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와 프로세서는 무엇이 다를까? DRAM과 플래시 메모리는 또 무엇이 다를까
프로세서는 ‘계산’을, 메모리는 ‘기억’을 맡는다. 프로세서는 로직 칩이라고도 하며, 프로그램에 따라 한 단계씩 계산하고 판단한다. 메모리는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저장해 두었다가 프로세서가 가져가기를 기다린다. 가장 흔한 메모리는 두 가지다. DRAM은 매우 빠르지만 전원이 꺼지는 순간 내용을 잊어버리며, 휴대폰 사양에 적힌 ‘RAM’이 바로 이것이다. 플래시 메모리는 훨씬 느리지만 전원이 꺼져도 기억하며, 휴대폰의 ‘128GB’, ‘256GB’ 용량이 바로 이것이다. 휴대폰 한 대에는 이 세 가지 칩이 모두 들어 있다.
프로세서와 메모리는 어떻게 일을 나눌까?
프로세서를 책상 앞에 앉아 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자.
- DRAM은 책상이다: 책상 위에 펼쳐 둔 것은 손만 뻗으면 닿지만, 책상은 넓지 않다. 불을 끄면(전원이 꺼지면) 책상 위가 깨끗이 비워진다.
- 플래시 메모리는 책장이다: 많이 넣을 수 있고 넣어 둔 것이 없어지지도 않지만, 일어나서 가지러 가야 하니 느리다.
앱 하나를 여는 것은 책장에서 책 한 권을 꺼내 책상에 펼치는 것과 같다. 프로그램이 플래시 메모리에서 DRAM으로 복사되고, 프로세서는 DRAM에서 데이터를 하나씩 가져와 계산한다. 칩에 어떤 종류가 더 있는지는 ‘칩이란?’을 먼저 읽어 보자.
프로세서를 왜 ‘로직’ 칩이라고 부를까?
칩 안에 가장 많은 것은 트랜지스터, 즉 전기로 제어하는 작은 스위치다(트랜지스터란?). 스위치가 켜지느냐 꺼지느냐에 따라 선 하나가 전원에 연결되거나 접지에 연결된다. 전압이 높으면 1, 낮으면 0이다. 스위치 몇 개를 이어 붙이면 ‘둘 다 1이어야 1을 낸다’, ‘하나라도 1이면 1을 낸다’, ‘1이 들어오면 0을 낸다’ 같은 작은 회로를 만들 수 있는데, 이를 논리 게이트라 한다. 논리 게이트를 층층이 조합하면 덧셈을 하고, 크기를 비교하고, 조건에 따라 다음 단계를 정할 수 있다. ‘로직(논리)’이라는 이름이 여기서 나왔다. 컴퓨터와 휴대폰의 프로세서, 그래픽카드에서 그래픽을 계산하는 칩도 모두 로직 칩이다.
사실 프로세서에도 메모리가 조금 있는데, 책상 옆의 메모지 같은 것이다. SRAM이라 하며, 0이나 1 하나를 기억하는 데 트랜지스터 6개를 쓴다. 리프레시가 필요 없고 매우 빠르지만 면적을 많이 차지해서, 아주 조금만 두고 프로세서가 바로 다음 순간에 쓸 것을 기억해 둔다.
DRAM은 왜 전원이 꺼지면 잊어버릴까?
DRAM의 셀 하나는 트랜지스터 하나와 커패시터 하나로 이루어진다. 커패시터는 작은 컵과 같아서, 전하가 차 있으면 1, 비어 있으면 0이다. 트랜지스터는 컵의 문으로, 읽거나 쓸 때만 열린다.
문제는 이 컵이 샌다는 것이다. 전하가 조금씩 빠져나간다. 그래서 DRAM은 쉬지 않고 셀마다 내용을 읽어 냈다가 다시 채워 넣어야 하는데, 이를 리프레시(refresh)라 한다. 공개된 표준에 따르면 일반적인 온도에서 셀마다 수십 밀리초에 한 번씩 리프레시해야 한다(64밀리초인 표준도 있고 32밀리초인 표준도 있다). 1초에 십수 번에서 서른몇 번인 셈이다. DRAM의 D는 dynamic(동적)으로, 바로 이 점을 가리킨다. 전원이 꺼져 아무도 리프레시하지 않으면 데이터는 금방 사라진다. 휴대폰 화면이 꺼진 채 내용이 남아 있는 동안에도 DRAM은 계속 리프레시해야 하고, 여기에도 전기가 조금 든다.
