이 한 번 깜빡이고 끝나지만, 팹의 장비는 이것만으로 멈출 수 있다. 장비 안의 작은 부품 하나, 예를 들어 제어 회로 하나만 버티지 못해도 장비 전체가 멈춘다.
멈췄을 때 치르는 대가는 세 가지다.
- 안에 있던 웨이퍼: 공정 도중에 멈춘 웨이퍼는 계측해 봐야 쓸 수 있는지 알 수 있고, 일부는 스크랩할 수밖에 없다.
- 재가동: 장비를 다시 켜고 테스트 런으로 결과물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복구할 수 있다. 가벼운 경우 몇 시간, 심하면 그보다 오래 걸린다.
- 아래층도 돌아와야 한다: 펌프, 배기, 배기가스 처리, 냉각수도 함께 트립될 수 있다. 이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장비를 켜도 공정을 진행할 수 없고, 다시 트립될 수도 있다.
그래서 업계는 장비가 짧은 순간 전압 강하를 어느 정도 견디도록 요구하는 표준을 만들었고, 중요한 설비에는 무정전 전원 장치(UPS)나 발전기를 연결해 두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정전이 나면 안전이 최우선이다. 독성·가연성 가스의 공급은 자동으로 차단되고, 비상 전원이 조명과 소방 설비, 독성 가스의 배기와 감지를 먼저 유지하며, 점검을 마친 뒤에야 가스를 다시 공급한다.
팹은 전력을 어떻게 아낄까?
- 열을 회수한다: 팹에서 빼낸 열을 꼭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외기는 제습한 뒤 다시 가열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 회수한 열을 쓰면 보일러 가동과 전기 가열을 줄일 수 있다. 밖으로 내보낼 공기도 들어오는 공기와 먼저 열을 교환할 수 있다.
- 필요한 만큼만 송풍한다: 팬의 전력은 풍량에 1대1로 비례하지 않는다. 풍량을 10% 줄이면 팬 전력은 20%에서 30%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 팬과 펌프에는 인버터를 달아 필요에 따라 회전 속도를 조절하는 경우가 많아, 늘 최고 속도로 돌릴 필요가 없다.
- 가장 깨끗한 공간을 줄인다: 웨이퍼는 밀폐된 FOUP에 담겨 이동하다가 장비 입구에 도착해서야 열리므로, 가장 엄격한 청정도는 이 작은 구간에만 유지하면 된다(‘웨이퍼는 팹 안에서 어떻게 이동할까?’ 참고). 방 전체에 그만큼 강한 바람을 불어 넣지 않아도 되므로 전력을 상당히 아낄 수 있다.
- 냉수를 두 가지 온도로 만든다: 모든 곳에 가장 차가운 물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꼭 필요한 곳에만 아주 차가운 물을 쓰고 나머지에는 덜 차가운 물을 쓰면 칠러의 부담이 줄어든다.
- 장비가 쉴 때는 함께 쉰다: 업계 표준은 장비의 대기 절전 상태를 정의하고 있다. 공정을 진행하지 않을 때는 아래층의 펌프와 배기가스 처리 장치에 먼저 속도를 늦추라고 알리고, 웨이퍼가 들어올 때가 되면 정상 상태로 되돌릴 수도 있다.
fab24hr에서는
fab24hr에서 팹 전체의 전력은 전력팀이 맡는다. ‘출근’을 누르고 ‘직장인의 하루’를 고른 뒤 ‘오늘 나는’ 카드에서 ‘양산 팹’을 누르고, 좌우로 넘겨 인프라 엔지니어를 찾아 이름 아래의 ‘인프라 · 전력’을 누르면 전력팀 엔지니어가 된다.
- 심야 근무: 집에서 온콜을 서는데 중앙 제어실에서 전화가 온다. 오늘 밤 여러 장비에 문제가 생겼는데 전기 때문이냐는 것이다. 전압 기록은 밤새 평탄하다. 기록대로 “전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답할 수도 있고, 일단 “전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 오후 근무: 새 장비를 결선하기 전에 먼저 차단기(회로의 스위치)를 내리고 LOTO(lockout/tagout)를 건 다음, 계측기로 검전해 전기가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작업한다. 장비사는 빨리 전원을 넣고 싶어 하지만 상선 두 가닥이 바뀌어 연결되어 있다. 삼상 전원의 세 선은 번갈아 가며 최고 전압에 이르는데, 이 순서를 상순이라고 한다. 두 선이 바뀌면 모터가 거꾸로 돈다. 상순을 먼저 측정할 수도 있고, 전원부터 넣을 수도 있다.
