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엔지니어는 무슨 일을 할까?
장비 엔지니어(Equipment Engineer, 흔히 EE)는 반도체 팹에서 장비 자체를 책임진다. 장비가 돌아가게 하고, 안정적으로 돌아가게 하고, 고장 나면 고친다. 웨이퍼 위에 만들어진 결과가 맞는지는 주로 공정 엔지니어가 본다. 두 직무를 어떻게 나누는지는 ‘공정 엔지니어와 장비 엔지니어는 무엇이 다를까?’를 참고하면 된다. 이 글은 장비 엔지니어의 하루만 다룬다.
아주 비싼 차들로 꾸린 차량단의 정비사라고 생각하면 된다. 정기적으로 정비하고, 도중에 고장 나면 달려가 고치고, 고친 뒤에는 먼저 시험해 보고 나서야 다시 도로에 내보낸다.
장비 엔지니어가 맡는 ‘장비’는 어떻게 생겼을까?
많은 장비에서 실제로 웨이퍼를 가공하는 곳은 밀폐된 챔버이며, 한 대에 두 개 이상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옆에는 웨이퍼를 옮기는 로봇 암, 진공 펌프, 전원, 가스 배관, 그리고 쉬지 않고 숫자를 기록하는 수많은 센서가 있다.
장비 엔지니어는 대개 구역별로 장비를 맡는다. 예를 들어 식각 구역 담당은 식각 장비를 맡는다(어떤 구역이 있는지는 ‘반도체 공장의 7개 공정 구역은 각각 무슨 일을 할까?’ 참고). 같은 종류의 장비를 오래 맡을수록 오늘 어디가 평소와 다른지 더 잘 알아본다.
평소의 하루는 어떨까? 일정에 따른 정비
장비를 오래 쓰면 부품이 마모되고 챔버가 더러워진다. 가장 기본적인 일은 일정에 따라 PM(예방 정비)을 하는 것이다. 고장 나기 전에 미리 세우고 정비한다. 일정은 달력을 기준으로 잡기도 하고, 사용량, 예를 들어 웨이퍼를 몇 장 돌렸는지를 기준으로 잡기도 한다. 센서 수치가 변하기 시작하면 그때 잡는 일정도 있다.
정비 때 흔히 하는 일은 다음과 같다.
- 챔버 오픈: 챔버를 열어 내벽에 서서히 쌓인 것을 닦아 낸다. 손대기 전에 먼저 전원과 가스 밸브를 잠그고 이름이 적힌 꼬리표를 거는데, 이를 LOTO(lockout/tagout)라고 한다. 누군가 수리 중이니 건드리지 말라는 뜻이다.
- 부품 교체: 예를 들어 오링은 두 부품 사이에 끼워 가스를 막는 고무 링이다. 플라즈마와 열 속에 오래 있으면 서서히 노화되어 밀봉이 나빠지고, 부스러기가 떨어져 나올 수도 있다.
- 기록: 무엇을 교체했고 무엇을 측정했는지 PM 기록에 남겨야 다음에 정비하는 사람이 찾아볼 수 있다.
정비하는 동안 장비는 생산할 수 없다. 이것도 일종의 다운이며, 다만 미리 계획된 다운이다.
정비가 끝나도 왜 바로 생산을 시작할 수 없을까?
‘다시 조립했다’가 ‘원래와 같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챔버를 한 번 열면 내부 상태가 바뀌므로 단계별로 하나씩 확인해야 한다.
- 진공 배기: 챔버 뚜껑을 닫고 공기를 뽑아낸다. 챔버를 열었을 때 공기 중의 수분이 내벽에 달라붙는데, 이 수분은 배기하는 동안 조금씩만 빠져나오므로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 리크 체크: 다시 조립한 이음부 가운데 하나라도 제대로 조이지 않으면 샌다. 한 곳씩 찾아 틈이 없는지 확인한다.
- 시즈닝: 너무 깨끗하게 닦인 챔버 벽에서는 처음 몇 장의 결과가 오히려 평소와 다르다. 그래서 고객 제품이 아닌 더미 웨이퍼를 몇 장 먼저 돌려 내벽 상태를 안정시킨다.
- 테스트 런: 테스트 웨이퍼로 결과를 측정한다. 예를 들어 식각 속도가 얼마인지, 파티클(미립자)이 몇 개 늘었는지 본다. 규격 안에 들어야 장비를 복구해 생산에 돌려보낼 수 있다.
