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기 방전(ESD)이란? 칩은 왜 정전기에 약할까
정전기 방전은 영어로 Electrostatic Discharge, 줄여서 ESD라고 하며, 사람이나 물체에 쌓인 전기가 다른 물체에 닿거나 아주 가까워졌을 때 한꺼번에 넘어가는 것을 말한다. 겨울에 문손잡이를 잡다가 ‘탁’ 하고 찌릿한 것이 바로 정전기 방전 한 번이다. 사람에게는 따끔한 정도지만, 칩에게는 벼락을 맞는 것과 같을 수 있다. 칩 속에서 가장 가는 구조는 머리카락보다 천 배 넘게 가늘어서, 갑자기 밀려든 전기에 뚫리거나 타서 끊어질 수 있다.
정전기는 어떻게 생길까?
두 물질이 닿았다가 떨어지면 전자 일부가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옮겨 간다. 전자를 얻은 쪽은 음전하를, 전자를 잃은 쪽은 양전하를 띤다. 서로 문지르면 옮겨 가는 전자가 더 많아지므로 이를 마찰 대전이라고 한다. 카펫 위를 걷거나, 의자에서 일어나거나, 테이프를 뜯거나, 스웨터를 벗을 때 모두 이런 일이 일어난다.
플라스틱, 합성섬유 옷, 고무 밑창 신발을 신은 사람처럼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체에서는 전기가 흘러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머문다. 그래서 ‘멈춰 있는 전기’, 곧 정전기라고 부른다. 공기가 건조할수록 전기는 더 오래 남는다. 건조한 날 카펫 위를 걸으면 사람 몸에 1만 볼트가 넘는 전기가 쌓일 수 있다.
방전은 또 무엇일까?
전기를 띤 물체가 금속 문손잡이처럼 전기가 통하는 물체에 닿으면 전기가 한꺼번에 흘러간다. 이것이 방전이다. 전압은 높지만 눈 깜박할 사이보다 훨씬 짧은 순간에 끝나고 넘어가는 전기의 양도 많지 않아서, 사람은 따끔하다고만 느낀다.
문제는 사람이 2~3천 볼트쯤 되어야 따끔함을 느끼는 데 비해, 아주 민감한 칩은 수십 볼트에도 손상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혀 느끼지 못한 방전 한 번이 이미 칩 하나를 망가뜨렸을 수도 있다.
칩은 왜 정전기에 약할까?
칩 속의 가장 기본적인 부품은 트랜지스터, 곧 전기로 켜고 끄는 작은 스위치다(‘트랜지스터란?’ 참고). 트랜지스터의 게이트 아래에는 아주 얇은 절연막이 있는데, 이를 게이트 산화막이라고 한다. 평소에는 칩이 동작하는 데 쓰는 낮은 전압만 막아 내면 된다. 방전은 순간적으로 아주 높은 전압을 밀어 넣으며, 흔히 다음 세 가지 방식으로 칩을 망가뜨린다.
- 절연막이 뚫린다: 얇은 벽에 구멍이 나듯 게이트와 그 아래가 이어져 버려, 스위치가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다.
- 실리콘의 한 점이 탄다: 전류가 좁은 곳에 몰려 실리콘이 조금 녹고, 그 자리가 누설이나 단락이 생기는 통로가 된다.
- 배선이 타서 끊어진다: 앞의 두 가지가 먼저 일어난 뒤인 경우가 많다. 큰 전류가 가는 금속 배선으로 몰려들어 배선을 녹여 끊는다.
칩이 작아질수록 내부 구조가 가늘어지고, 견딜 수 있는 양도 줄어든다.
정전기를 맞은 칩은 반드시 그 자리에서 고장 날까?
꼭 그렇지는 않다. 그 자리에서 고장 나는 칩은 아예 동작하지 않거나 어떤 핀이 단락되어, 출하 전 테스트에서 대개 걸러진다(‘칩은 어떻게 테스트할까?’ 참고). 손상만 입는 칩도 있다. 여전히 동작하고 테스트도 통과하지만, 절연막 안에 작은 상처가 남아 누설 전류가 조금 늘어나고, 얼마간 쓰다가 고장 난다. 이런 칩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가장 골치 아프다. 칩이 방전을 견디는지는 신뢰성 시험에서도 확인한다(‘신뢰성 테스트란?’ 참고).
칩 자체에도 보호 장치가 있을까?
있다. 모든 핀 옆에는 보호 회로가 만들어져 있다. 평소에는 작동하지 않다가, 핀에 갑자기 아주 높은 전압이 들어오면 길을 열어 전기를 전원선이나 접지선으로 보내고, 안쪽의 트랜지스터를 비켜 가게 한다. 강가의 방수로와 같은 역할이다.
