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이란? n형, p형 반도체로 어떻게 ‘평소에는 꺼져 있는’ 스위치를 만들까
도핑(doping)은 아주 순수한 실리콘에 다른 원자를 극히 적은 양만 일부러 넣어, 전기가 통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인처럼 실리콘보다 전자가 하나 많은 원자를 넣으면 실리콘 안에 움직일 수 있는 전자가 남는데, 이를 n형이라고 한다. 붕소처럼 전자가 하나 적은 원자를 넣으면 빈자리가 하나하나 생기는데, 이를 p형이라고 한다. n형과 p형을 순서대로 배열하면 칩 속의 스위치(트랜지스터)가 된다. 평소에는 꺼져 있다가, 게이트에 전압을 걸어야 켜진다.
순수한 실리콘은 왜 전기가 거의 통하지 않을까?
실리콘 원자의 가장 바깥 껍질에는 전자가 네 개 있다. 이 전자들은 손 네 개처럼 각각 옆의 실리콘 원자 하나씩과 손을 잡고, 원자들은 가지런한 격자로 늘어선다. 전자는 모두 원자와 원자 사이에 묶여 움직이지 못하므로, 전기가 흐르지 못한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설명한 글은 반도체란?을 보자.
묶여 있는 전자가 움직이려면 먼저 턱 하나를 넘어야 하는데, 교과서에서는 이를 ‘밴드갭’(에너지 갭)이라고 한다. 금속에는 이 턱이 없어서 전자가 원래부터 움직일 수 있다. 유리나 플라스틱은 턱이 아주 높아서 넘어가는 전자가 거의 없다. 실리콘의 턱은 높지도 낮지도 않다. 상온에서는 열의 도움으로 가끔 전자가 넘어가지만, 실리콘 원자 대략 몇조 개에 하나꼴이다. 그래서 순수한 실리콘은 전기가 거의 통하지 않는다.
다른 원자를 조금 넣으면 어떻게 될까?
넣는 양은 극히 적다. 적게는 실리콘 원자 약 1억 개에 하나, 많게는 약 1만 개에 하나를 넣고, 어떤 곳에는 그보다 더 많이 넣는다.
- 인을 넣으면 n형이 된다: 인은 바깥 껍질 전자가 다섯 개다. 실리콘 원자 하나를 대신해 이웃 넷과 손을 잡고도 하나가 남는다. 이 전자는 아주 느슨하게 잡혀 있어서 넘어야 할 턱이 실리콘의 턱보다 훨씬 낮고, 상온에서 대부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움직이는 것이 음전하(negative)를 띤 전자이므로 n형이라고 한다.
- 붕소를 넣으면 p형이 된다: 붕소는 바깥 껍질 전자가 세 개뿐이라, 이웃 하나는 손을 잡아 줄 상대가 없어 빈자리가 남는다. 이를 ‘정공’(hole)이라고 한다. 차가 꽉 들어찬 주차장 한 줄에서 가운데 한 칸이 비었다고 생각해 보자. 뒤의 차가 앞으로 나와 빈칸을 메우면 빈칸은 그 차가 있던 자리로 물러난다. 다음 차가 또 앞으로 나와 메우고…… 차가 한 대씩 앞으로 나아가면 빈칸은 계속 뒤로 물러난다.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전자지만, 겉보기에는 양전하(positive)를 띤 빈자리가 움직이는 것 같아서 p형이라고 한다.
실리콘 덩어리 전체가 전기를 띠는 것은 아니다. n과 p는 그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 전자인지 빈자리인지를 말할 뿐이다.
n과 p가 맞닿으면 어떻게 될까?
n형과 p형이 맞닿은 곳에서는 전기가 한 방향으로만 통한다. p 쪽에서 n 쪽으로 밀면 통한다. 반대로 밀면, 경계 부근에 원래부터 있던, 움직일 것이 아무것도 없는 좁은 지대가 넓어지면서 벽처럼 막아선다. 이 일만 하는 부품을 다이오드라고 한다. ‘반대로 밀면 막히는’ 이 벽을 기억해 두자. 다음 절에서 쓴다.
트랜지스터는 왜 평소에 꺼져 있을까?
트랜지스터에는 입구(소스)와 출구(드레인)가 있고, 가운데 위에 문(게이트)이 있으며, 게이트와 실리콘 사이에는 아주 얇은 절연막이 있다(생김새는 트랜지스터란? 참고). 흔한 한 종류를 예로 들면, 도핑은 이렇게 배열된다.