장점은 빠르다는 것이다. 데이터 하나를 읽는 데 수십 나노초(1나노초는 10억분의 1초)면 된다.
플래시 메모리는 왜 전원이 꺼져도 기억할까?
플래시 메모리의 셀 하나도 트랜지스터 하나다. 다만 게이트(스위치를 제어하는 문)와 그 아래 채널 사이에 전자를 가둬 두는 전용 공간이 하나 더 끼어 있고, 사방이 절연층으로 단단히 둘러싸여 있어 문 없는 작은 방과 같다. 쓸 때는 비교적 높은 전압을 걸어 전자를 아주 얇은 절연층 너머로 억지로 밀어 넣어 이 방에 가둔다. 전자는 빠져나오지 못하므로 전원이 꺼져도 남아 있고, 보통 몇 년은 유지된다. 방에 전자가 갇혀 있으면 이 스위치는 켜기가 더 어려워진다. 읽을 때는 스위치가 잘 켜지는지 시험해 보고 0인지 1인지 판단한다.
대가는 느리다는 것이다. 전자를 밀어 넣고 빼내는 데 시간이 걸리고, 셀 하나만 지울 수 없어 한 블록 전체를 한꺼번에 지워야 한다. ‘플래시’라는 이름은 한 번에 큰 덩어리를 지우는 모습이 카메라 플래시를 떠올리게 해서 붙었다고 한다. 읽기만 해도 수십 마이크로초(1마이크로초는 100만분의 1초)가 걸려 DRAM보다 수백 배에서 천 배가량 느리고, 쓰기와 지우기는 더 느리다. 셀마다 지우고 쓸 수 있는 횟수에도 한계가 있어서, 제어 회로가 쓰기를 셀 전체에 고르게 나눈다.
뉴스에 자주 나오는 NAND가 바로 휴대폰과 SSD에 들어가는 이런 플래시 메모리다. 셀을 한 줄로 이어 연결하는 방식이 NAND라는 논리 게이트와 닮아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휴대폰 사양표에는 저장 용량을 ‘ROM’이라고 적는 경우가 많은데, 예전부터 내려온 이름일 뿐 실제로는 이것도 플래시 메모리다.
휴대폰에는 왜 두 메모리가 다 필요할까?
두 메모리에 각각 부족한 점이 하나씩 있기 때문이다.
- 플래시 메모리는 너무 느리다: 프로세서가 여기서 직접 데이터를 가져오면 계속 기다려야 한다. 또 이런 플래시 메모리에서는 프로세서가 바로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없어, 먼저 DRAM으로 옮겨야 한다.
- DRAM은 잊어버리고, 더 비싸다: 같은 용량이면 DRAM이 훨씬 비싸고, 전원이 꺼지면 비워지므로 사진을 저장하는 데 쓸 수 없다.
그래서 사진, 앱, 시스템은 플래시 메모리에 두고, 지금 쓰는 부분만 DRAM으로 옮긴다. 휴대폰의 RAM은 보통 몇 GB에서 십수 GB이고, 저장 용량은 대개 그보다 10배 이상 크다. 재부팅하면 앱을 처음부터 다시 열어야 하는 것도 DRAM이 비워져서 플래시 메모리에서 다시 옮겨 와야 하기 때문이다.
메모리 칩과 로직 칩은 만드는 방식이 어떻게 다를까?
메모리 칩: 같은 셀을 수십억 개 이상 반복해 배열한다. DRAM 칩 하나에는 수십억에서 백억 개가 넘는 셀이 있고, 셀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 같은 타일로 넓은 바닥을 빈틈없이 까는 것과 같다. 승부는 셀 하나를 조금이라도 더 작게 만들 수 있느냐다. 셀이 작을수록 칩 하나에 더 많이 담기고, 비트당 가격이 싸진다. 셀이 모두 같기 때문에 설계할 때 예비 행을 몇 줄 더 넣어 둔다. 테스트에서 어느 행에 불량 셀이 발견되면 그 행을 예비 행으로 바꾼다. 그러면 칩 전체를 여전히 쓸 수 있어 수율이 조금 높아진다.
