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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 입문약 6분

칩은 왜 전력을 쓸까?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의 대기 전류와 누설 전류

칩이 전력을 쓰는 이유는 그 안에 전기로 제어하는 작은 스위치가 아주 많기 때문이다. 전력 소비는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동작할 때로, 스위치가 한 번 전환될 때마다 전기를 조금씩 쓴다. 다른 하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로, 스위치가 분명히 꺼져 있는데도 아주 작은 전류가 새어 나간다. 이를 누설 전류(leakage current)라 하며, 줄여서 누설이라고도 한다. 칩 전체에 전원이 들어와 있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 배터리에서 빠져나가는 그 작은 전류를 대기 전류(standby current)라 한다. 흔히 말하는 ‘전기를 아끼는 칩’, ‘저전력 칩’은 이 두 가지를 모두 낮추도록 궁리한 칩이다.

칩이 동작할 때 전력은 어디에 쓰일까?

칩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소자는 트랜지스터로, 전기로 제어하는 작은 스위치다(생김새는 ‘트랜지스터란?’ 참고). 스위치가 켜지느냐 꺼지느냐에 따라 배선 하나가 전원에 연결되거나 접지에 연결된다. 전압이 높으면 1, 낮으면 0이다.

스위치가 한 번 전환될 때마다 전기를 조금 채웠다가 다시 내보내야 한다. 작은 컵에 물을 가득 채웠다가 쏟아 버리는 것과 같다. 그래서 칩이 하는 일이 많을수록, 전환이 빠를수록 쓰는 전력도 많아진다.

전압의 영향은 특히 크다. 이 부분의 소비 전력은 대략 전압의 제곱에 비례한다. 전압을 80%로 낮추면 이 부분은 60%를 조금 넘는 수준만 남는다. 그래서 전력을 아끼는 첫 번째 방법은 대개 전압을 낮추는 것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데 왜 전력을 쓸까?

스위치가 완전히 잠기지 않기 때문이다.

트랜지스터는 아주 작아서, 게이트가 ‘꺼짐’을 가리킬 때도 입구에서 출구로 전류가 조금씩 빠져나간다. 게이트 아래의 아주 얇은 절연막도 전자가 그대로 뚫고 지나갈 수 있다. 이것이 누설 전류다.

꽉 잠기지 않는 수도꼭지와 같다. 물을 틀어 쓰는 동안에는 한 방울씩 떨어지는 것이 대수롭지 않지만, 밤새 떨어지면 아침에는 양동이가 가득 찬다.

스위치 하나가 새는 전류는 무시해도 될 만큼 적지만, 칩 하나에는 스위치가 엄청나게 많고 스마트폰 칩에는 백억 개가 넘게 들어 있어서 모두 더하면 상당하다. 게다가 동작 전력은 일을 할 때만 생기지만, 누설 전류는 전원이 들어와 있기만 하면 매 순간 샌다.

스위치를 작게 만들수록 누설 전류는 더 골치 아파진다. 한 세대 작아질 때마다 전압도 함께 낮추는데, 전압을 낮추면 스위치가 ‘켜지는’ 문턱도 따라 낮춰야 하고, 문턱이 낮아지면 꺼져 있을 때 더 많이 샌다. 그래서 2000년대 중반쯤부터는 전압을 더 낮추기 어려워졌고, 이는 무어의 법칙이 느려진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무어의 법칙이란?’ 참고). 뉴스에서 말하는 ‘2나노’처럼 한 세대씩 내려갈 때마다, 스위치를 확실히 끄기 위한 방법을 또 찾아야 한다.

빠른 칩은 왜 대체로 누설도 많을까?

스위치 하나가 얼마의 전압에서 켜지는지는 만들 때 정해진다. 이 문턱을 문턱 전압(threshold voltage)이라 한다.

문턱이 낮으면 살짝만 밀어도 열려 빠르게 동작하지만, 꺼져 있을 때 확실히 잠기지 않아 많이 샌다. 문턱이 높으면 확실히 잠기지만 열리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빠름’과 ‘절전’은 서로 맞바꿔야 할 때가 많다.

같은 설계도로 만든 칩도 모두 똑같지는 않다. 빠른 쪽으로 치우친 칩은 대체로 누설도 많다. 또 온도가 높을수록 더 많이 샌다.

대기 전류란?