하지만 보호 회로를 한없이 크게 만들 수는 없다. 크게 만들면 핀을 지나는 빠른 신호가 느려진다. 그래서 보호 회로는 마지막 방어선이고, 정전기는 칩 바깥에서 먼저 관리해야 한다.
공장은 정전기를 어떻게 막을까? 단계별로 보기
칩을 다루는 곳, 예를 들어 후공정 공장의 패키징 라인과 테스트 구역은 정전기 방지 구역으로 지정한다. 기본 원칙은 이렇다. 전기가 생기지 않게 하고, 생기면 천천히 흘려보내고, 흘려보낼 수 없으면 중화하고, 마지막으로 칩을 잘 포장해서 내보낸다.
1단계: 사람부터 접지한다: 손목 밴드, 작업대 매트, 바닥, 신발
- 무엇을: 손목에 접지 밴드를 차고, 선으로 작업대의 접지점에 연결한다. 작업대 매트, 바닥, 신발도 전기가 천천히 통하는 재질로 만든다.
- 왜: 사람은 움직이기만 해도 전기를 띤다. 접지해 두면 전기가 생기자마자 흘러 나간다. 선에는 아주 큰 저항이 직렬로 들어 있어 전기가 천천히 흐르게 하고, 혹시 전기가 흐르는 물체에 닿더라도 사람이 다치지 않게 한다.
- 이렇게 하지 않으면: 칩을 집으려고 손을 뻗는 순간, 몸의 전기가 손가락에서 칩의 핀으로 넘어간다.
2단계: 정전기 방지복을 입는다
- 무엇을: 자기 옷 위에 전기가 잘 쌓이지 않고 천천히 흘려보내는 겉옷을 걸치고, 단추를 끝까지 채운다.
- 왜: 스웨터나 합성섬유 옷은 움직일 때마다 전기를 띠는데, 손목 밴드로는 옷에 쌓인 전기까지 빼낼 수 없다. 겉옷으로 덮어 두면 그 전기가 칩 근처까지 옮겨 오지 않는다.
- 이렇게 하지 않으면: 소매가 작업대를 스치기만 해도 옷에 쌓인 전기가 그대로 칩에 가까워진다.
3단계: 전기를 띠는 물건은 치우고, 칩에 닿는 것은 전기가 통하게 한다
- 무엇을: 플라스틱 컵이나 테이프처럼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건은 칩 옆에 두지 않는다. 칩에 닿는 공구, 트레이, 장비는 전기가 천천히 통하는 재료로 만들고 접지한다.
- 왜: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체는 접지해도 전기를 빼낼 수 없다. 또 칩은 장비 안에서 집어 올려지고 내려놓이는 동안 칩 자신이 전기를 띤다.
-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전기를 띤 칩이 금속에 닿는 순간 칩 자신에게서 전기가 빠져나가며, 마찬가지로 손상된다.
4단계: 흘려보낼 수 없는 전기는 이오나이저로 중화한다
- 무엇을: 작업대나 장비 안에 이오나이저(ionizer)를 달아, 양전하와 음전하를 띤 공기 분자를 불어 낸다.
- 왜: 플라스틱과 유리는 접지할 수 없다. 전하를 띤 공기 분자는 반대 전하를 띤 곳으로 끌려가 그 전기를 중화한다.
-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전기가 계속 그 자리에 남는다. 이오나이저도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양과 음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오히려 물체가 전기를 띠게 된다.
5단계: 공기가 너무 건조하지 않게 한다
- 무엇을: 공조 설비로 습도를 관리해 너무 낮아지지 않게 한다.
- 왜: 공기가 조금 습하면 전기가 더 쉽게 흩어진다. 건조할수록 같은 동작에도 더 많은 전기가 생긴다.
- 이렇게 하지 않으면: 건조한 계절에는 정전기 문제가 훨씬 많아진다. 그렇다고 너무 습해도 안 된다. 칩의 플라스틱 패키지는 습기를 빨아들이면 문제가 된다.
6단계: 정전기 방지 트레이와 봉투에 담아서 내보낸다
- 무엇을: 칩을 정전기 방지 트레이나 튜브에 넣은 다음, 얇은 금속층이 들어 있는 정전기 방지 봉투에 담는다. 봉투에는 흔히 삼각형 안에 손이 그려져 있고 그 손에 사선이 그어진 표시가 인쇄되어 있다. 정전기에 민감하니 보호 조치 없이 만지지 말라는 뜻이다.
- 왜: 금속층이 새장처럼 작용해, 바깥의 방전은 표면을 따라 돌아갈 뿐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봉투 안쪽 층도 마찰로 쉽게 전기를 띠지 않는다.
