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렛(chiplet)이란? 큰 칩 하나를 왜 작은 칩 여러 개로 나눌까
칩렛(chiplet)은 원래 하나로 만들 큰 칩을 더 작은 칩 여러 개로 나눈 것이다. 각각 따로 만들고 먼저 따로 테스트한 뒤, 나란히 놓거나 쌓아서 같은 패키지(칩을 보호하고 외부와 연결하는 바깥 껍데기)에 넣으면 하나의 칩처럼 쓸 수 있다. chiplet의 -let은 ‘작다’는 뜻이다. 통째로 하나로 만든 칩은 영어로 monolithic(모놀리식)이라고 한다. 뉴스에서 말하는 ‘첨단 패키징’은 상당수가 칩렛을 합치는 일이다.
왜 나누는지, 나눈 뒤에는 어떻게 다시 합치는지 처음부터 살펴본다.
큰 칩 하나를 왜 여러 개로 나눌까?
주된 이유는 세 가지다.
결함 하나가 작은 칩 하나만 망가뜨린다
웨이퍼 한 장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결함이 늘 몇 개씩 떨어지고, 결함이 떨어진 칩은 불량이 된다. 칩이 클수록 결함을 맞기 쉬워 수율이 낮아진다(“뉴스에서 말하는 ‘수율’”에서 쿠키 굽기로 설명했다).
큰 칩 하나에 결함이 하나 떨어지면 칩 전체를 버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작은 칩 네 개로 나누면 같은 결함이 그중 하나에만 떨어진다. 그 작은 칩 하나만 버리면 되고, 나머지 세 개는 여전히 양품이어서 다른 곳의 양품 칩렛과 한 조로 묶을 수 있다.
큰 칩에는 한계도 하나 있다. 노광 장비는 한 번에 한 칸(샷)만 찍을 수 있어서 칩을 한 칸보다 크게 만들기 어렵다. 더 많은 것을 넣으려면 대개 나눈 뒤 다시 합쳐야 한다(“뉴스에 나오는 ‘첨단 패키징’”에서 다뤘다).
부분마다 가장 알맞은 세대의 공정을 쓴다
칩 하나는 한 세대의 공정으로만 만들 수 있다. 칩렛으로 나누면 연산을 맡는 칩은 최신 세대로 만들고, 외부와 통신하거나 아날로그 신호를 처리하는 칩들은 새 세대로 바꿔도 크게 작아지지 않으므로 구세대의 저렴하고 안정적인 공정으로 만들어, 비용을 가장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다(“뉴스에 나오는 ‘첨단 패키징’”에서 다뤘고, 구세대 공정은 “뉴스에서 말하는 ‘성숙 공정’” 참고).
같은 칩렛으로 여러 제품을 만든다
칩렛은 블록 장난감과 같다. 같은 연산 칩렛을 적게 넣으면 작은 제품, 많이 넣으면 큰 제품이 된다. 외부와 통신하는 칩렛은 여러 제품이 함께 쓸 수 있다.
칩 하나를 설계하고 포토마스크 한 세트를 만드는 데는 큰돈이 든다(‘칩은 왜 이렇게 비쌀까?’). 같은 칩렛을 더 많은 제품에 쓸수록 제품마다 분담하는 비용이 줄고, 이미 만들어 검증까지 마친 칩렛은 다음 제품에도 바로 가져다 쓸 수 있다.
단계별로 보기: 칩렛은 어떻게 나누고 어떻게 다시 합칠까?
1단계: 설계를 몇 덩어리로 나누기
- 하는 일: 칩을 설계할 때 어떤 기능을 같은 칩에 넣을지 먼저 정한다. 예를 들어 연산 하나, 외부 통신 하나로 나눈다.
- 이유: 한 번 자를 때마다 원래 칩 안의 배선 일부가 두 칩렛 사이의 경로로 바뀐다. 서로 주고받는 데이터가 적고 시간이 덜 급한 곳을 자르는 것이 가장 좋다.
- 제대로 안 되면: 데이터가 가장 많이 오가는 곳을 자르면 경로가 막혀 칩 전체가 느려지고 전력도 더 쓴다.
