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관리는 무슨 일을 할까? 팹의 납기는 어떻게 정할까?
생산관리는 영어로 흔히 production control이라 하며, ‘생산 통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팹에서 생산관리는 고객이 원하는 수량과 날짜를 매주, 매일 몇 장을 투입하고 어느 로트를 먼저 보낼지로 바꾸는 사람이다. 장비가 멈추고 로트가 늦어질 때 ‘그 로트는 언제 출하될 수 있나’에 답해야 하는 사람도 대개 생산관리다.
생산관리의 일은 무엇과 비슷할까?
빵집에서 생일 케이크를 주문한다고 생각해 보자. 점원은 바로 된다고 하지 않고 먼저 주문 장부를 넘겨 본다. 그날 이미 몇 개가 예약되어 있는지, 오븐이 하루에 몇 개를 구울 수 있는지, 이 케이크는 만드는 데 며칠이 걸리는지. 계산이 끝나야 “토요일 오후에 찾아가실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생산관리는 팹에서 그 주문 장부를 넘기는 사람이다. 차이는 팹의 ‘케이크’는 한 번 만드는 데 몇 달이 걸리고, ‘오븐’은 저마다 특기가 다른 100대가 넘는 장비이며, 여러 고객의 주문이 동시에 줄을 서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다른 회사의 칩을 전문으로 만들어 주는 팹에 대해서는 “뉴스에 나오는 ‘파운드리’란?” 참고).
생산관리는 어떤 계획을 세우나?
일반적으로 팹의 생산 계획은 ‘얼마나 멀리 보느냐’에 따라 세 층으로 나눌 수 있다.
- 몇 년 앞: 장비가 충분한지, 늘려야 하는지.
- 몇 달 앞, 주 단위: 매주 웨이퍼 투입을 얼마나 하고, 얼마나 완료하고, 어느 주에 어떤 로트를 출하하는지. 이를 주생산계획(master production schedule)이라 한다.
- 오늘: 오늘 각 구간에서 몇 장을 처리하고, 어느 로트의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지.
생산관리의 일은 대부분 뒤의 두 층에 걸쳐 있다. 팹의 생산 관리를 연구하는 책도 결정을 이렇게 층으로 나눈다. 기간마다 얼마나 만들지, 언제 얼마나 투입할지, 라인 위의 각 로트를 어느 장비에 먼저 올릴지다.
납기는 어떻게 정하나?
웨이퍼는 투입부터 완료까지 몇 달이 걸린다(왜 투입한 날부터 세는지는 ‘웨이퍼 투입이란? 웨이퍼 한 로트의 시간은 언제부터 셀까’ 참고). 그래서 납기는 고객이 원하는 날짜에서 거꾸로 계산해 정한다.
- 고객이 받고 싶은 날짜에서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을 빼고, 그 앞에 여유를 조금 더 두면 늦어도 투입해야 하는 날짜가 나온다.
- 더 둔 그 여유를 버퍼라 한다. 앞 공정 어딘가가 몇 시간 늦어져도 뒤에 버퍼가 있으면 받아 내므로 출하일을 바꾸지 않아도 된다.
가상의 예를 들어 보자. 한 로트가 평균 12주 걸리고 버퍼를 1주 둔다면, 납기 13주 전에 투입해야 한다.
이렇게 오래 걸리기 때문에 생산관리는 주문이 들어온 뒤에야 생각을 시작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고객의 예측에 따라 먼저 생산 능력을 확보해 두고, 실제 주문이 들어오면 확보해 둔 자리에서 차감하는 방식도 있다. 고객에게 약속하기 전에는 가장 바쁜 장비 몇 대의 일정에 들어갈 수 있는지도 먼저 본다.
생산관리는 매일 어떤 숫자를 보나?
- WIP: 라인 위에서 아직 완료되지 않은 로트로, 우리말로는 재공품이라 한다. 각 로트가 어느 공정에 얼마나 머물러 있는지 본다(Move와 WIP).
- 사이클 타임: 한 로트가 투입부터 완료까지 걸린 전체 시간.