-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일반 비닐봉지는 문지르기만 해도 전기를 띠므로, 칩을 전기가 생기는 물건으로 싸 두는 셈이다. 습기에 약한 칩은 방습백에도 밀봉해야 한다(‘칩은 어떻게 출하할까?’ 참고).
팹에서도 정전기를 막아야 할까?
막아야 한다. 다만 가장 걱정하는 대상이 조금 다르다.
- 웨이퍼: 아직 공정 중인 웨이퍼는 방전으로 망가지는 것보다, 전기를 띠어 공기 중의 파티클을 끌어당기는 것이 더 걱정이다.
- 포토마스크: 포토마스크 위의 금속 패턴은 조각조각 서로 떨어져 있어 접지할 수 없다. 전기를 띠면 아주 가까운 두 조각 사이에서 방전이 일어나 미세한 패턴이 망가질 수 있다(‘마스크 엔지니어는 무슨 일을 할까?’ 참고).
- 장비: 방전에서 생기는 전기적 노이즈 때문에 장비가 멈출 수 있다.
식각 장비는 일부러 정전기로 웨이퍼를 붙잡지 않나?
그렇다. 식각 장비의 챔버 안은 진공에 가까워서, 기압 차로 붙잡는 흡착판은 쓸 수 없다. 그래서 대신 정전척(ESC)으로 웨이퍼를 평평하게 붙잡는다(‘플라즈마란?’ 참고).
정전기에는 원래 두 얼굴이 있다. 전기가 한곳에 머물러 있으면 물체를 끌어당긴다. 플라스틱 책받침을 머리카락에 몇 번 문지르면 머리카락이 들려 올라가는 것이 그 예다. 전기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것은 방전이다. 정전척은 앞의 성질을 일부러 이용한다. 공장이 막으려는 것은 뒤의 것, 곧 아무도 통제하지 않은 채 갑자기 칩을 관통하는 그 한순간이다.
fab24hr에서는
‘출근’을 누르고 ‘직장인의 하루’를 고른 뒤, ‘오늘 나는’ 카드에서 ‘후공정 공장’을 누르고 좌우로 넘겨 테스트 엔지니어나 패키징 공정 엔지니어를 찾으면 된다. 카드 속 인물은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정전기 방지복을 입고 얇은 장갑을 끼고 있으며, 패키징 엔지니어는 헤어캡도 쓰고 있다. 후공정 공장에 들어가면 사무 공간에서도 이 정전기 방지복을 입고 있고, 클린룸에 들어갈 때는 방진복으로 갈아입는다.
정전척도 볼 수 있다. 양산 팹 식각 구역의 장비 엔지니어가 되면 오전 근무에 챔버를 열고 낡은 정전척을 교체한다. 홈 화면 ‘학습’에 있는 식각 챔버를 한 번 누르면 분해되어, 웨이퍼 아래에 놓인 정전척을 볼 수 있다.
게임 속 공장과 인물은 모두 가상이며, 정전기만 다루는 스토리는 없다. 정전기 방전이 무엇인지, 공장이 정전기를 어떻게 막는지는 공개된 일반 자료를 바탕으로 썼다. 다른 업계 용어는 ‘반도체 공장 전문 용어, 쉬운 말로 풀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임에서 만나는 곳후공정 공장의 테스트 엔지니어나 패키징 공정 엔지니어가 되면 ‘오늘 나는’ 카드 속의 내가 정전기 방지복을 입고 얇은 장갑을 끼고 있다. 양산 팹 식각 구역의 장비 엔지니어가 되면 오전 근무에 챔버를 열고 정전척을 교체한다.
fab24hr에서 후공정 공장의 테스트 엔지니어와 패키징 엔지니어는 정전기 방지복을 입고 출근한다. 이곳에서 칩은 공정마다 집어 올려지고 내려놓이기를 거듭하므로, 정전기는 출하할 때까지 내내 막아야 한다.
후공정 공장의 패키징 공정 엔지니어가 되어 정전기 방지복 입고 출근하기선생님께: 이 글은 ‘수업에서 fab24hr 활용하기’ 페이지와 함께 수업에 쓸 수 있어요.
이 글 인용하기‘정전기 방전(ESD)이란? 칩은 왜 정전기에 약할까’, fab24hr, 업데이트. https://fab24hr.com/ko/blog/esd/
수업과 비영리 목적이라면 무료로 쓸 수 있어요. 화면에 띄우거나, 강의 자료에 넣거나, 학생들에게 인쇄해 나눠 줘도 괜찮아요. 출처(fab24hr)를 밝혀 주세요. 판매하거나 자기 작품으로 바꿔 내놓는 것은 안 돼요. 오류가 있다면 문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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