- 평소: 소스와 드레인은 n형이고, 가운데 아래의 큰 덩어리는 p형이다. 소스에서 드레인으로 가려면 n에서 p로, p에서 n으로 가는 두 경계를 지나야 하는데, 두 경계가 등을 맞대고 있다. 전기를 어느 쪽으로 밀든 한 경계는 반대 방향이어서 그 벽에 막힌다. 그래서 스위치는 평소에 꺼져 있다.
- 게이트에 양의 전압을 걸면: 절연막을 사이에 두고 전자를 p형 실리콘 표면으로 끌어당기고 빈자리를 밀어낸다. 전압이 충분히 크면 표면의 얇은 층에서 전자가 빈자리보다 많아져 이 층이 n형처럼 되는데, 교과서에서는 이를 ‘반전층’이라고 한다.
- 켜진다: 이 층은 임시로 놓은 n형 다리와 같다. 소스, 다리, 드레인이 모두 n형이 되어 가운데에 벽이 없어지므로 전기가 통한다. 전압을 없애면 다리가 흩어져 다시 꺼진 상태로 돌아간다.
이 다리를 놓는 데 필요한 전압을 문턱 전압이라고 한다(임계 전압이라고도 한다). 아래의 p형에 도핑을 많이 할수록 빈자리가 많아 전자를 더 많이 끌어당겨야 덮을 수 있으므로 문턱이 높아진다. 그래서 도핑은 n이냐 p냐만 정하는 것이 아니라, 스위치가 켜지는 데 얼마나 큰 전압이 필요한지도 정한다.
다른 종류의 스위치는 정반대다
다른 종류의 트랜지스터는 n과 p를 맞바꾼다. 소스와 드레인이 p형이고 아래가 n형이어서 p, n, p로 배열된다. 이 트랜지스터는 게이트 전압이 높을 때 꺼지고 낮을 때 켜지며, 다리는 빈자리로 놓인다.
지금의 칩은 대부분 이 두 종류를 한 쌍으로 묶는다. 하나는 출력을 전원에 연결하고 다른 하나는 접지에 연결하는데, 같은 순간에는 하나만 켜진다. 스위치가 켜지느냐 꺼지느냐에 따라 이 선이 전원(1)에 연결되는지 접지(0)에 연결되는지가 정해진다. 이런 짝을 CMOS라고 한다(CMOS란? 참고). 두 종류가 모두 필요하므로, 같은 실리콘 위에 p형과 n형 두 가지 ‘바탕’이 동시에 있어야 한다. 흔히 각각 넓게 하나씩 주입해 웰이라고 부르고, 웰마다 한 종류의 트랜지스터가 놓인다.
팹은 어떻게 도핑할까?
- 먼저 틀을 찍는다: 포토 공정으로 포토레지스트에 도핑할 곳을 연다. 일부 작은 영역만 n이나 p로 바꿔야 하는데, 다른 곳을 가리지 않으면 웨이퍼 전체가 바뀐다.
- 원자를 쏘아 넣는다: 지금은 대부분 이온 주입을 쓴다. 원자를 전하를 띤 이온으로 만들고 전기장으로 가속해 실리콘에 쏘아 넣는 방식으로, 얼마나 많이, 얼마나 깊이 넣을지를 정확하게 제어할 수 있다(자세한 내용은 이온 주입이란? 참고). 예전에는 고온 확산을 많이 썼다. 웨이퍼를 아주 뜨거운 로에 넣어 원자가 표면에서 천천히 스며들게 하는 방식으로, 지금도 일부 단계에서 쓴다(퍼니스는 무슨 일을 할까? 참고).
- 가열해 어닐링한다: 주입된 원자는 실리콘 원자의 자리에 들어가야 전자가 남거나 빈자리가 생기고, 부딪혀 흐트러진 격자도 다시 가지런해져야 한다. 어닐링을 하지 않으면 그 영역은 설계대로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 그런데 너무 오래 가열하면 원자가 옆으로 퍼지므로, 한 번에 한 장씩 몇 초만 가열하는 방식으로 바꾼 경우가 많다.
- 자리를 바꿔 다시 한다: n형 웰, p형 웰, 문턱을 조정하는 층, 두 종류 트랜지스터 각각의 소스와 드레인을 따로따로 주입하므로, 공정 흐름 하나에서 이온 주입을 여러 번 한다. 이 단계들이 어떻게 이어져 트랜지스터 하나가 되는지는 트랜지스터 하나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에서 다룬다.
도핑을 잘못하면 어떻게 될까?
주입된 원자는 다시 빼낼 수 없고, 웨이퍼 겉모습으로는 차이를 알 수 없다. 어디가 잘못됐느냐에 따라 스위치도 그쪽으로 틀어진다.