2단계: 덩어리마다 따로 만들고 먼저 테스트하기
- 하는 일: 각 덩어리를 팹에서 따로 만든다. 아직 웨이퍼 상태일 때 프로브 카드로 칩을 모두 웨이퍼 테스트해 양품만 다음 단계로 보낸다(‘칩은 어떻게 테스트할까?’).
- 이유: 패키지 하나에 불량 칩이 하나만 있어도 그 조 전체를 쓸 수 없는 경우가 많고, 다른 양품까지 함께 낭비된다.
- 제대로 안 되면: 불량이 섞여 들어가 다 합친 뒤에야 발견되면, 함께 들어간 양품 칩과 패키징 비용까지 모두 잃는다.
칩렛 사이의 접점은 작고 촘촘해서 바늘이 모든 접점에 닿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설계할 때 바늘을 대기 위한 접점을 따로 남겨 두거나, 칩 안에 자체 검사를 돕는 회로를 넣는 경우가 많다.
3단계: 양품을 나란히 놓거나 쌓아 촘촘하게 연결하기
- 하는 일: 골라낸 양품 칩렛을 아주 가는 배선이 있는 얇은 판 위에 나란히 놓거나 바로 위로 쌓고, 많고 가늘고 짧은 배선으로 연결한다.
- 이유: 칩렛끼리는 쉬지 않고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배선이 짧고 많을수록 빠르고 전력도 덜 써서, 하나의 칩처럼 쓸 수 있다.
- 제대로 안 되면: 기존처럼 각각 패키징해 회로 기판을 사이에 두고 연결하면 경로가 길고 배선이 적어, 나눠서 아낀 비용을 느려진 속도가 모두 깎아 먹는다.
가장 촘촘한 방식은 납땜용 작은 범프조차 쓰지 않는다. 두 칩 표면의 구리 접점과 그 옆의 절연층을 정렬한 뒤 그대로 맞붙여 구리와 구리를 연결하는데, 이를 하이브리드 본딩이라고 한다. 쌓은 칩끼리 위아래로 어떻게 연결하는지는 ‘TSV(실리콘 관통 전극)란?’에서 읽을 수 있다.
4단계: 다 합친 뒤 한 조 전체를 다시 테스트하기
- 하는 일: 패키징을 마치면 한 조 전체를 하나의 칩으로 보고 다시 테스트한다. 이것이 파이널 테스트다.
- 이유: 쌓고, 납땜하고, 연결하는 과정에서 접점 하나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거나 칩 하나가 손상되었을 수 있다. 칩렛 사이의 경로가 제대로 통하는지도 다 합친 뒤에야 테스트할 수 있다.
- 제대로 안 되면: 문제가 있는 조가 제품에 들어가 사용자 손에서 고장 난다. 패키징을 마친 뒤에는 불량 칩 하나만 떼어 내 바꾸기도 어려우므로, 2단계에서 미리 걸러 내야 하는 것이다.
나누면 어떤 대가를 치를까?
- 경로가 조금 길어진다: 한 칩 안에서는 신호가 칩 내부 배선만 지나면 도착한다. 나누면 먼저 이 칩을 빠져나와 패키지 안의 배선을 거쳐 다른 칩으로 들어가야 한다. 아무리 짧고 촘촘해도 한 칩 안보다는 조금 느리고, 0이나 1 하나를 보낼 때마다 드는 전력도 조금 더 많다.
- 인터페이스 회로가 늘어난다: 칩렛마다 데이터 송수신 전용 회로를 따로 만들어야 하며, 양쪽에 하나씩 필요하다. 합치면 하나로 만들 때보다 실리콘과 전력을 더 쓴다.
- 패키징이 더 어렵고 비싸다: 배선이 매우 촘촘하고 정렬이 정확해야 한다. 여러 칩이 붙어 있어 열도 빼기 어렵다. 접점이 작고 촘촘해 칩을 하나씩 미리 테스트하는 데도 손이 더 많이 간다.
그래서 모든 칩이 나눌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칩이 크지 않고 서로 다른 세대의 공정을 섞어 쓸 필요도 없다면, 하나로 만드는 편이 오히려 간단하고 저렴하다. 칩렛과 시스템 온 칩(SoC), SiP를 어떻게 구분하는지는 ‘SoC란?’의 표를 참고하면 된다.