- 생산 능력: 장비가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양. 라인 전체에서 가장 느리고 가장 꽉 찬 공정을 병목이라 하며, 병목이 하루에 처리하는 양이 곧 라인 전체가 하루에 내보낼 수 있는 최대량이다.
이 숫자들은 서로 묶여 있다. 라인 위의 로트, 하루에 완료되는 양, 로트마다 머무는 시간 사이에는 간단한 관계가 있는데, ‘팹의 제조부는 무슨 일을 할까?’에서 다뤘다.
직관과 반대되는 사실도 하나 있다. 장비 일정이 꽉 찰수록 로트는 더 오래 기다리고, 그것도 비례해서 늘어나지 않는다. 거의 꽉 찼을 때 조금만 더 밀어 넣으면 대기 시간이 단번에 크게 늘어난다. 고속도로와 같다. 차가 적을 때는 몇 대 늘어도 티가 나지 않지만, 거의 꽉 찼을 때 몇 대가 늘면 도로 전체가 멈춰 버린다. 그래서 생산관리는 계획을 세울 때 ‘장비가 놀지 않게’와 ‘로트가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게’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일일 계획에 대해 연구에서 흔히 보이는 방식은 한 달 동안 만들 양을 날마다, 구간마다 몇 장씩 처리할지로 나눈 뒤, 구간마다 로트가 고르게 분포하는지 보는 것이다. 한 구간에 너무 많이 쌓이면 로트가 거기서 줄을 서고, 다음 구간에 로트가 없으면 장비가 논다.
고객이 납기를 앞당겨 달라고 하면?
생산관리가 가장 자주 받는, 그리고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손에 쥔 카드는 대략 이렇다.
- 긴급 로트로 바꾼다: 공정마다 대개 우선 처리된다(핫 로트). 하지만 긴급 로트가 빨리 가는 것은 다른 로트가 길을 비켜 주기 때문이다. 긴급 로트가 많아지면 나머지 로트는 눈에 띄게 느려진다.
- 더 앞서 있는 로트로 먼저 메운다: 같은 제품의 다른 로트가 이미 후반부 공정까지 와 있으면, 그 로트를 급한 주문에 먼저 돌리고, 원래 그 로트를 기다리던 주문은 뒤의 로트로 채우기도 한다.
- 한 로트를 더 투입한다: 이 카드는 가까운 날짜를 맞추는 데는 소용이 없다. 새로 투입한 웨이퍼는 첫 공정부터 다시 거쳐야 해 또 몇 달이 걸린다.
어떤 카드를 내든 다른 로트가 늦어진다. 그래서 생산관리는 ‘된다’고 말하기 전에 먼저 계산한다. 끼워 넣은 뒤 누가 얼마나 늦어지고, 그 주문들이 여전히 납기를 맞출 수 있는가. 긴급 주문의 끼워넣기를 다룬 논문들도 이 단계를 먼저 계산한 뒤 받을지를 정한다.
그래서 좋은 답에는 조건이 붙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목요일로 잡을 수 있어요. 내일 그 공정의 계측이 정상이라면요.” 같은 식이다. 밀려나는 로트들도 영업 담당에게 일찍 알려 두는 편이 좋다.
생산관리와 제조부는 어떻게 일을 나누나?
둘 다 로트를 챙기지만, 보는 시간의 범위가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다음과 같고, 실제 분담은 팹마다 다르다.
| 누가 | 얼마나 멀리 보나 | 자주 묻는 질문 |
|---|---|---|
| 생산관리 | 며칠에서 몇 달 | 얼마나 투입하나? 어느 로트가 먼저인가? 납기를 맞출 수 있나? |
| 제조부 | 이번 근무, 앞으로 몇 시간 | 다음 로트는 어느 장비에 올리나? 멈춘 장비는 어떻게 우회하나? |
생산관리는 계획을 세운다. 얼마나 투입할지, 어느 로트를 먼저 보낼지, 언제 어느 공정을 빠져나와야 하는지. 제조부는 라인에서 이 계획에 따라 디스패치를 하며 로트를 장비에서 장비로 밀어 보낸다. 장비가 멈추면 제조부는 먼저 라인 위의 로트를 어떻게 우회시킬지 처리하고, 생산관리는 출하일이 바뀌는지 계산해 영업 담당에게 알리며, 고객에게는 영업 담당이 전한다.
