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퍼는 팹 안에서 어떻게 이동할까? 웨이퍼 박스(FOUP)와 천장의 OHT
팹 안에서 웨이퍼가 이동하는 데는 두 가지가 쓰인다. FOUP이라는 밀폐 용기와, 천장 레일 위를 달리는 OHT(천장 반송 장치)다. 웨이퍼는 FOUP 하나에 최대 25장씩 담기고, OHT는 레일을 따라 FOUP을 한 장비에서 다음 장비로 옮겨 장비 입구에 내려놓는다. 웨이퍼를 자동으로 옮기는 이 시스템 전체를 업계에서는 AMHS(automated material handling system, 자동 물류 반송 시스템)라고 부른다. 웨이퍼 한 장은 백 단계가 넘는 공정을 거치고 거의 한 단계가 끝날 때마다 자리를 옮겨야 하므로, 이 시스템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돌아간다.
FOUP이란? 하나에 몇 장이 들어갈까?
FOUP은 Front Opening Unified Pod의 약자로, 직역하면 ‘앞면이 열리는 표준 용기’다. 흔히 pod 또는 웨이퍼 박스라고도 부른다. 플라스틱 용기이며 앞면에 문이 하나 있다. 안쪽 양옆에는 한 칸씩 나뉜 슬롯이 있어 웨이퍼를 한 장씩 꽂는데, 위아래로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어 서로 닿지 않는다.
이 용기는 12인치(지름 30cm) 웨이퍼용이어서 각 변이 30cm보다 조금 더 길다. 하나에 최대 25장이 들어간다. 팹에서는 FOUP 하나가 곧 한 로트인 경우가 많다. 같은 로트 번호를 달고 한 공정에서 다음 공정으로 함께 이동한다.
용기의 형태와 치수는 업계가 함께 정한 공개 표준을 따른다. 그래서 어느 회사가 만든 FOUP이든 다른 회사가 만든 장비에 올릴 수 있고, 또 다른 회사가 만든 OHT로도 옮길 수 있다.
웨이퍼를 왜 밀폐 용기에 넣어 둘까?
칩의 선이 그만큼 가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파티클 하나가 웨이퍼에 떨어져도 선이 끊어질 수 있고, 그러면 그 칩은 불량이 된다. 클린룸 공기는 이미 매우 깨끗해서, 오늘날 웨이퍼 결함은 대부분 장비와 공정에서 생긴다. 그래도 클린룸 안에서는 여전히 사람이 오가고, 사람은 지금도 클린룸에서 가장 큰 파티클 발생원 중 하나다(‘클린룸에서는 왜 전신 방진복을 입을까?’ 참고).
그래서 웨이퍼는 장비를 떠난 뒤 다시 실내 공기에 닿지 않는 편이 좋다. FOUP 문을 닫으면 바깥 먼지가 들어오지 못한다. 웨이퍼는 FOUP 안에 있거나 장비 안에 있거나 둘 중 하나이고, 이 두 작은 공간은 사람이 다니는 통로보다 더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다. 클린룸 등급을 어떻게 매기는지, 통로까지 최고 등급으로 만들 필요가 없는 이유는 ‘클린룸은 얼마나 깨끗할까?’에서 다뤘다.
다만 FOUP 안은 진공이 아니라 공기로 차 있다. 웨이퍼 표면은 공기 중에 오래 두면 조금씩 변하기 때문에, 일부 공정과 공정 사이에는 시간 제한이 있다(‘Q-time이란?’ 참고). 산화나 수분에 특히 민감한 웨이퍼를 위해 일부 FOUP에는 질소나 아주 건조한 공기를 채워 수분을 몰아내기도 한다.
OHT란? 왜 천장에 있을까?
OHT는 천장 레일에 매달려 달리는 소형 반송 차량으로, 영어로는 overhead hoist transport, 즉 머리 위에서 매달아 나르는 반송 장치다. 사람은 태우지 않으며, 주로 FOUP을 나른다.
왜 천장일까? OHT는 머리 위로 달리기 때문에 장비나 스토커(stocker) 바로 위까지 가서 FOUP을 내려놓거나 집어 올릴 수 있고, 가는 동안 사람이 다니는 바닥을 한 번도 지나지 않는다. 레일은 구역마다 장비 위를 돌고, 구역과 구역 사이도 레일이나 다른 반송 설비로 이어진다. 오늘날 12인치 팹은 대부분 OHT로 FOUP을 옮긴다.
