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의 제조부는 무슨 일을 할까? 생산 라인의 로트 순서는 어떻게 정할까?
한마디로, 팹의 제조부는 웨이퍼가 제시간에 공정을 하나씩 거쳐 나아가게 하는 사람들이다. 웨이퍼 한 장은 수백 개의 공정 단계를 거치는데, 사실 대부분의 시간은 장비 앞에서 줄을 서며 보낸다. 어느 로트를 어느 장비에 먼저 올릴지, 장비가 멈추면 어떻게 우회할지, 긴급 로트를 어떻게 끼워 넣을지가 제조부가 매일 하는 일이다. 팹에서는 그중 가장 핵심이 되는 일을 디스패치(dispatch)라고 부른다.
제조부는 공정·장비 엔지니어와 어떻게 일을 나눌까?
같은 장비를 두고도 세 부류의 사람이 보는 것이 다르다.
| 누구 | 무엇을 챙기나 | 자주 하는 질문 |
|---|---|---|
| 공정 엔지니어 | 장비가 만든 결과물이 맞는지 | 이 로트의 측정값이 규격 안에 있나? 다음 공정으로 보내도 되나? |
| 장비 엔지니어 | 장비 자체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 어느 부품이 고장 났나? 언제 다 고쳐지나? |
| 제조부 | 로트가 제시간에 나아가고 있는지 | 이 로트는 어디에 있나? 다음에 어느 장비에 올라가나? 시간 안에 될까? |
앞의 두 직무의 차이는 ‘공정 엔지니어와 장비 엔지니어는 무엇이 다를까?’에서 다룬다. 제조부는 장비를 어떤 조건(레시피, recipe)으로 돌릴지 정하지 않고, 장비를 고치지도 않는다. 제조부가 보는 것은 라인 전체의 ‘흐름’이다. 장비에 빨간불이 켜지면 교대로 라인을 지키는 사람이 가장 먼저 보는 경우가 많다. 먼저 이상 대응 절차인 OCAP에 따라 멈춰야 할 것은 멈추고 막아야 할 로트는 막은 뒤, 엔지니어에게 알린다. 라인에서 실제로 장비를 다루는 사람은 대개 기술자다. 기술자와 엔지니어의 차이는 ‘기술자와 엔지니어는 무엇이 다를까?’에서 다룬다.
자주 헷갈리는 직무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생산관리다. 생산관리는 ‘이 로트를 언제까지 끝내고 언제 출하할지’를 계획하고, 제조부는 팹 안에서 로트를 실제로 그 지점까지 밀고 간다. 하나가 일정을 짜는 일이라면, 다른 하나는 운전하는 일이다.
디스패치란?
몹시 바쁜 식당 주방을 떠올려 보자. 기다리는 테이블은 많은데 화구는 몇 개뿐이다. 어느 테이블의 음식을 먼저 만드느냐에 따라 테이블마다 기다리는 시간이 달라진다. 디스패치는 팹에서 이와 같은 일, 곧 어느 로트를 어느 장비에 먼저 올릴지 정하는 일이다.
팹은 주방보다 순서를 정하기가 더 어렵다. 이유는 세 가지다.
- 같은 웨이퍼가 계속 돌아온다: 칩은 한 층씩 쌓아 올려 만들기 때문에, 한 층을 쌓을 때마다 웨이퍼는 포토, 식각 같은 구역으로 돌아가 다시 공정을 거친다. 그래서 막 라인에 투입된 새 로트와 거의 다 끝나 가는 로트가 같은 장비를 두고 다투는 일이 많다.
- 모든 장비가 모든 로트를 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로트는 특정한 몇 대에만 올릴 수 있고, 다른 장비로 바꿀 수 없다.
- 장비는 멈춘다: 장비가 다운되었거나 PM 중이거나 테스트용 웨이퍼를 돌리고 있으면, 그동안에는 로트를 넣을 수 없다.