fab24hr에서는
fab24hr에서 ‘출근’을 누르고 ‘직장인의 하루’를 고른 뒤, ‘오늘 나는’ 카드에서 ‘양산 팹’을 누르고 좌우로 넘겨 ‘생산관리’로 간다. 장비를 만지지도, 웨이퍼가 좋은지 나쁜지 판정하지도 않는다. 네 근무 모두 같은 질문에 답한다. 로트는 언제 출하될 수 있나? 심야 근무는 새벽 5시 반, 집에서 휴대폰으로 재공품 보고서를 본다. 식각 장비 ETCH-03이 한밤중에 멈췄고, 긴급 로트 H-2417이 그 안에 갇혀 있다. 영업 담당이 전화로 출하일이 바뀌는지 묻는다. 앞 공정이 반나절 늦어졌는데 뒤의 버퍼가 받아 낼 수 있을지, 어떻게 답할지 정해야 한다. 오전 근무는 9시 생산 회의다. ETCH-03은 챔버 하나만 남았고 뒤에 9로트가 기다리고 있어, 큐타임이 임박한 로트와 내일 출하할 긴급 로트부터 챙겨야 한다. 부품을 다 달았다고 끝이 아니다. 테스트 런을 통과해야 장비가 돌아온 것이다. 오후 근무에는 옆의 ETCH-05에서 수동 투입에 문제가 생겨 P-4K26 로트 전체가 홀드된다. 이번 주 출하를 다시 짜야 하고, 그 뒤에 줄 서 있던 로트도 정해야 한다. 하루 늦추고 오늘 바로 영업 담당에게 알릴지, 야간조에 서둘러 달라고 부탁해 볼지. 저녁 근무에는 이번 달 생산량이 조금 모자라 부장이 모두에게 주말 근무를 부탁하려 한다. 먼저 움푹 꺼진 며칠이 장비가 멈춰서인지, 로트가 홀드되어서인지, 일손이 부족해서인지 파악해야 한다. 제조부로 바꿔 플레이하면, 오후 근무에 전화로 슈퍼 핫 로트를 끼워 넣는 사람이 바로 생산관리다. 게임 속 회사, 인물, 장비 번호, 로트 번호와 수치는 모두 가상이다. 생산관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납기를 어떻게 정하는지는 공개된 일반 자료를 바탕으로 썼으며, 실제 분담은 회사마다 다르다. 다른 전문 용어는 ‘반도체 공장 전문 용어, 쉬운 말로 풀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임에서 만나는 곳양산 팹에서 생산관리를 맡으면 네 근무 모두 같은 질문에 답한다. 로트는 언제 출하될 수 있나? 새벽의 재공품 보고서, 9시 생산 회의, 출하일이 바뀌어 이번 주를 다시 짜는 일, 그리고 조금 모자란 월말 생산량까지.
fab24hr에서 하루 동안 생산관리를 맡아 본다. 한밤중에 장비가 멈췄고, 아침 일찍 영업 담당이 출하일을 물어 온다. 내놓아야 할 것은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날짜다.
생산관리로 ‘이 로트는 언제 출하되나’에 답하기선생님께: 이 글은 ‘수업에서 fab24hr 활용하기’ 페이지와 함께 수업에 쓸 수 있어요.
이 글 인용하기‘생산관리는 무슨 일을 할까? 팹의 납기는 어떻게 정할까?’, fab24hr, 업데이트. https://fab24hr.com/ko/blog/production-ctrl/
수업과 비영리 목적이라면 무료로 쓸 수 있어요. 화면에 띄우거나, 강의 자료에 넣거나, 학생들에게 인쇄해 나눠 줘도 괜찮아요. 출처(fab24hr)를 밝혀 주세요. 판매하거나 자기 작품으로 바꿔 내놓는 것은 안 돼요. 오류가 있다면 문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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