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은 어떻게 출하할까? 테이프 앤 릴, 방습 포장과 습도 민감도 등급
칩 출하는 대개 이렇게 이루어진다. 테스트를 마친 칩을 플라스틱 테이프의 작은 포켓에 하나씩 넣어 릴에 감는데, 이를 테이프 앤 릴(tape and reel)이라 한다. 습기에 약한 칩은 먼저 베이킹으로 건조한 뒤 건조제 한 봉, 습도 지시 카드 한 장과 함께 방습백에 밀봉하는데, 이를 방습 포장(dry pack)이라 한다. 그다음 라벨을 붙이고 상자에 담아 고객사의 조립 공장으로 보내면, 그곳의 장비가 칩을 하나씩 회로 기판에 솔더링한다.
칩을 그냥 봉투에 담아 보내면 안 되는 이유는?
첫째, 회로 기판 위의 부품은 장비가 올린다. 장비는 매번 같은 위치에서 같은 방향으로 칩을 집어야 한다. 둘째, 칩을 감싼 검은 플라스틱은 밖에 꺼내 둔 과자처럼 서서히 습기를 먹는다. 회로 기판에 솔더링할 때는 200℃가 넘게 가열하는데, 이때 흡수한 수분이 문제를 일으킨다. 그래서 출하할 때는 ‘방향’과 ‘건조’를 함께 챙겨야 한다. 칩을 어떻게 감싸는지는 ‘패키징이란?’에서 다뤘다. 이 작업들은 흔히 후공정 공장에서 하는데, 이에 관해서는 ‘OSAT란?’을 참고하라.
칩 출하, 단계별로 어떻게 하나?
1단계: 테스트를 통과한 칩만 출하한다
- 하는 일: 패키징을 마친 칩은 먼저 파이널 테스트를 거치고, 양품만 다음 단계로 간다(‘칩은 어떻게 테스트할까?’ 참고).
- 이유: 테이프에 넣고 봉투에 밀봉한 뒤에는 하나씩 골라낼 방법이 없다.
- 하지 않으면: 불량 칩을 기판에 솔더링한 뒤에야 발견하게 되고, 떼어 내 교체하는 일은 번거롭다.
2단계: 하나씩 테이프 앤 릴에 담는다(또는 튜브, 트레이)
- 하는 일: 플라스틱 테이프에 작은 포켓을 한 줄로 성형하고, 포켓마다 칩을 하나씩 모두 같은 방향으로 넣는다. 위를 얇은 필름으로 덮어 봉한 뒤 둥근 릴에 감으며, 릴 하나에는 보통 수백~수천 개가 들어간다. 긴 플라스틱 튜브에 넣는 칩도 있고, 비교적 큰 칩은 칸이 나뉜 트레이에 담기도 한다.
- 이유: 고객사의 장비는 테이프 가장자리에 줄지어 난 작은 구멍을 이용해 테이프를 한 칸씩 앞으로 보내고, 필름을 벗겨 칩을 흡착해 기판 위에 올린다. 방향이 모두 같아야 장비가 ‘1번 핀’(핀 번호가 시작되는 핀)이 어느 쪽에 있는지 안다.
- 하지 않으면: 방향이 반대로 들어가도 장비는 그대로 실장하고, 기판이 동작하지 않거나 심하면 타 버릴 수도 있다.
3단계: 습기에 얼마나 약한지 확인한다
- 하는 일: 기판 표면에 실장하는 플라스틱 패키지는 종류마다 습도 민감도 등급이 있으며, 영문 약자로 MSL(moisture sensitivity level)이라 한다. 이 등급은 개발 단계에서 미리 시험해 정해 둔다. 샘플이 일정한 온도와 습도에서 수분을 흡수하게 한 뒤 솔더링 온도로 오븐을 몇 차례 통과시키고, 갈라짐이나 박리가 없는지, 전기적으로 정상 동작하는지 확인한다(다른 시험은 ‘신뢰성 테스트란?’ 참고).
- 이유: 크기, 두께, 재료가 다르면 습기에 약한 정도도 다르다. 등급에 따라 방습 포장이 필요한지, 개봉 후 얼마나 둘 수 있는지가 정해진다.
- 하지 않으면: 고객은 추측할 수밖에 없고, 잘못 추측하면 솔더링 중에 패키지가 갈라질 수 있다.
4단계: 습기에 약한 칩은 베이킹으로 건조해 방습백에 밀봉한다
- 하는 일: 가장 덜 민감한 등급은 그대로 출하할 수 있다. 나머지는 보통 먼저 베이킹으로 건조해 이미 흡수한 수분을 몰아낸다. 그런 다음 수분이 통과하지 못하는 봉투에 릴을 넣고 건조제 한 봉과 습도 지시 카드 한 장을 함께 넣은 뒤, 경우에 따라 공기를 어느 정도 빼고 열로 입구를 밀봉한다.