칩 전체에 전원이 들어와 있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 전원에서 빠져나가는 전류다. 이때 스위치는 거의 전환되지 않으므로, 남는 것은 주로 누설 전류다.

동작할 때의 소비 전력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의 누설 전류
언제 생기나스위치가 전환될 때전원이 들어와 있으면 매 순간
무엇에 좌우되나하는 일의 양, 전환 속도, 전압의 높이스위치가 얼마나 확실히 잠기는지, 스위치의 수, 온도

보청기, 손목시계, 센서는 왜 대기 전류를 특히 신경 쓸까?

두 가지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가 작고, 칩 전체나 일부가 대기하는 시간이 길다.

많은 센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잠들어 있다가, 가끔 깨어나 한 번 측정하고 데이터를 보낸 뒤 다시 잠든다. 전자시계도 대부분의 시간에는 시간을 셀 뿐이다. ‘기다리는’ 시간이 ‘일하는’ 시간보다 훨씬 길어서, 전체 소비 전력 가운데 대기가 차지하는 몫이 큰 경우가 많다.

보청기는 소리를 잘 들리게 도와주는 작은 기기로, 끼고 있는 동안 계속 소리를 받아 처리한다. 하지만 칩 안의 모든 부분이 늘 바쁜 것은 아니며, 바쁘지 않은 부분도 계속 샌다. 보청기에는 작은 아연공기 전지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하나로 대략 며칠에서 1~2주를 버티며 전지 크기, 기종, 하루에 얼마나 오래 끼는지에 따라 다르다.

배터리가 얼마나 버티는지는 대략 ‘배터리에 담긴 전기의 양’을 ‘평균적으로 매 순간 쓰는 양’으로 나눈 값이다. 평균 소비가 10% 늘면 버티는 시간도 거의 10% 줄어든다. 칩이 조금 더 샐 때마다 배터리는 조금 더 빨리 닳는다.

칩을 설계할 때 어떻게 전력을 아낄까?

쉽게 말하면 흔히 쓰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 쓰지 않는 부분은 먼저 멈춘다: 칩 안에는 메트로놈 같은 신호가 있는데 이를 클록(clock)이라 하며, 스위치는 이 박자에 맞춰 전환된다. 쓰지 않는 블록의 박자를 멈추면 동작 전력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전원은 여전히 들어와 있으므로 누설은 계속된다.
  • 쓰지 않는 부분은 블록째 전원을 끊는다: 전원까지 차단하면 누설 전류도 아낄 수 있다. 대신 다시 쓸 때는 다시 켜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고, 끄기 전에 기억해 둬야 할 것은 먼저 저장해 둬야 한다.
  • 빠른 스위치는 꼭 필요한 곳에만 쓴다: 반드시 빨라야 하는 곳에는 문턱이 낮은 스위치를, 급하지 않은 곳에는 문턱이 높아 확실히 잠기는 스위치를 쓴다.
  • 전압은 되도록 낮추고, 대부분의 시간은 재운다: 전속력이 필요 없을 때는 전압을 낮춰 조금 느리게 돌리고, 일이 있을 때만 깨웠다가 일을 마치면 바로 다시 재운다.

팹과 후공정 공장은 누설 전류를 어떻게 관리할까?

스위치가 확실히 잠기는지도 만드는 과정에서 정해진다. 게이트 아래 절연막을 얼마나 두껍게 키우는지(퍼니스에서 키우는 경우도 있다), 실리콘에 원자를 얼마나 넣는지(흔히 이온 주입으로 넣는다)가 모두 문턱과 누설에 영향을 준다. 조금만 치우쳐도 칩이 조금 빨라지는 대신 조금 더 샐 수 있다. 그래서 팹은 웨이퍼를 내보내기 전에 WAT를 해서 TEG로 전류와 누설 전류를 재고, 이 로트가 치우치게 만들어지지 않았는지 본다.

후공정 공장에 가면 칩마다 시험을 치른다(어떻게 시험하는지는 ‘칩은 어떻게 테스트할까?’ 참고). 시험지에 해당하는 것이 테스트 프로그램이고, 그중 한 문제가 대기 전류다. 칩을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상태로 두고 전류가 얼마나 빠져나가는지 재서, 상한을 넘으면 걸러 내 다른 bin으로 분류한다.

