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하기

← fab24hr 칼럼

칩은 어떻게 만들까약 6분

웨이퍼 한 장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릴까? 사이클 타임은 왜 몇 달이나 될까

웨이퍼 한 장이 웨이퍼 투입부터 완성되어 팹을 나서기까지는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린다. 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평균은 3개월 정도(12주 안팎)이며, 첨단 공정일수록, 층이 많을수록 더 오래 걸린다. 이 기간을 사이클 타임(cycle time)이라 하며, 생산 주기라고도 한다. 의외로 이 몇 달 동안 웨이퍼가 장비 안에서 실제로 가공되는 시간은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웨이퍼는 기다린다.

사이클 타임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가?

시작점은 웨이퍼 투입이다. 한 로트의 웨이퍼가 생산 라인에 올라가 첫 공정을 시작하는 때다(왜 이날부터 세는지는 ‘웨이퍼 투입이란? 웨이퍼 한 로트의 시간은 언제부터 셀까’ 참고). 끝점은 이 로트의 웨이퍼가 마지막 공정을 마치고 팹을 나서는 때다.

웨이퍼가 완성된 뒤에도 후공정(패키징·테스트)으로 보내야 하고, 여기에 또 몇 주가 걸린다. 뉴스에서 흔히 말하는 ‘납기(리드타임)’는 고객이 주문한 때부터 칩을 손에 넣기까지를 가리킨다. 투입 전에는 생산 능력에 여유가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고, 완성 뒤에는 후공정과 운송이 남아 있으므로 사이클 타임보다 훨씬 긴 경우가 많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리나?

공정 단계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칩은 한 층 한 층 쌓아 올려 만든다. 한 층을 만들 때마다 웨이퍼는 포토, 식각, 박막 등의 구역을 한 바퀴 돈다(각 구역이 하는 일은 ‘반도체 공장의 7개 공정 구역은 각각 무슨 일을 할까?’ 참고). 칩 하나에 수십 층을 쌓으니 합치면 수백 단계가 되고, 복잡한 공정은 천 단계를 넘기도 한다.

첨단 공정일수록 층이 많고, 패턴을 찍는 데 쓰는 포토마스크도 한 세트에 들어가는 장수가 늘어나 시간이 길어진다. 팹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흔히 ‘마스크 한 층에 평균 며칠이 걸리는가’로 여러 팹을 비교하는데, 대략 하루에서 며칠 수준이다. 가정한 예를 들어 보자. 마스크가 40층인 공정에서 한 층에 평균 2일이 걸린다면 80일, 거의 3개월이 된다.

이 몇 달 동안 웨이퍼는 무엇을 하고 있나?

병원에서 건강 검진을 받는 장면을 떠올려 보자. 채혈, X선 촬영, 시력 검사는 각각 몇 분이면 끝난다. 그런데 오전이 다 지나가고, 그 시간 대부분은 복도에 앉아 다음 검사실에서 번호를 부르기를 기다리며 보낸다.

웨이퍼도 마찬가지다. 장비 안에서 실제로 가공되는 시간은 많지 않고, 나머지는 모두 기다리는 시간이다. 기다리는 대상도 여러 가지다.

  1. 장비 차례 대기: 앞에 다른 로트가 있다. 보통 이것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
  2. 반송 대기: 12인치 팹에서 웨이퍼는 FOUP에 담겨 천장을 달리는 OHT(천장 반송 장치)로 장비 사이를 이동한다(‘웨이퍼는 팹 안에서 어떻게 이동할까?’). 차량이 아직 오지 않았다면 FOUP은 선반에서 기다린다.
  3. 계측 대기: 많은 공정은 끝난 뒤 먼저 측정해서 제대로 됐는지 확인해야 다음으로 넘어간다(‘팹은 공정이 제대로 됐는지 어떻게 알까?’). 측정을 많이 할수록 계측 장비 앞의 줄도 길어진다.
  4. 런이 찰 때까지 대기: 퍼니스처럼 한 번에 많은 웨이퍼를 넣는 장비는 로트가 어느 정도 모여야 돌리는 경우가 많다.
  5. 사람의 판단 대기: 로트가 홀드되면 엔지니어가 다음 공정으로 보내도 되는지 판단할 때까지 기다린다.

팹을 연구한 논문은 흔히 이렇게 말한다. 로트는 대부분의 시간을 가공이 아니라 기다리는 데 쓴다.