이 단계를 누가 맡는지는 팹마다 조금씩 다르다. 흔한 방식은 하드웨어 쪽 작업을 장비 엔지니어가 마친 뒤 공정 엔지니어에게 장비 인계를 하고, 공정 쪽에서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다. 양쪽 모두 통과해야 수리가 끝난 것으로 본다. 챔버 벽이 왜 결과를 서서히 틀어지게 하는지는 ‘식각이란?’을 참고하면 된다.
한밤중에 장비가 다운되면 누구에게 전화가 갈까?
팹은 24시간 멈추지 않는다(이유는 ‘반도체 공장은 왜 24시간 멈추지 않을까?’ 참고). 엔지니어는 대개 주간 근무를 하며(장비 엔지니어나 인프라 엔지니어 가운데는 교대 근무에 들어가는 사람도 있다), 밤에는 돌아가며 온콜을 맡는다. 이번 주가 내 차례라면, 한밤중에 장비에 문제가 생겼는데 야간조가 감당하지 못할 때 전화가 내게 온다.
흔한 순서는 이렇다. 장비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알람이 뜬다(비교적 심각한 이상이며, 이때 장비는 대개 스스로 멈춘다). 현장 기술자가 먼저 OCAP(이상 조치 절차)에 따라 할 수 있는 조치를 마친 뒤 장비 온콜 담당에게 전화한다. 기술자와 엔지니어가 어떻게 이어서 일하는지는 ‘기술자와 엔지니어는 무엇이 다를까?’를 참고하면 된다.
전화를 받으면 판단해야 한다. 어느 부품, 어느 신호에 문제가 있는가?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려도 되는가, 아니면 지금 팹에 들어가야 하는가? 부품부터 먼저 요청해 둘 것인가?
참아야 할 일이 하나 있다. 곧바로 리셋을 누르는 것이다. 에러를 지우면 장비는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원인을 없애지 않았으니 같은 문제가 금방 다시 찾아온다.
가동률, 다운, Up: 장비 엔지니어는 어떤 숫자를 볼까?
장비가 생산할 수 있는 상태를 Up, 생산할 수 없는 상태를 다운이라고 한다. 가동률은 장비의 시간 가운데 얼마가 생산에 쓰였는지를 나타낸다. 계산 방식은 팹마다 조금씩 다르다. 업계에는 공개된 국제 표준이 있어, 장비의 시간을 대기, 계획된 정지(정비), 계획되지 않은 정지(고장) 등 여섯 가지 상태로 나눈다.
가동률 말고도 자주 추적하는 숫자가 두 가지 있다. 평균 얼마 만에 한 번 고장 나는지, 그리고 한 번 고장 나면 고치는 데 평균 얼마나 걸리는지다. 앞의 것은 늘리고, 뒤의 것은 줄여야 한다.
왜 신경 쓸까? 장비는 아주 비싸서 멈춰 있어도 감가상각이 된다. 한 대가 멈추면 그 뒤의 로트도 함께 기다린다. 그런데 정비 자체도 장비를 멈추는 일이다. 정비를 너무 자주 하면 정지 시간이 늘고, 너무 드물게 하면 고장 났을 때 더 오래 멈추며, 그 전에 웨이퍼 몇 장을 망칠 수도 있다. 그래서 장비의 모니터링 수치를 보고 정비 시점을 정하려는 연구도 있다. 불필요한 정비를 줄이고, 예상하지 못한 정지도 줄이려는 것이다.
그 모니터링 시스템을 FDC라고 한다. 센서 수치가 임계값을 넘으면 알림을 보내 사람을 부른다. 임계값을 너무 빡빡하게 잡으면 오경보가 끊이지 않고, 너무 느슨하게 잡으면 서서히 나빠지는 경우를 놓친다.
장비 엔지니어는 누구와 함께 일할까?
| 누구 | 함께 하는 일 |
|---|---|
| 기술자 | 현장에서 장비 이상을 가장 먼저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절차에 따라 먼저 조치한 뒤, 전화로 본 것을 분명하게 전한다 |
| 공정 엔지니어 | 수리 후 장비 인계와 테스트 런을 함께 한다. 장비 안에 있거나 뒤에서 기다리는 로트를 어떻게 할지는 공정 엔지니어가 판단한다 |
| 제조부 | 뒤 로트 일정을 잡으려고 “장비는 몇 시에 돌아와요?”라고 묻는다 |
| 팹 인프라 | 장비가 쓰는 전기, 물, 가스, 화학 물질을 맡는다. 문제가 누구 구간에 있는지 함께 가린다 |
| 장비사 엔지니어 | 큰 문제나 특수 부품을 함께 본다 |
인프라와의 업무 분담은 대체로 장비의 연결 지점을 경계로 한다(‘팹 인프라 엔지니어는 무슨 일을 할까?’ 참고). 예를 들어 펌프가 점점 뜨거워지면 먼저 팹 인프라 쪽에 냉각수 메인 배관이 정상인지 묻는다. 메인 배관이 정상이고 다른 장비도 정상이라면, 문제는 이 장비 자체 구간에 있다. 제조부가 로트 순서를 어떻게 정하는지는 ‘팹의 제조부는 무슨 일을 할까?’를 참고하면 된다. 생산 중인 장비에서 테스트를 하고 싶을 때도 먼저 제조부와 장비 차용을 협의해야 한다. 빌린 시간 동안 그 장비는 제품을 내보내지 못한다.