- 아래 덩어리에 너무 많이 도핑하면: 문턱이 높아져 스위치가 잘 켜지지 않고 느려진다.
- 아래 덩어리에 너무 적게 도핑하면: 문턱이 낮아져 꽉 꺼지지 않는다. 게이트가 ‘꺼짐’이라고 할 때도 전류가 새어 나가는데, 이것이 바로 누설 전류다. 소스와 드레인이 아주 가까우면 아래쪽으로 이어져 버려 게이트로도 막지 못하기도 한다. 칩 하나에는 스위치가 억 개 넘게 있어서, 하나하나가 조금씩 더 새면 쓰지 않고 놓아두어도 전력을 쓴다(칩은 왜 전력을 쓸까? 참고).
- 소스와 드레인에 너무 적게 도핑하면: 입구와 출구의 저항이 커져, 스위치가 켜져 있을 때 흐르는 전류도 작아진다.
그래서 팹에서는 모니터 웨이퍼의 면저항을 측정해 주입량이 맞는지 보고, 웨이퍼가 완성되면 WAT에서 다시 TEG로 스위치의 문턱 전압과 누설 전류를 측정한다(WAT란? 참고).
fab24hr에서는
메인 스토리 ‘칩의 일생’ 챕터 2 ‘한 공정씩’은 웨이퍼 투입 후 첫 닷새다. 나는 개발 PIE 엔지니어가 되어, 가상의 보청기 칩 ‘Glowmere’의 초도 로트 12장을 따라 R&D 라인의 일곱 구역을 거친다. 5일째에는 이온 주입 장비 IMP-R1 앞에서 먼저 런카드와 장비의 레시피를 한 줄씩 대조한다. 틸트 각 한 줄이 다른데, 장비에는 이전 실험에서 정면으로 주입하던 버전이 남아 있었다. 이를 되돌린 뒤 먼저 N형 웰을 주입하고, 포토레지스트를 새로 입혀 P형 웰을 주입한다. 그날 밤 퍼니스 FURN-R1으로 보내 어닐링한다.
‘직장인의 하루’에서도 만날 수 있다. ‘출근’을 누르고 ‘직장인의 하루’를 고른 뒤, ‘오늘 나는’ 카드에서 ‘개발 라인’을 누르고 좌우로 넘겨 개발 공정 엔지니어를 찾은 다음 이름 아래의 ‘주입’을 누른다. Glowmere의 소스와 드레인을 얼마나 많이, 얼마나 깊이 주입할지는 내가 시험해서 찾아낸다. 심야 근무에는 웨이퍼 한 장이 레시피를 잘못 골라 ‘조금 빠름’ 조건의 도즈로 주입된다. 양산 팹에도 이온 주입 역할이 있다. 게임 속 회사, 칩, 인물, 장비 번호와 수치는 모두 가상이다. 도핑과 트랜지스터가 켜지고 꺼지는 원리는 공개된 일반 자료를 바탕으로 썼다. 다른 업계 용어는 ‘반도체 공장 전문 용어, 쉬운 말로 풀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임에서 만나는 곳메인 스토리 ‘칩의 일생’ 챕터 2 ‘한 공정씩’의 5일째, 나는 R&D 라인의 이온 주입 장비 IMP-R1 앞에서 런카드와 장비의 레시피를 한 줄씩 대조한 뒤, 먼저 N형 웰을 주입하고 포토레지스트를 새로 입혀 P형 웰을 주입한다.
fab24hr에서 5일째에 웰에 주입한 원자는 다시 빼낼 수 없다. 그래서 장비에 올리기 전에 런카드와 레시피를 한 줄씩 대조한다.
챕터 2 ‘한 공정씩’ 플레이하며 5일째에 원자를 실리콘에 주입하기선생님께: 이 글은 ‘수업에서 fab24hr 활용하기’ 페이지와 함께 수업에 쓸 수 있어요.
이 글 인용하기‘도핑이란? n형, p형 반도체로 어떻게 ‘평소에는 꺼져 있는’ 스위치를 만들까’, fab24hr, 업데이트. https://fab24hr.com/ko/blog/what-is-doping/
수업과 비영리 목적이라면 무료로 쓸 수 있어요. 화면에 띄우거나, 강의 자료에 넣거나, 학생들에게 인쇄해 나눠 줘도 괜찮아요. 출처(fab24hr)를 밝혀 주세요. 판매하거나 자기 작품으로 바꿔 내놓는 것은 안 돼요. 오류가 있다면 문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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