상한을 어디에 긋느냐는 일종의 저울질이다. 너무 엄격하게 잡으면 양품까지 걸러져 수율이 떨어지고, 너무 느슨하게 잡으면 누설이 심한 칩이 사용자의 손에 들어가 배터리가 오래가지 못한다.

테스트가 묻는 것은 ‘지금 얼마나 새는가’다. 한동안 쓰고 나서 고장 나는지는 또 다른 문제로, ‘번인이란?’에서 다룬다.

fab24hr에서는

fab24hr의 메인 스토리 ‘칩의 일생’은 가상의 보청기 칩 ‘Glowmere’를 따라간다. 이 칩은 버튼형 전지 하나로만 동작하므로, 모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대기 중의 누설 전류다.

챕터 10 ‘대기 전류’에서는 후공정 공장의 테스트 엔지니어가 된다. 첫 양산분 웨이퍼가 막 도착했는데, bin에서 가장 많은 불량은 대기 전류 과다이고, 웨이퍼 가장자리 한 바퀴에 몰려 있으며 상한 바로 근처에 걸려 있다. 고객사의 제품 엔지니어 Leo는 자기 회사 광고에 ‘배터리 하나로 며칠 더’라고 쓴다고 말한다. 상한을 엄격하게 잡을지, 완화할지, 아니면 R&D 라인의 FF 코너 수치로 정할지(챕터 1에서 R&D 라인에 FF를 돌리게 하지 않았다면 이 선택지는 없다)를 직접 정해 테스트 프로그램에 써넣는다.

종장은 챕터 13 ‘아버지의 손에’다. 이번에는 선 대표 아버지가 된다. 예전 보청기는 전기를 많이 먹어서, 그저께 바꾼 전지가 저녁 무렵 또 삐 소리를 두 번 낸다. 딸이 새 보청기를 가져온다. “전기를 아주 적게 써. 같은 배터리로 며칠은 더 버틸 수 있어.” 밤 10시 반, 예전 보청기라면 진작 소리가 끊겼을 시간인데, 아내가 부엌에서 하는 말이 거실에서도 들린다. 챕터 10에서 상한을 완화했다면, 석 달 뒤 일부 보청기의 배터리가 약속한 것보다 며칠이나 빨리 닳아 반품되어 돌아온다.

‘출근’을 누르고 ‘직장인의 하루’를 고른 뒤, ‘오늘 나는’ 카드에서 ‘후공정 공장’을 누르고 좌우로 넘겨 테스트 엔지니어를 고르면, 오전 근무가 바로 챕터 10의 그 근무다. 오후 근무에는 대기 전류가 상한을 넘지는 않았지만 주변 칩보다 눈에 띄게 높은 칩 세 개를 따로 골라낼지도 정해야 한다.

게임 속 회사, 칩, 인물, 숫자는 모두 가상이다. ‘며칠 더’는 이야기 속 표현일 뿐, 실제 어느 제품의 수치도 아니다. 누설 전류와 대기 전류에 관한 내용은 공개된 일반 자료를 바탕으로 썼다. 다른 전문 용어는 ‘반도체 공장 전문 용어, 쉬운 말로 풀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임에서 만나는 곳메인 스토리 ‘칩의 일생’ 챕터 10 ‘대기 전류’에서는 후공정 공장의 테스트 엔지니어가 되어, bin을 보고 가장 많은 불량이 대기 전류 과다임을 알아낸 뒤 상한을 어디에 그을지 정해 테스트 프로그램에 써넣는다. 챕터 13에서는 선 대표 아버지가 새 보청기를 끼고, 딸은 같은 배터리로 며칠은 더 버틸 수 있다고 말한다.

fab24hr에서는 대기 전류 상한을 엄격하게 잡으면 수율이 떨어지고, 완화하면 어떤 보청기는 배터리가 오래가지 못한다. 상한을 어디에 그을지는 플레이어가 정한다.

챕터 10 ‘대기 전류’ 플레이하며 상한을 어디에 그을지 정하기

선생님께: 이 글은 ‘수업에서 fab24hr 활용하기’ 페이지와 함께 수업에 쓸 수 있어요.

이 글 인용하기‘칩은 왜 전력을 쓸까?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의 대기 전류와 누설 전류’, fab24hr, 업데이트. https://fab24hr.com/ko/blog/low-power-c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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