셀이 점점 작아지면서 두 메모리는 각각 다른 어려움을 겪는다.
- DRAM: 컵이 좁아져도 충분한 전하를 담아야 하므로 위로 키울 수밖에 없어, 높고 가는 기둥 모양이 되었다. 높이가 폭의 수십 배다.
- 플래시 메모리: 평면에서 더 줄이기 어려워지자 셀을 한 층씩 위로 쌓았고, 지금은 100층이 넘게 쌓는다. 그런 다음 위에서 깊고 가는 구멍을 식각해 수많은 층을 관통시킨다.
로직 칩: 회로가 더 복잡하고, 스위치가 얼마나 빠른지가 승부다. 프로세서 회로의 상당 부분은 저마다 모양이 달라 반복되는 패턴이 잘 보이지 않는다. 배선도 더 복잡해서 최첨단 칩은 10층 이상 쌓는데, DRAM의 배선층은 보통 그보다 훨씬 적다. 로직 칩은 트랜지스터가 얼마나 빨리 스위칭하는지를 가장 중시하므로, 새로운 트랜지스터 구조는 로직 칩에 먼저 쓰이는 경우가 많다. 메모리는 비트당 가격을 더 중시해서, 주변 제어용 트랜지스터에는 일부러 최신 방식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덧붙이면, 뉴스에서 말하는 ‘2nm’, ‘3nm’는 로직 칩의 세대를 가리킨다(뉴스에서 말하는 ‘2나노’는 무엇이 2나노일까?). 메모리에는 따로 셈법이 있어서, DRAM은 자체 세대 코드를 쓰고 플래시 메모리는 흔히 ‘몇 층을 쌓았는가’로 비교한다. AI 칩 옆에 붙는 특별한 메모리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읽어 보자.
fab24hr에서는
게임 속 R&D 라인, 양산 팹, 후공정 공장은 모두 가상이며, 메모리 공장은 나오지 않고 칩의 어느 부분이 계산하고 어느 부분이 기억하는지도 말하지 않는다. 메인 스토리 ‘칩의 일생’이 따라가는 것은 가상의 보청기 칩 ‘Glowmere’다. 버튼형 전지 하나가 며칠 더 버티게 해야 하므로, 칩이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도 새는 전류(누설 전류)가 이 칩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라고 고객사 제품 엔지니어는 말한다. 챕터 10 ‘대기 전류’에서는 테스트 엔지니어가 되어, 웨이퍼 테스트에서 이 전류의 상한을 어디에 그을지 정하고 테스트 프로그램에 써넣어야 한다. 엄격하게 잡으면 수율이 떨어지고, 느슨하게 잡으면 전지가 오래가지 못한다. 게임 속 회사, 칩, 인물, 숫자는 모두 가상이다. 프로세서와 메모리가 어떻게 일을 나누는지, DRAM과 플래시 메모리가 어떻게 기억하는지는 공개된 일반 자료를 바탕으로 썼다. 다른 전문 용어는 ‘반도체 공장 전문 용어, 쉬운 말로 풀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임에서 만나는 곳메인 스토리 ‘칩의 일생’은 가상의 보청기 칩 ‘Glowmere’를 따라간다. 이 칩은 버튼형 전지 하나가 며칠 더 버티게 해야 한다. 챕터 10 ‘대기 전류’에서는 테스트 엔지니어가 되어, 칩이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도 새는 전류가 얼마를 넘으면 걸러 낼지 정해야 한다.
fab24hr에서는 칩이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 새는 전류가 얼마인지가, 테스트 엔지니어가 상한을 정해야 하는 숫자다.
챕터 10 ‘대기 전류’부터 플레이하기선생님께: 이 글은 ‘수업에서 fab24hr 활용하기’ 페이지와 함께 수업에 쓸 수 있어요.
이 글 인용하기‘메모리와 프로세서는 무엇이 다를까? DRAM과 플래시 메모리는 또 무엇이 다를까’, fab24hr, 업데이트. https://fab24hr.com/ko/blog/logic-vs-me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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