서로 다른 곳에서 만든 칩렛은 어떻게 연결할까?
두 칩렛이 데이터를 주고받으려면 먼저 연결 방식을 정해야 한다. 접점을 어떻게 배치할지, 배선을 몇 가닥 쓸지, 신호를 어떻게 보낼지, 데이터를 어떤 형식으로 할지다. 플러그와 콘센트가 같은 모양이어야 전기 제품을 꽂을 수 있는 것과 같다.
한 회사가 직접 만든 칩렛끼리라면 내부에서 정하면 된다. 하지만 서로 다른 곳에서 설계하고 심지어 서로 다른 팹에서 만든 칩렛을 합치려면 모두가 동의하는 공통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 업계는 최근 몇 년 동안 이런 공통 인터페이스를 계속 추진해 왔다. 이것이 정착되면 앞으로는 큰 칩을 만들 때 부품을 고르듯 기성 칩렛 몇 개를 골라 쓰고, 가장 자신 있는 부분만 직접 설계하게 될지도 모른다.
fab24hr에서는
게임에는 칩렛이 없다. 메인 스토리 ‘칩의 일생’의 보청기 칩 ‘Glowmere’는 칩이 하나뿐이다. 제3막에서 후공정 공장에 도착하면 SiP 모듈에 들어가는데, 작은 기판 하나에 이 칩과 저항, 커패시터 몇 개가 올라가고 와이어 본딩으로 연결된다.
그래도 ‘먼저 테스트하고 양품만 패키징한다’는 점은 게임에서 볼 수 있다. 챕터 10 ‘대기 전류’에서 플레이어는 테스트 엔지니어다. Glowmere 첫 양산분 웨이퍼의 칩을 하나하나 모두 테스트해야 한다. 먼저 bin과 웨이퍼 맵을 본 뒤 대기 전류의 상한을 어디에 둘지 정한다. 챕터 11 ‘볼이 들렸다’에서는 웨이퍼를 다이싱한 뒤 양품 칩만 모듈에 들어간다. 패키징 라인의 다이 본더 설명을 열어 보면, 웨이퍼 테스트에서 불량으로 판정된 칩은 집어 올리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직장인의 하루’에서 후공정 공장의 패키징 공정 엔지니어가 되면, 오전 근무의 ‘치핑’에서 가장자리가 조금 떨어져 나간 칩을 남길지도 정해야 한다.
게임 속 회사, 칩, 인물은 모두 가상이다. 칩렛이 무엇이고 왜 나누는지는 공개된 일반 자료를 바탕으로 썼다. 다른 전문 용어는 ‘반도체 공장 전문 용어, 쉬운 말로 풀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임에서 만나는 곳메인 스토리 ‘칩의 일생’ 챕터 11 ‘볼이 들렸다’에서는 Glowmere 웨이퍼를 다이싱한 뒤 양품 칩만 SiP 모듈에 들어간다. 패키징 라인의 다이 본더는 웨이퍼 테스트에서 양품으로 판정된 칩만 집어 올린다. 게임에 칩렛은 없지만 ‘먼저 테스트하고 양품만 패키징한다’는 점은 같다.
fab24hr에서는 웨이퍼를 자른 뒤 테스트에서 양품으로 확인된 칩만 집어 올려 손톱보다 작은 모듈에 넣는다.
챕터 11 플레이하며 양품 칩이 모듈에 들어가는 과정 보기선생님께: 이 글은 ‘수업에서 fab24hr 활용하기’ 페이지와 함께 수업에 쓸 수 있어요.
이 글 인용하기‘칩렛(chiplet)이란? 큰 칩 하나를 왜 작은 칩 여러 개로 나눌까’, fab24hr, 업데이트. https://fab24hr.com/ko/blog/what-is-chiplet/
수업과 비영리 목적이라면 무료로 쓸 수 있어요. 화면에 띄우거나, 강의 자료에 넣거나, 학생들에게 인쇄해 나눠 줘도 괜찮아요. 출처(fab24hr)를 밝혀 주세요. 판매하거나 자기 작품으로 바꿔 내놓는 것은 안 돼요. 오류가 있다면 문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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