‘인프라 · 가스·케미컬’ 역할이나 식각 공정 엔지니어로 플레이하면 랜덤 이벤트 ‘순간 전압 강하’를 만날 수 있다. 클린룸 공조와 냉수는 ‘인프라 · 공조’가 맡는다(‘클린룸의 공기는 어디에서 올까?’ 참고). 게임 속 팹, 인물, 장비 번호는 모두 가상이며, 이 팹이 전력을 얼마나 쓰는지도 나오지 않는다. 전력이 어디에 쓰이는지, 왜 멈출 수 없는지는 공개된 일반 자료를 바탕으로 썼다. 다른 전문 용어는 ‘반도체 공장 전문 용어, 쉬운 말로 풀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임에서 만나는 곳전력팀 엔지니어(양산 팹, 인프라 · 전력)가 되면 심야 근무에는 집에서 온콜을 서다가, 오늘 밤 여러 장비에 문제가 생긴 것이 전기 때문이냐는 중앙 제어실의 전화를 받는다. 전압 기록은 밤새 평탄하다. 오후 근무에는 새 장비를 결선하기 전에 LOTO를 걸고 검전하며, 전원을 넣기 전에 상순을 먼저 측정할 수 있다.
fab24hr에서는 한밤중에 누군가 ‘전기 문제일까’ 하고 묻는다. 전력팀의 답은 전압 기록 안에 있다.
전력팀 엔지니어로 플레이하며 팹 전체의 전력 지키기선생님께: 이 글은 ‘수업에서 fab24hr 활용하기’ 페이지와 함께 수업에 쓸 수 있어요.
이 글 인용하기‘반도체 팹은 왜 그렇게 전력을 많이 쓸까?’, fab24hr, 업데이트. https://fab24hr.com/ko/blog/fab-power/
수업과 비영리 목적이라면 무료로 쓸 수 있어요. 화면에 띄우거나, 강의 자료에 넣거나, 학생들에게 인쇄해 나눠 줘도 괜찮아요. 출처(fab24hr)를 밝혀 주세요. 판매하거나 자기 작품으로 바꿔 내놓는 것은 안 돼요. 오류가 있다면 문제 신고
다른 글
결함 검사란? 웨이퍼 위의 파티클과 스크래치는 어떻게 찾을까
모니터 웨이퍼, 컨트롤 웨이퍼, 더미 웨이퍼란? 장비는 매일 어떻게 이상 없음을 증명할까
APC란? 팹은 계측 후 어떻게 자동으로 보정할까: 피드백과 피드포워드
FDC란? 장비의 센서는 어떻게 쉬지 않고 감시될까
이 사이트의 다른 페이지
- fab24hr란?: 두 가지 플레이 방식, 네 가지 근무, 자주 묻는 질문, 자료 출처
- 칩의 일생: 칩 하나가 테이프아웃, 시생산, 양산, 웨이퍼 테스트, 패키징을 거쳐 출하되기까지 단계마다 하는 일
- 반도체 공장 엔지니어의 하루: PE, EE, PIE, 제조부의 역할 분담과 하루 타임라인
- 반도체 공장에는 누가 있을까: 기술자, 제조부, 공정, 장비, 인프라, PIE, 품질, 생산관리, 마스크, 개발, 팀장, 장비사부터 후공정 공장의 테스트와 패키징까지, 직무별 하루
- 반도체 공장 전문 용어, 쉬운 말로 풀이: MO, Hold, Q-time, OCAP 같은 전문 용어를 한 줄씩 쉬운 말로
- 반도체 입문: 칩의 일생 따라가기: 반도체 입문 강의: 칩의 일생을 따라가는 그림 강의 노트, 슬라이드, 필독 글, 3D 장비, 토론 질문(독학·수업용)
- 분해해서 보는 반도체 공장 장비: 반도체 장비 31종이 하는 일(식각 장비, 노광 장비, CMP, OHT, 몰딩 장비…), 모두 3D 모델로 분해해 보기
- 수업에서 fab24hr 활용하기: 반도체 수업 지도안: 20/40분 수업 흐름, 한 챕터·한 구역 한 차시 수업(3D 장비, 게임, 글), 토론 질문, 활동지, 선생님들이 자주 묻는 질문
- 소개 및 미디어 자료: 홍보 영상, 게임 화면, 소개 문구와 기본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