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의 교대 인수인계에서는 무엇을 넘길까? 인수인계는 왜 글로 남겨야 할까
팹의 교대 인수인계에서 넘기는 것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이다. 어느 장비가 멈춰 있고 어느 단계까지 고쳤는지, 어느 로트가 막혀 있고 왜 막혔으며 누가 결정해야 하는지, 어떤 숫자를 지켜봐야 하는지, 다른 사람과 무엇을 약속했는지다. 앞 근무조가 이것을 인수인계서에 적은 뒤, 다음 근무조에게 대면으로 설명한다. 이것이 인수인계이며, 교대 인계라고도 하고, 영어로는 shift handover라고 한다. 반드시 글로 남기는 이유는 앞 근무조 사람은 퇴근하면 집에 가서 자고, 다음 근무조가 볼 수 있는 것은 종이에 적힌 몇 줄뿐이기 때문이다.
팹에서는 왜 인수인계를 할까?
장비는 멈추지 않는데 사람은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팹은 일 년 내내 24시간 돌아가고(이유는 ‘반도체 공장은 왜 24시간 멈추지 않을까?’ 참고), 라인을 지키는 사람은 하루에 적어도 두 번 교대한다(교대 근무를 어떻게 짜는지는 ‘반도체 업계는 정말 힘들까?’ 참고).
그런데 일은 퇴근 직전에 딱 맞춰 끝나지 않는다. 한밤중에 멈춘 장비는 아침에 오는 엔지니어와 부품을 기다리다가 오후에야 고쳐질 수 있다. 막힌 로트는 담당자가 와서 판정해 주기를 기다려야 한다. 웨이퍼 한 장을 만드는 데만도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린다. 한 가지 일이 여러 근무조에 걸치고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이어달리기를 떠올려 보자. 모두가 빨리 달려도 배턴을 주고받는 구간에서 떨어뜨리면 팀 전체가 멈춰 선다. 인수인계가 바로 그 구간이다.
인수인계서에는 무엇을 써야 할까?
이번 근무조가 한 일을 처음부터 모두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근무조가 이어서 챙겨야 할 일을 쓴다.
- 아직 끝나지 않은 일: 어느 단계까지 했는지, 다음 단계는 무엇인지, 지금 누가 하고 있는지.
- 홀드된 로트: 어느 로트인지, 왜 막았는지, 그 로트를 어떻게 할지 누가 결정하는지(홀드가 무엇인지는 ‘홀드란?’ 참고). 사유를 적지 않으면 다음 근무조는 로트가 멈춰 있는 것만 볼 뿐,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모른다.
- 멈춘 장비와 수리 진행 상황: 왜 다운됐는지, 무엇을 교체했는지, 무엇이 남았는지, 누구를 기다리는지. 수리 도중에 사람이 바뀐다면 장비에 걸어 둔 자물쇠와 꼬리표(LOTO)도 분명히 넘겨야 하며, 그사이에 잠겨 있지 않은 시간이 생겨서는 안 된다.
- 지켜봐야 할 숫자: 아직 규격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계속 한쪽으로 움직이는 계측값, Q-time이 임박한 로트(제조부가 이런 로트를 어떻게 지켜보는지는 ‘팹의 제조부는 무슨 일을 할까?’ 참고), 어떤 장비의 어떤 측정값이 평소보다 높은 것. 여기에 어디까지 더 올라가면 누구에게 전화해야 하는지도 함께 적는다.
- 다른 사람과 한 약속: 누구에게 몇 시까지 답을 주기로 했는지, 누가 전화할 수도 있는지, 아침에 무엇을 내야 하는지.
자주 빠뜨리는 것이 하나 더 있다.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다. “일단 손대지 않음”이라고만 쓰면 상황이 바뀌었을 때 다음 근무조는 계속 그대로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일단 손대지 않음. 어느 웨이퍼에 문제가 있는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라고 쓰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흔한 이상이라면 팹에서는 대개 무엇을 먼저 할지 이미 OCAP에 적어 두었다(‘OCAP이란 무슨 뜻일까?’ 참고). 인수인계에서 특히 분명히 말해야 할 것은 OCAP에 적혀 있지 않고 이번 근무조만 아는 일이다.