- 이유: 건조제는 봉투 안에 남은 수분을 흡수한다. 과자 봉지 안에 든 작은 봉지와 같은 역할이다. 습도 지시 카드의 작은 원은 각각 하나의 습도를 나타내며, 그 습도에 이르면 색이 변한다. 흔히 파란색에서 분홍색으로 바뀌므로, 봉투를 여는 사람이 아직 건조한지 한눈에 알 수 있다.
- 하지 않으면: 운송 중에, 창고에서 칩이 하루하루 수분을 먹어 고객의 손에 닿을 때는 이미 습해져 있다.
5단계: 라벨을 붙인다
- 하는 일: 릴, 봉투, 상자마다 라벨을 붙인다. 품번(어떤 칩인지), 수량, 로트 번호, 날짜가 들어간다. 습기에 약한 칩은 봉투 바깥에 경고 라벨이 하나 더 붙는다. 등급, 밀봉 날짜, 개봉 후 언제까지 솔더링을 마쳐야 하는지, 솔더링 최고 온도, 시간을 넘겼을 때 어떻게 베이킹하는지가 적힌다.
- 이유: 고객은 라벨을 보고 앞으로 얼마나 더 둘 수 있는지 안다. 문제가 생기면 로트 번호로 어느 로트였는지 찾아낸다.
- 하지 않으면: 한 칸이라도 빠지면, 예컨대 밀봉 날짜가 없으면 고객은 이 봉투를 얼마나 더 둘 수 있는지 계산할 수 없다.
6단계: 상자에 담아 고객사의 조립 공장으로 보낸다
- 하는 일: 봉투를 상자에 담아 차에 싣는다. 고객은 상자를 받으면 먼저 라벨과 습도 카드를 확인한 뒤 릴을 장비에 장착한다(솔더링 방법은 ‘칩은 어떻게 회로 기판에 납땜할까?’ 참고).
- 이유: 상자는 충격을 막아 주고, 수량을 세기도 쉽다.
- 하지 않으면: 상자가 찌그러지거나 봉투가 찢어지면 앞서 한 방습 작업이 모두 헛수고가 된다.
플라스틱 패키지는 왜 습기에 약한가?
칩을 감싸는 플라스틱은 대부분 에폭시 수지라는 재료다. 오래 둘수록, 공기가 습할수록 수분을 더 많이 흡수한다.
문제는 솔더링에서 생긴다. 칩을 올린 기판을 리플로우 오븐에 넣고 솔더가 녹을 때까지, 대략 200℃가 넘는 온도로 가열한다. 패키지 안의 수분이 한꺼번에 수증기로 바뀌면서 부피가 크게 늘어나고, 안쪽에서 큰 압력을 가한다. 가벼운 경우에는 플라스틱이 내부의 칩이나 기판에서 벌어져 더 이상 붙어 있지 못하는데, 이를 박리(delamination)라 한다. 심한 경우에는 패키지 전체가 갈라진다. 팝콘과 아주 비슷하다. 옥수수 알갱이 속 수분이 가열되면 수증기가 되어 껍질을 터뜨린다. 그래서 흔히 ‘팝콘 현상’이라 부른다.
벌어진 곳에서 내부의 와이어나 접점이 끊어지면 그 자리에서 바로 전기가 통하지 않게 된다. 한동안은 괜찮다가, 틈으로 수분이 스며든 뒤에 고장 나기도 한다. 무연 솔더는 솔더링 온도가 더 높으므로 더욱 주의해야 한다.
개봉 후에는 왜 시간 제한이 있나?
봉투를 여는 순간 칩은 다시 수분을 흡수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등급마다 시간을 정해 둔다. 개봉한 뒤 일반적인 공장 공기 속에 최대 얼마 동안 두었다가 솔더링을 마쳐야 하는지를 정한 것으로, 영어로는 floor life라고 한다.
| 습도 민감도 등급 | 개봉 후 대략 둘 수 있는 기간 |
|---|---|
| 레벨 1(가장 덜 민감) | 제한 없음, 방습 포장도 필요 없음 |
| 레벨 2 | 1년 또는 몇 주 |
| 레벨 3 | 약 1주일 |
| 레벨 4, 5 | 약 1~3일 |
| 레벨 6(가장 민감) | 사용할 때마다 먼저 베이킹 |
이 기간은 업계의 공개 표준이 일반적인 공장 온습도를 기준으로 정한 것이며, 더 덥고 습한 곳에서는 더 짧아진다. 중간에 있는 ‘반 단계’ 등급은 여기서 하나로 묶어 적었다.