fab24hr에서는
‘출근’을 누르고 ‘직장인의 하루’를 고른 뒤, ‘오늘 나는’ 카드에서 ‘양산 팹’을 누르고 좌우로 넘겨 장비 엔지니어를 찾아 이름 아래의 ‘식각’을 누르면 식각 장비 엔지니어가 된다. 네 근무 중 어느 근무가 나오는지는 게임을 연 시간에 따라 정해진다.
- 심야 근무 ‘전화 세 통’: 이번 주 장비 온콜은 나다. 집에 있으니 야간조가 보내는 사진이 곧 내 눈이다. 세정 장비는 액위가 낮고, 식각 장비는 챔버 A에서 웨이퍼 흡착이 안 되고, 증착 장비는 펌프가 점점 뜨거워진다. 사진마다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일 뿐인지 가려내야 한다.
- 오전 근무 ‘챔버 오픈’: ETCH-03의 챔버 A는 새벽부터 지금까지 멈춰 있고, 오늘은 내가 챔버를 연다. LOTO를 걸고, 벤트한 뒤 온도가 내려가기를 기다리고, 낡은 ESC(정전척)를 떼어 내고, 나사 8개를 대각선 순서로 조이고, 진공 배기하고, 리크 체크를 한다. 단계마다 시간을 조금씩 아낄 수 있지만, 아낀 만큼 나중에 되돌아온다. 작업을 마치고 장비 인계를 하면 아카이 선배가 말한다. “고쳤다고 끝이 아니에요. 공정에서 됐다고 해야 끝이에요.”
- 오후 근무 ‘부품 부족’: 증착 장비 CVD-02는 대규모 PM을 마쳤지만 파티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고, 교체할 샤워헤드 예비품은 내일에야 들어온다. 다른 팀에서 빌려 올지, 로트마다 모니터 웨이퍼를 돌리며 일단 릴리스할지, 내일까지 멈춰 둘지는 내가 정한다. 날에 따라 오후 근무가 포토 구역의 핫플레이트 이야기로 바뀌기도 한다.
- 저녁 근무 ‘끝없는 오경보’: 남아서 ESC 교체 수리 보고서를 쓰는데, FDC가 계속 나를 부른다. 대부분 오경보다. 임계값을 느슨하게 할지도 내가 고른다.
게임 속 회사, 인물, 장비 번호, 숫자는 모두 가상이다. 장비 엔지니어가 무슨 일을 하고 왜 그렇게 하는지는 공개된 일반 자료를 바탕으로 썼으며, 실제 업무 분담은 회사마다 다르다. 다른 업계 용어는 ‘반도체 공장 전문 용어, 쉬운 말로 풀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임에서 만나는 곳식각 장비 엔지니어(양산 팹 › 장비 › 식각)가 되면, 심야 근무에는 이번 주 온콜 당번으로 집에서 야간조가 보낸 사진을 보고 어디가 고장 났는지 판단한다. 오전 근무에는 ETCH-03의 챔버 A를 직접 열어 부품을 교체하고, 작업이 끝나면 공정 쪽에 넘겨 테스트 런을 받는다.
fab24hr에서 식각 장비 엔지니어로 하루를 보낸다. 단계마다 시간을 조금씩 아낄 수 있지만, 아낀 만큼 나중에 되돌아온다.
식각 장비 엔지니어로 플레이하기: 한밤중 전화, 아침 챔버 오픈선생님께: 이 글은 ‘수업에서 fab24hr 활용하기’ 페이지와 함께 수업에 쓸 수 있어요.
이 글 인용하기‘장비 엔지니어는 무슨 일을 할까?’, fab24hr, 업데이트. https://fab24hr.com/ko/blog/equipment-engineer/
수업과 비영리 목적이라면 무료로 쓸 수 있어요. 화면에 띄우거나, 강의 자료에 넣거나, 학생들에게 인쇄해 나눠 줘도 괜찮아요. 출처(fab24hr)를 밝혀 주세요. 판매하거나 자기 작품으로 바꿔 내놓는 것은 안 돼요. 오류가 있다면 문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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