대부분의 팹은 모든 단계를 미리 정해 두지 않고, 디스패치 시스템이 규칙에 따라 그 자리에서 다음 로트를 정한다. 먼저 온 로트부터 하거나, 납기가 가까운 로트부터 하거나, ‘납기까지 남은 시간’과 ‘앞으로 걸릴 시간’을 비교해 정하는 식이다. 규칙마다 장단점이 있어서, 모든 지표에서 가장 좋은 규칙은 없다. 그래서 평소에는 시스템에 맡기고, 문제가 생겼을 때에야 사람이 조정한다.
어느 로트를 먼저 돌릴지 어떻게 정할까?
사람이 나서야 하는 때는 대개 다음과 같은 경우다.
- 긴급 로트: 핫 로트는 보통 모든 공정에서 우선이다. 하지만 긴급 로트가 빨리 갈 수 있는 것은 다른 로트가 자리를 내주었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긴급 로트가 많아지면 일반 로트의 생산 시간이 눈에 띄게 길어진다. 그래서 긴급 로트는 많이 만들수록 좋은 것이 아니다.
- Q-time이 임박했다: 어떤 공정은 끝난 뒤 정해진 시간 안에 다음 공정을 시작해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다시 하거나 스크랩해야 할 수도 있다. 기한이 임박한 로트를 먼저 배정해야 한다. 더 좋은 방법은 거꾸로 생각하는 것이다. 다음 공정 장비가 아직 비지 않았다면 앞 공정을 미리 하지 않는 것이다. 왜 이런 기한이 있는지는 ‘Q-time이란? 웨이퍼는 왜 오래 기다릴 수 없을까’에서 다룬다.
- 장비 상태: 한 대가 멈추면 그 뒤에 줄 서 있던 로트를 아직 돌아가는 장비에 나눠 줘야 한다. 그 장비에서만 돌릴 수 있는 로트는 수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PM을 어느 날로 잡느냐에 따라서도 내일 로트를 어디로 먼저 보낼지가 달라진다.
- 다음 공정이 막히지 않을까: 로트를 한꺼번에 다 밀어내면 다음 공정도 다 처리하지 못한다. 고온의 퍼니스처럼 한 번에 여러 로트를 넣을 수 있는 장비라면, 다 채울 때까지 기다렸다가 돌릴지 먼저 돌릴지도 정해야 한다.
이 정보는 모두 제조 실행 시스템인 MES로 모인다. 각 로트가 어느 공정에 있는지, 언제 끝났는지, 다음에 어디로 가는지가 모두 MES에 기록된다.
Move와 WIP은 무엇을 보는 지표일까?
제조부가 매일 쫓는 것은 현황판의 두 숫자, Move와 WIP다.
- Move: 웨이퍼 한 장이 한 공정을 마치면 move 하나로 센다(로트 단위로 세는 팹도 있다). 오늘 move가 많다면 로트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 WIP: work in process의 약자로, 직역하면 ‘아직 만들고 있는 것’이다. 라인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로트를 가리킨다.
이 두 숫자는 함께 봐야 한다. 라인에 있는 물량과 ‘한 장이 라인에 머무는 시간’ 사이에는 간단한 관계가 있다. 라인의 물량 = 하루 완료량 × 한 장이 머무는 평균 일수다. 어떤 라인이 하루에 1,000장을 완료하고 라인에 30,000장이 있다면, 한 장은 평균 30일을 머문다. 하루 완료량이 그대로인데 라인에 로트가 쌓일수록 한 장 한 장이 더 오래 기다린다. 그래서 ‘로트를 조금 더 넣으면’ 반드시 더 빨리 나오는 것은 아니다.
Move에도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다. 어느 공정이든 똑같이 하나로 세기 때문에, 그 로트가 급한지 아닌지는 따지지 않는다. 쉬운 공정에 로트를 몇 개 더 밀어 넣으면 숫자는 보기 좋아지지만, 멈춘 장비 앞에 걸린 긴급 로트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을 수 있다. 그래서 현황판에서는 move 말고도 로트가 어느 공정에 걸려 있는지, 어느 로트의 Q-time이 임박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교대 근무와 인수인계에서는 무엇을 넘길까?
팹은 24시간 멈추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반도체 공장은 왜 24시간 멈추지 않을까?’에서 다룬다. 라인을 지키는 사람들은 12시간씩 근무하며 여러 조가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서, 하루에 적어도 두 번은 사람이 바뀐다.