웨이퍼 한 장이 팹에서 보내는 몇 달을 나타낸 긴 막대에서, 장비 안에서 실제로 가공되는 시간은 짧은 몇 구간뿐이고, 대부분은 장비 차례를 기다리거나 반송을 기다리거나 계측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아래는 천장의 레일로, OHT(천장 반송 장치)가 웨이퍼 박스를 장비 입구까지 매달아 내려 준다.
비율은 개념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다. 웨이퍼는 밀폐된 웨이퍼 박스에 담겨 천장의 레일을 따라 장비 사이를 이동한다.

‘이론 시간의 몇 배’란 무슨 뜻인가?

사이클 타임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먼저 ‘이론 시간’을 계산한다. 이 로트가 공정마다 도착하는 순간 장비가 마침 비어 있고 차량도 딱 맞춰 와서 1분도 기다리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첫 공정부터 마지막 공정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구한 값이다. 이 시간에는 가공 자체만 들어가며, 순수 가공 시간(raw process time)이라고도 한다.

그런 다음 실제로 걸린 시간을 이 값으로 나누면 배수가 하나 나온다. 영어로는 흔히 X-factor(X 팩터)라 하고, flow factor라고 부르기도 한다.

  • 1배: 전혀 기다리지 않았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 3배: 이론상 20일이면 끝날 로트가 실제로는 60일 걸렸다고 가정하자. 가공에 쓴 시간은 3분의 1뿐이고, 3분의 2는 기다린 시간이다.

제품마다 공정 단계 수가 다르므로 일수를 그대로 비교하면 공정하지 않다. 배수로 비교해야 어느 쪽이 더 많이 기다렸는지 보인다. 실제 팹은 모두 1배보다 꽤 크며, 1에 가까울수록 좋다.

왜 이렇게 오래 줄을 서야 하나?

장비가 꽉 찰수록 더 오래 기다린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이며, 대기 시간은 비례해서 늘지 않는다(생산관리가 양쪽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는지는 ‘생산관리는 무슨 일을 할까? 팹의 납기는 어떻게 정할까?’ 참고). 교과서에 나오는 가장 단순한 대기행렬 모형으로 대략적인 모습을 계산할 수 있다. 장비 한 대가 한 로트를 처리하는 데 평균 1시간이 걸리고, 로트가 언제 도착하는지와 로트마다 처리에 얼마나 걸리는지가 모두 꽤 무작위라고 하자.

장비가 바쁜 시간한 로트가 머무는 평균 총시간
절반2시간
80%5시간
90%10시간

처리 시간은 어느 경우든 평균 1시간이고, 나머지는 전부 줄을 서는 시간이다. 실제 팹은 이 모형보다 복잡하지만 모양은 같다. 거의 꽉 찬 상태에서 조금만 더 밀어 넣어도 줄이 빠르게 길어진다. 그래서 팹은 24시간 가동하면서도 가장 바쁜 장비를 100%까지 채우지 않는다(‘반도체 공장은 왜 24시간 멈추지 않을까?’).

같은 웨이퍼가 계속 돌아온다

한 층을 만들 때마다 웨이퍼는 포토, 식각 같은 구역으로 돌아와 다시 거친다. 어떤 로트는 같은 장비 그룹으로 수십 번 돌아오고, 그때마다 다시 줄을 선다(로트 순서를 정하는 일이 왜 어려운지는 ‘팹의 제조부는 무슨 일을 할까?’ 참고).

긴급 로트가 끼어든다

긴급 로트(hot lot)로 지정된 로트는 보통 모든 공정에서 우선권을 갖는다. 긴급 로트가 덜 선 만큼의 줄은 다른 로트가 더 기다려서 메운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라인 위의 긴급 로트가 많을수록 일반 로트의 평균 사이클 타임이 길어지고, 예측하기도 어려워진다(‘Hot lot이란? 긴급 로트는 왜 꼭 1순위가 아닐까’).

장비가 멈춘다

장비가 다운되거나 PM(정비) 중일 때는 로트를 처리할 수 없어 로트가 그 앞에 쌓인다. 장비가 멈추면 생산 능력이 줄어들 뿐 아니라 ‘언제 차례가 올지’도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연구에 따르면 이 두 가지 모두 평균 사이클 타임을 늘린다(‘장비 PM(예방 정비)이란?’).

사이클 타임을 줄이면 무엇이 좋은가?