빠짐없이 인수인계하려면? 한 단계씩
1단계: 먼저 적는다
무엇을 하나: 퇴근하기 전에 위의 항목별로 일 하나에 한 줄씩 적는다. 지금 어떤 상태인지, 다음 단계는 무엇인지, 누가 맡는지.
왜: 사람은 지치고 잊어버린다. 적어 둔 것은 몇 번이고 다시 읽을 수 있고, 그 자리에 없는 사람, 예를 들어 아침에야 출근하는 엔지니어에게도 전할 수 있다. 근무 시간이 길수록 적어 둔 몇 줄에 더 기대게 된다.
그러지 않으면: 몇 시간 뒤 누군가 “그 로트는 왜 멈춰 있어요?”라고 물을 때, 말한 사람은 이미 집에 갔고 들은 사람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2단계: 대면으로 한 번 설명한다
무엇을 하나: 두 사람이 만나 인수인계서를 보며 한 번 죽 설명한다. 함께 같은 화면을 보고, 같은 장비 앞에 서서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설명하면서 오늘 반드시 누군가 챙겨야 할 줄과 알고만 있으면 되는 줄을 구분한다.
왜: 종이만 봐서는 무엇이 더 중요한지 알 수 없다. 대면으로 말하면 가장 급한 일에 한두 마디를 더 보탤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다섯 줄이 모두 똑같이 중요해 보이고, 정말 중요한 한 줄이 늘 하는 일처럼 취급된다.
3단계: 넘겨받는 사람이 되묻고, 직접 한 번 확인한다
무엇을 하나: 넘겨받는 사람이 자기 말로 한 번 되풀이한다. “그러니까 그 장비는 아직 안 고쳐졌고, 아침에 오는 사람이 봐야 하는 거죠?” 그다음 장비 앞에 가서, 그리고 시스템에서 직접 한 번 본다. 장비의 불이 무슨 색인지, 그 로트가 시스템에서 정말 홀드되어 있는지.
왜: 인수인계서에 적힌 것은 앞 근무조가 ‘그렇다고 생각한’ 상태이고, 장비에서 보이는 것이 진짜다. 한 번 되풀이해 말하면 오해가 그 자리에서 드러난다.
그러지 않으면: 아래와 같은 오해가 생긴다.
4단계: 시간을 넉넉히 잡는다
무엇을 하나: 인수인계를 근무 일정에 넣는다. 퇴근하면서 겸사겸사 하는 말이 아니다. 인수인계하는 몇 분 동안은 다른 일을 받지 않는다.
왜: 인수인계는 근무에서 가장 지친 마지막 몇 분에 하는 경우가 많고, 서둘러 퇴근하려는 사람은 두어 마디만 하고 싶어 한다.
그러지 않으면: 중요한 일이 “다 괜찮아요” 한마디로 줄어들고, 넘겨받는 사람도 더 묻기가 어색해진다.
흔한 오해: ‘봤어요’가 ‘고쳐 놨어요’로 들린다
“그 장비는 제가 봤어요”라는 말은, 말하는 사람에게는 ‘가서 봤는데 원인은 아직 모른다’는 뜻일 수 있다. 그런데 듣는 사람은 ‘처리해 놨다’는 뜻으로 들을 수 있다. 비슷한 말이 또 있다.
- “장비가 돌아왔어요”: 장비 쪽에서 수리해 넘겨준다는 것은 장비가 움직인다는 뜻일 뿐이다. 만든 결과가 맞는지는 먼저 테스트 런으로 확인해야 한다(“장비를 고쳤는데, 왜 또 ‘테스트 런’을 해야 할까?” 참고).
- “그 로트 홀드했어요”: 시스템에서 홀드한 것일까, 아니면 박스에 종이 한 장만 붙인 것일까?
- “아침에 누군가 처리할 거예요”: 그게 누구일까?