인수인계에서 넘기는 것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이다. 어느 장비가 멈춰 있고 누구를 기다리는지, 어느 로트가 홀드되었고 사유가 무엇이며 누가 결정해야 하는지, 어느 로트의 Q-time이 임박했는지, 긴급 로트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같은 것들이다. 산업 안전 분야의 공개 지침은 인수인계를 대면으로, 양방향으로 하고 문서와 구두를 모두 갖추어, 넘겨받는 사람이 그 자리에서 되물을 수 있게 하라고 권한다. 교대할 때 아직 수리 중인 장비가 있다면 더욱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근무 시간이 길수록 적어 둔 몇 줄에 더 많이 기대게 된다.
fab24hr에서는
fab24hr에서 ‘출근’을 누르고 ‘직장인의 하루’를 고른 뒤, ‘오늘 나는’ 카드에서 ‘양산 팹’을 누르고 좌우로 넘겨 ‘제조부’를 찾는다. 나는 식각 구역을 맡아 근무마다 디스패치 보드를 연다. 로트 하나를 누르고 장비 하나를 누르면, 줄곧 줄어드는 Q-time 카운트다운과 ‘계획’과 ‘실적’ 완료 웨이퍼 수를 나타내는 두 선을 볼 수 있다. 심야 근무에는 식각 장비 ETCH-03에 02:47에 빨간불이 켜진다. OCAP에 따라 온콜 엔지니어에게 전화할지, 먼저 리셋을 누를지는 내가 정한다. 이어서 세정 장비 앞의 4로트 순서를 정하고 인수인계서를 쓴다. 오전 근무에는 ETCH-03의 챔버 A가 멈춰 있어 그 뒤에 기다리던 9로트를 아직 돌아가는 챔버와 장비에 나눠 줘야 하고, 아침 회의에서 move 숫자를 보고해야 하며, 선배가 실험에 쓰려던 장비를 Q-time이 임박한 로트에 먼저 내달라고 설득해야 한다. 오후 근무에는 생산관리에서 슈퍼 핫 로트를 넣겠다는 전화가 오는데, 마침 천장의 OHT가 멈춘다. 저녁 근무에는 인수인계서의 다섯 줄이 모두 맞는데도 한 로트가 빠져 있다. 가끔은 기술자가 병가를 내거나 디스패치 시스템 연결이 끊기기도 한다. 같은 카드에는 생산관리 역할도 있다. 게임 속 회사, 인물, 장비 번호, 로트 번호와 수치는 모두 가상이다. 제조부가 하는 일과 디스패치 방식은 공개된 일반 자료를 바탕으로 썼으며, 실제 업무 분담은 회사마다 다르다.
게임에서 만나는 곳양산 팹의 제조부가 되면 근무마다 디스패치 보드를 연다. 로트를 하나씩 장비에 배정하고, Q-time 카운트다운과 끼어드는 긴급 로트, 그리고 ‘계획’과 ‘실적’ 완료 웨이퍼 수를 나타내는 두 선을 지켜본다.
fab24hr에서 제조부로 하루를 보내면, 한밤중에 장비에 빨간불이 켜지고 오후에는 긴급 로트가 끼어들며 인수인계서에는 한 줄이 빠져 있다. 그래도 로트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제조부로 플레이하며 디스패치 보드 직접 짜 보기선생님께: 이 글은 ‘수업에서 fab24hr 활용하기’ 페이지와 함께 수업에 쓸 수 있어요.
이 글 인용하기‘팹의 제조부는 무슨 일을 할까? 생산 라인의 로트 순서는 어떻게 정할까?’, fab24hr, 업데이트. https://fab24hr.com/ko/blog/fab-manufacturing/
수업과 비영리 목적이라면 무료로 쓸 수 있어요. 화면에 띄우거나, 강의 자료에 넣거나, 학생들에게 인쇄해 나눠 줘도 괜찮아요. 출처(fab24hr)를 밝혀 주세요. 판매하거나 자기 작품으로 바꿔 내놓는 것은 안 돼요. 오류가 있다면 문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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