OHT는 FOUP을 어떻게 장비에 올려놓을까?
장비 앞면에는 FOUP을 올려놓는 받침대가 몇 개 있는데, 이를 로드 포트(load port)라고 한다. OHT는 레일을 따라 로드 포트 바로 위까지 가서 멈추고, FOUP을 수직으로 내려 받침대에 놓은 다음, 그리퍼를 풀고 다시 감아올린다. 인형 뽑기 기계와 비슷하지만, 이번에는 물건을 내려놓는 쪽이다. 공정이 끝난 FOUP을 가져갈 때는 반대로 그리퍼를 내려 FOUP을 잡고 끌어올린다.
FOUP이 로드 포트에 놓이면 다음 순서로 진행된다.
- 받침대가 FOUP의 위치를 맞추고 고정한다.
- 장비가 FOUP에 붙은 ID를 읽어, 이 FOUP이 이 장비로 와야 하는 것이 맞는지 확인한다.
- 맞아야만 FOUP 문을 열고, 장비 안의 로봇 암이 웨이퍼를 한 장씩 꺼내 들인다.
- 공정이 끝나면 대개 다시 한 장씩 같은 FOUP에 넣고 문을 닫은 뒤, OHT가 가지러 오기를 기다린다.
OHT와 로드 포트가 주고받는 신호(“내려놓아도 되나?” “다 놓았다”)에도 업계 공개 표준이 있어서, 서로 다른 장비라도 모두 같은 방식으로 연결된다.
다음 장비가 아직 다른 로트를 처리하고 있으면 FOUP은 먼저 스토커로 가서 기다린다. 스토커는 일종의 자동 창고로, 안에 있는 로봇 암이 FOUP을 선반에 올리고 내린다. OHT는 스토커의 출입구에서 FOUP을 넣고 꺼낸다.
이 FOUP의 다음 행선지는 누가 정할까?
OHT가 스스로 정하는 것이 아니다. 각 로트가 어떤 공정을 거치고 각 공정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 아주 긴 여행 일정표와 같다. 공장의 컴퓨터 시스템인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제조 실행 시스템)가 각 로트가 지금 몇 번째 공정에 와 있는지 기록한다.
한 공정이 끝나면 시스템이 ‘트랙아웃’을 기록하고, 그러면 다음 공정에 어떤 종류의 장비가 필요한지 알게 된다. 같은 종류의 장비가 여러 대인 경우가 많은데, 어느 로트를 어느 장비에 먼저 올릴지 정하는 일을 디스패치(dispatch)라고 한다. 대부분의 12인치 팹에서는 디스패치 시스템이 규칙에 따라 자동으로 정한다. 예를 들어 먼저 도착한 로트부터, 납기가 가까운 로트부터 처리하고, 긴급 로트는 맨 앞에 세우는 식이다. 결정이 나면 반송 시스템이 빈 OHT 한 대를 불러 FOUP을 가지러 보낸다.
그래서 FOUP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사람이 손댈 필요가 없다. 장비가 멈추거나 긴급 로트가 끼어들어 정해 둔 순서를 바꿔야 할 때에만 제조부가 직접 나서서 조정한다(‘팹의 제조부는 무슨 일을 할까?’ 참고). 사실 로트는 대부분의 시간을 기다리며 보낸다. 장비를 기다리고, OHT를 기다리고, 앞 로트가 끝나기를 기다린다.
사람이 직접 옮기면 안 될까?
- 너무 무겁다: 12인치 웨이퍼를 가득 채운 FOUP은 용기까지 합쳐 약 7~9kg으로, 큰 쌀 한 포대와 비슷하다. 가끔 한 번 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팹 하나에서는 하루에도 엄청나게 많은 횟수를 옮겨야 하고, 하루 종일 허리를 굽혔다 들었다 하면 손목과 허리가 버티지 못한다. 예전 8인치 팹은 용기가 더 가벼워 사람이 카트로 밀거나 손으로 들고 옮기는 경우가 많았다. 12인치로 넘어오면서 용기는 무거워지고 품질 요구도 높아져, 자동 반송으로 대거 바뀌었다.