시간을 넘겼거나 개봉할 때 습도 카드의 색이 이미 변해 있으면 먼저 베이킹해야 한다. 끓는 물보다 조금 더 뜨거운 온도에서 몇 시간, 두꺼운 패키지는 하루이틀까지 구워야 시간이 다시 계산된다. 테이프 앤 릴의 플라스틱은 이만한 열을 견디지 못하므로, 칩을 내열 트레이로 옮겨 베이킹하거나 훨씬 낮은 온도에서 며칠, 길게는 몇 주씩 굽기도 한다. 다 쓰지 못한 칩은 아주 건조한 캐비닛에 다시 넣거나, 새 건조제를 넣어 다시 밀봉한다.
문제가 생기면 어느 로트인지 어떻게 찾나?
릴마다 붙은 로트 번호는 후공정 공장의 해당 로트로 거슬러 올라가고, 후공정 공장의 기록은 다시 팹의 해당 웨이퍼 로트로 이어진다. 팹의 MES에는 그 로트가 거친 모든 공정이 기록되어 있다(‘MES란?’ 참고). 그래서 기판 위 칩 하나에 문제가 생기면 끝까지 거슬러 올라가, 같은 로트의 다른 릴이 무엇이고 어디로 갔는지 찾아 먼저 막아 둔 뒤 원인을 조사할 수 있다.
fab24hr에서는
‘출근’을 누르고 ‘직장인의 하루’를 고른 뒤, ‘오늘 나는’ 카드에서 ‘후공정 공장’을 누르고 좌우로 넘겨 고객 담당을 찾으면 된다. 네 근무 중 세 근무에서 이 내용을 만난다.
- 저녁 근무는 메인 스토리 ‘칩의 일생’ 챕터 12 ‘출하 전날 밤’이다. 출하 전 체크리스트의 마지막 항목이 방습 포장이다. 출하 구역에서 봉투 하나하나의 라벨을 확인하는데(앞서 샘플 라벨을 주웠다면 직접 대조하고, 줍지 않았다면 품질 담당 메이화가 대조한다), 릴 하나의 밀봉 날짜 칸이 비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 오전 근무에는 고객사가 기판에 솔더링한 뒤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 샘플을 반품한다. 신뢰성 시험실의 샤오팡과 함께 원인이 팝콘 현상임을 밝혀낸다. 겉에 미세한 균열이 있고, 초음파 검사에서 박리가 보이며, 샘플 봉투를 개봉한 지 3주 만에 기판에 올렸는데 리플로우 전에 베이킹하지 않았다.
- 심야 근무에는 고객사 생산 라인에서 한밤중에 전화가 온다. 테이프 속 칩의 방향이 고객사 장비 설정과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한다.
게임 속 후공정 공장, 칩 ‘Glowmere’, 고객사, 인물, 숫자는 모두 가상이다. 테이프 앤 릴, 방습 포장, 습도 민감도 등급이 무엇이고 왜 그렇게 하는지는 공개된 일반 자료를 바탕으로 썼다. 고객 담당이라는 직무는 ‘후공정 공장의 고객 담당은 무슨 일을 할까?’에서, 다른 업계 용어는 ‘반도체 공장 전문 용어, 쉬운 말로 풀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임에서 만나는 곳후공정 공장 고객 담당이 되면 저녁 근무(메인 스토리 ‘칩의 일생’ 챕터 12 ‘출하 전날 밤’)에는 출하 구역에서 마지막 관문인 방습 포장을 확인한다. 오전 근무에는 개봉한 채 너무 오래 두었다가 베이킹 없이 리플로우를 거쳐 갈라진 반품 칩을 조사하고, 심야 근무에는 테이프 앤 릴 속 칩의 방향을 대조한다.
fab24hr에서 후공정 공장 고객 담당은 출하 전에 모든 관문을 하나하나 대조해야 한다. 테이프 속 칩의 방향, 방습백 안의 습도 카드, 라벨에 적힌 밀봉 날짜까지.
후공정 공장 고객 담당으로 플레이하며 출하 전날 밤 방습 포장 확인하기선생님께: 이 글은 ‘수업에서 fab24hr 활용하기’ 페이지와 함께 수업에 쓸 수 있어요.
이 글 인용하기‘칩은 어떻게 출하할까? 테이프 앤 릴, 방습 포장과 습도 민감도 등급’, fab24hr, 업데이트. https://fab24hr.com/ko/blog/chip-shipping/
수업과 비영리 목적이라면 무료로 쓸 수 있어요. 화면에 띄우거나, 강의 자료에 넣거나, 학생들에게 인쇄해 나눠 줘도 괜찮아요. 출처(fab24hr)를 밝혀 주세요. 판매하거나 자기 작품으로 바꿔 내놓는 것은 안 돼요. 오류가 있다면 문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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