  1. 납기가 빨라지고 정확해진다: 로트가 일찍 끝나니 추가 주문도 빨리 채울 수 있다. 로트마다 기다리는 시간도 안정되어 생산관리가 제시하는 날짜를 믿을 수 있다.
  2. 라인 위에 묶이는 로트가 줄어든다: 하루에 완료하는 양이 같다면 로트마다 머무는 시간이 짧아질수록 라인 위의 로트가 줄고, 라인에 묶인 돈도 줄어든다(이 관계는 ‘팹의 제조부는 무슨 일을 할까?’에서 다룬다).
  3. 문제가 빨리 드러난다: 칩의 전기적 특성이 제대로 나왔는지는 웨이퍼가 완전히 끝나야 측정할 수 있는 것이 많다(‘WAT란? 웨이퍼 맵으로 어디가 잘못됐는지 알아내는 법’). 새 공정의 수율은 한 바퀴씩 개선하며 끌어올린다. 문제를 발견하고, 조건을 바꾸고, 다시 검증한다. 사이클 타임이 짧으면 한 바퀴가 빨리 돈다. 팹을 연구한 논문들은 일찍부터 수율과 사이클 타임의 관계를 다뤄 왔다.
  4. Q-time을 덜 넘긴다: Q-time 카운트다운에는 줄 서는 시간도 포함된다. 두 공정 사이의 대기가 짧으면 기한에 임박한 로트가 줄고, 다시 해야 하는 로트도 줄어든다(‘Q-time이란? 웨이퍼는 왜 오래 기다릴 수 없을까’).

대가도 있다. 로트가 덜 기다리게 하려면 장비에 여유를 조금 남겨야 하고, 모든 장비를 꽉 채울 수는 없다. 그래서 팹은 늘 ‘장비를 놀리지 말자’와 ‘로트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자’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다.

fab24hr에서는

fab24hr에서 사이클 타임을 가장 자주 마주하는 역할은 생산관리다. ‘출근’을 누르고 ‘직장인의 하루’를 고른 뒤, ‘오늘 나는’ 카드에서 ‘양산 팹’을 누르고 좌우로 넘겨 ‘생산관리’로 간다. 심야 근무의 새벽 5시 반, 집에서 휴대폰으로 재공품 보고서를 본다. 식각 장비 ETCH-03이 02:47에 멈췄고, 뒤에 9로트가 줄을 서 있다. 보고서에는 “오늘 식각 공정 사이클 타임은 평소보다 길어질 전망”이라고 적혀 있다. 긴급 로트 H-2417은 이 층의 식각까지 왔고 뒤로도 여러 층이 남아 있어, 팹을 나서기까지 4주 남짓 더 걸린다. 남은 경로를 한 공정씩 맞춰 봐야 한다. 어느 공정의 날짜가 움직였는지, 일정에 넣어 둔 버퍼로 받아 낼 수 있는지. 제조부로 플레이하면 같은 날 아침, ETCH-03 뒤의 9로트를 아직 돌릴 수 있는 장비에 나눠 보내야 한다. 메인 스토리 ‘칩의 일생’ 제3막 ‘후공정 공장’의 첫머리에서도, H-2417이 그날 이후 양산 팹에서 4주 남짓을 더 보낸 뒤에야 후공정 공장으로 보내졌다고 알려 준다. 게임 속 회사, 인물, 장비 번호, 로트 번호, 날짜는 모두 가상이다. 사이클 타임이 무엇인지, 시간이 어디에 쓰이는지는 공개된 일반 자료와 연구 논문을 바탕으로 썼다. 다른 전문 용어는 ‘반도체 공장 전문 용어, 쉬운 말로 풀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임에서 만나는 곳양산 팹의 생산관리가 되면, 심야 근무 새벽 5시 반의 재공품 보고서에 “오늘 식각 공정 사이클 타임은 평소보다 길어질 전망”이라고 적혀 있다. 긴급 로트 H-2417은 팹을 나서기까지 아직 4주 남짓 더 걸리고, 남은 공정을 하나하나 맞춰 봐야 한다.

fab24hr에서 하루 동안 생산관리가 되어 본다. 한밤중에 장비가 멈추고 뒤에 9로트가 줄을 서 있다. 그 긴급 로트의 남은 경로를 맞춰 보며 어느 공정이 늦어졌는지, 출하일이 바뀌는지 따져야 한다.

생산관리로 플레이하며 긴급 로트가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맞춰 보기

선생님께: 이 글은 ‘수업에서 fab24hr 활용하기’ 페이지와 함께 수업에 쓸 수 있어요.

이 글 인용하기‘웨이퍼 한 장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릴까? 사이클 타임은 왜 몇 달이나 될까’, fab24hr, 업데이트. https://fab24hr.com/ko/blog/cycle-time/
수업과 비영리 목적이라면 무료로 쓸 수 있어요. 화면에 띄우거나, 강의 자료에 넣거나, 학생들에게 인쇄해 나눠 줘도 괜찮아요. 출처(fab24hr)를 밝혀 주세요. 판매하거나 자기 작품으로 바꿔 내놓는 것은 안 돼요. 오류가 있다면 문제 신고

다른 글

이 사이트의 다른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