- 사람이 파티클을 가져온다: 웨이퍼 가까이에 가는 사람은 적을수록 좋다.
- 실수하기 쉽다: FOUP을 잘못 집거나 엉뚱한 장비로 보내면 한 박스 전체를 리워크해야 하거나 아예 스크랩해야 할 수도 있다. 옮기다가 넘어져 FOUP을 바닥에 떨어뜨리면 안에 든 웨이퍼가 여러 장 깨질 수 있다. 반송은 시스템에 맡기고 장비가 ID를 읽어 대조하게 하면 이런 실수가 끼어들 여지가 줄어든다.
그렇다고 사람이 전혀 옮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OHT가 고장 나거나 긴급 로트가 기다릴 수 없을 때는 여전히 사람이 카트로 옮긴다. 이때 카트는 천천히 밀고, 모퉁이 앞에서는 먼저 한 번 멈춘다. FOUP 하나에 든 웨이퍼 25장이 모두 그 사람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fab24hr에서는
fab24hr의 양산 팹에서는 식각 구역 천장에 OHT 레일이 한 바퀴 둘러져 있고, OHT 몇 대가 그 위를 달리며 장비와 스토커 위에 멈춰 FOUP을 내려놓고 집어 간다. 레일을 누르면 설명 카드에 로트가 어느 장비로 갈지는 시스템이 디스패치에 따라 정한다고 나온다. 다른 제품의 FOUP을 아무거나 하나 누르면 카메라가 그 FOUP을 따라가며 OHT가 어디로 데려가는지 보여 준다.
직접 한번 밀어 보고 싶다면 제조부로 플레이하면 된다. ‘출근’을 누르고 ‘직장인의 하루’를 고른 뒤, ‘오늘 나는’ 카드에서 ‘양산 팹’을 누르고 좌우로 넘겨 ‘제조부’를 고른다. 오후 근무에 슈퍼 핫 로트가 끼어드는데, 하필 OHT가 도중에 멈춰 버린다. 25장이 든 긴급 로트 FOUP을 카트에 싣고 스토커에서 반대편 끝의 장비까지 밀고 가야 한다. FOUP이 흔들려 한쪽으로 기울면 반대쪽에서 잡아 줘야 한다. 오전 근무와 저녁 근무에도 ‘OHT가 멈췄다’라는 랜덤 이벤트를 만날 수 있고, 그때는 긴급 로트를 먼저 카트로 보낼지 정해야 한다. 장비 설명 카드에서 ‘분해해 보기’를 누르면, 일부 장비(예: 클러스터 툴)는 맨 앞에 웨이퍼 박스와 그것을 올려놓는 받침대가 있다.
게임 속 팹, 인물, 로트 번호, 장비 번호는 모두 허구이며, OHT 대수와 레일도 단순화했다. FOUP 하나에 25장, 가득 채우면 8kg 안팎, OHT가 FOUP을 로드 포트에 내려놓는다는 내용은 공개된 일반 자료를 바탕으로 썼다. 다른 업계 용어는 ‘반도체 공장 전문 용어, 쉬운 말로 풀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임에서 만나는 곳양산 팹의 식각 구역에서는 고개만 들면 레일 위를 달리는 OHT가 보인다. 제조부(양산 팹 › 제조부)로 플레이하면 오후 근무에 OHT가 도중에 멈춰, 웨이퍼 25장이 든 긴급 로트 FOUP을 카트로 반대편까지 밀고 가야 한다.
fab24hr에서 OHT는 평소에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다. OHT가 멈추는 순간, 제조부는 웨이퍼 한 박스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게 된다.
제조부로 플레이하기: OHT가 멈춘 오후, 긴급 로트 밀고 가기선생님께: 이 글은 ‘수업에서 fab24hr 활용하기’ 페이지와 함께 수업에 쓸 수 있어요. 글에 나오는 장비는 분해해서 볼 수 있어요: OHT(천장 반송) · 스토커.
이 글 인용하기‘웨이퍼는 팹 안에서 어떻게 이동할까? 웨이퍼 박스(FOUP)와 천장의 OHT’, fab24hr, 업데이트. https://fab24hr.com/ko/blog/foup-and-am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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