피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됐어요’, ‘정상’ 같은 한 단어로 넘기지 말고 세 가지를 말한다. 무엇을 끝냈는지, 무엇이 남았는지, 다음 단계는 누가 하는지다. 산업 안전, 병원, 항공 정비처럼 교대 때의 실수가 큰 대가로 이어지는 분야의 공개된 인수인계 지침도 거의 같은 말을 한다. 대면으로, 양방향으로, 서면과 구두를 모두 갖추고, 넘겨받는 사람이 되물을 시간을 주며, 가능하면 들은 내용을 다시 말해 한 번 확인하라는 것이다.
fab24hr에서는
fab24hr에는 근무의 마지막 일이 인수인계서 작성이나 ‘다음 근무조에 남기기’인 역할이 적지 않다. ‘출근’을 누르고 ‘직장인의 하루’를 고른 뒤, ‘오늘 나는’ 카드에서 ‘양산 팹’을 누르고 좌우로 넘겨 ‘제조부’로 간다. 심야 근무에는 06:40에 인수인계서를 써야 한다. 한 줄을 더 쓸 때마다 2분이 더 걸리고, 07:30이면 교대다. ETCH-03이 멈춘 밤이라면 홀드 사유 칸을 채울지는 내가 정한다. 오전 근무에는 야간조 아하오가 이미 퇴근하고 디스패치 데스크에 인수인계서 한 장만 붙여 두었을 수 있다. 거기에는 앞의 6장이 어디 있는지 적혀 있지 않다. 아하오에게 전화해 확인할지, 인수인계서대로 일단 로트를 배정할지 정해야 한다. 저녁 근무의 이름은 ‘한 줄이 빠진 인수인계’다. 주간조가 양식대로 쓴 다섯 줄은 모두 맞는데, 로트 하나가 빠져 있다. 그 로트는 화이트보드에 적혀 있고, Q-time은 30분 남아 있다.
좌우로 넘겨 인프라 엔지니어로 간 다음 이름 아래의 ‘가스·케미컬’을 누르면, 심야 근무에는 날이 밝아 올 무렵 인수인계서를 한 줄씩 맞춰 본 뒤에 넘긴다. 오전 근무 07:30에는 야간조 20년 차인 정 선배가 야간 당직 동료가 쓴 인수인계서를 나와 함께 한 줄씩 본다. 한 줄을 누르면 정 선배가 그 줄이 무슨 뜻인지 쉬운 말 한마디로 알려 준다. ‘공조’나 ‘용수’를 누르면 저녁 근무의 마지막도 야간조로 교대하러 온 정 선배에게 인수인계하는 일이다. 식각 공정 엔지니어로 플레이하면, 저녁 근무에 프린터 앞에서 작년 인수인계서 한 장을 주울 수도 있다. 거기에 적힌 것은 “ETCH-03 정상” 한 줄뿐이다.
게임 속 회사, 인물, 장비, 로트 번호와 시각은 모두 가상이다. 인수인계에서 무엇을 넘기고 어떻게 넘기는지는 산업 안전, 의료, 항공 정비 등 여러 분야의 공개된 일반 지침을 바탕으로 썼으며, 실제 양식과 방식은 공장마다 다르다. 다른 전문 용어는 ‘반도체 공장 전문 용어, 쉬운 말로 풀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임에서 만나는 곳양산 팹의 제조부로 플레이하면 심야 근무 06:40에 인수인계서를 쓰고 07:30에 주간조에 넘긴다. 저녁 근무에 넘겨받는 인수인계서는 다섯 줄이 모두 맞는데도 로트 하나가 빠져 있다. 인프라 엔지니어(가스·케미컬)로 플레이하면 오전 근무 07:30에 정 선배가 밤사이의 인수인계서를 나와 함께 한 줄씩 끝까지 본다.
fab24hr에서는 인수인계서에 한 줄을 더 쓸 때마다 2분이 더 걸린다. 빠뜨린 그 한 줄 때문에 다음 근무조는 오전 내내 사람을 찾아다녀야 할 수도 있다.
제조부로 플레이하기: 한 근무씩 인수인계 이어 가기선생님께: 이 글은 ‘수업에서 fab24hr 활용하기’ 페이지와 함께 수업에 쓸 수 있어요.
이 글 인용하기‘팹의 교대 인수인계에서는 무엇을 넘길까? 인수인계는 왜 글로 남겨야 할까’, fab24hr, 업데이트. https://fab24hr.com/ko/blog/shift-handover/
수업과 비영리 목적이라면 무료로 쓸 수 있어요. 화면에 띄우거나, 강의 자료에 넣거나, 학생들에게 인쇄해 나눠 줘도 괜찮아요. 출처(fab24hr)를 밝혀 주세요. 판매하거나 자기 작품으로 바꿔 내놓는 것은 안 돼요. 오류가 있다면 문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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