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는 왜 진공이 필요할까?
반도체 장비에 진공이 필요한 것은 일반 공기 속 분자가 너무 많고 빽빽하기 때문이다. 웨이퍼로 날아가야 할 원자와 이온은 도중에 부딪혀 흩어지고, 산소와 수분은 표면을 산화시키거나 막 속에 섞이며, 팹이 원하는 고른 플라즈마도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플라즈마 식각, 대부분의 증착, 이온 주입 장비는 웨이퍼를 가공하기 전에 먼저 챔버 안의 공기를 뽑아낸다. 이것을 ‘진공 배기’라고 한다. 여기서 ‘진공’은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 아니라 기체가 어느 정도 이하로 적다는 뜻이며, 얼마나 적어야 하는지는 공정마다 다르다.
공기 속 분자는 얼마나 빽빽할까?
일반 공기에서는 분자 하나가 평균 1만분의 1mm도 날아가지 못하고 다른 분자와 부딪힌다. 이 거리를 ‘평균 자유 행로(mean free path)’라고 한다. 사람으로 꽉 찬 역에서 반걸음도 못 가 누군가와 부딪히는 것과 같다.
압력이 10분의 1로 내려가면 이 거리는 약 10배가 된다. 압력이 대기의 100만분의 1 정도까지 내려가면 분자는 평균 5cm를 날아가고, 10억분의 1 정도까지 내려가면 수십 m를 날아갈 수 있다. 텅 빈 운동장을 걷는 셈이다.
진공은 무엇을 위해 만들까?
- 원자와 이온이 웨이퍼까지 곧장 날아가게 하려고: 스퍼터링으로 떨어져 나온 금속 원자(‘박막 공정이란?’ 참고)나 이온 주입 장비가 가속한 이온(‘이온 주입이란?’ 참고)은 도중에 기체 분자와 부딪히면 방향이 틀어지거나 흩어진다.
- 산소와 수분이 섞여 들지 않게 하려고: 갓 깨끗이 한 표면은 일반 공기 속에서 부딪쳐 오는 분자가 모두 달라붙는다고 하면 10억분의 몇 초 만에 한 층으로 덮인다. 압력을 대기의 10억분의 1 정도로 낮춰야 약 1초가 걸린다. 섞여 든 산소와 수분은 금속막을 산화시키고 품질을 떨어뜨린다.
- 플라즈마가 잘 켜지고 고르게 하려고: 분자가 너무 빽빽하면 전자가 가속되기도 전에 다음 분자와 부딪히므로, 아주 높은 전압을 걸어야 점화되고, 점화되더라도 작은 번개 같은 가는 줄기로 오그라들기 쉽다. 압력이 낮아야 고른 플라즈마 덩어리를 얻기 쉽다(‘플라즈마란?’ 참고).
- 열이 정해진 길로만 가게 하려고: 공기가 이리저리 흐르지 않으므로 웨이퍼의 온도는 주로 맞닿아 있는 히터 플레이트나 냉각 스테이지가 정한다. 또 진공은 열을 거의 전달하지 않기 때문에, 식각할 때는 웨이퍼 뒷면에 헬륨을 흘려 열을 빼낸다(He 배압).
공정마다 얼마나 진공이어야 할까?
| 공정 | 압력(대기압 대비, 대략) | 분자가 평균적으로 날아가는 거리 |
|---|---|---|
| 일반 공기 | 1 | 1만분의 1mm 미만 |
| 퍼니스의 저압 증착 | 수천분의 1~수백분의 1 | 100분의 몇 mm~10분의 몇 mm |
| 플라즈마 식각 | 10만분의 1~1만분의 1, 또는 그보다 낮음 | 10분의 몇 mm~몇 mm |
| 스퍼터링(금속 증착) | 먼저 약 100억분의 1까지 배기한 뒤, 아르곤을 넣어 100만분의 1~10만분의 1로 | 증착 중에는 몇 mm~몇 cm |
| 이온 주입(이온이 지나가는 경로) | 약 10억분의 1, 또는 그보다 낮음 | 수십 m 이상 |
모든 장비가 진공을 쓰는 것은 아니다. 트랙(코터·디벨로퍼), 대부분의 노광 장비, 습식 세정조, CMP는 일반 기압에서 작업한다.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는 예외로, 그 빛은 공기에도 흡수되므로 광 경로 전체를 진공으로 만들어야 한다(‘극자외선(EUV)이란?’ 참고).
진공은 어떻게 만들까?
일반 기압에서 아주 높은 진공까지 펌프 한 대로 다 뽑아낼 수는 없다. 그래서 두 단계로 나눈다.
- 저진공 배기(러핑): 먼저 드라이 펌프가 공기 대부분을 뽑아낸다. ‘드라이’는 배기하는 부분에 오일을 쓰지 않는다는 뜻으로, 오일 증기가 거꾸로 흘러 웨이퍼를 오염시킬 일이 없다.
- 고진공: 남은 희박한 기체는 챔버 옆의 고진공 펌프가 맡는다. 터보 분자 펌프는 날개가 1분에 수만 번 회전하며 분자를 아래로 ‘쳐서’ 내보내지만, 뒤쪽의 러핑 펌프로만 넘길 수 있고 대기로 바로 내보내지는 못해서 두 펌프를 직렬로 이어 쓴다. 크라이오 펌프는 영하 250℃ 이하의 표면으로 기체를 얼려 붙잡는다. 다 차면 온도를 올려 기체를 내보낸 뒤 다시 냉각해야 하는데, 이를 재생이라고 한다.
웨이퍼는 진공을 어떻게 드나들까? 단계별로 보기
진공 장비 상당수는 꽃처럼 생겼다. 가운데에는 늘 진공을 유지하는 트랜스퍼 챔버가 있고, 둘레에 공정을 하는 공정 챔버 몇 개가 붙어 있으며, 앞쪽에는 웨이퍼 박스를 올려놓는 로드 포트가 있다.
1단계: 로드락에 넣고 문을 닫는다
- 무엇을 하나: 로봇 팔이 웨이퍼를 장비 앞쪽의 작은 방인 ‘로드락(load lock)’에 넣고, 바깥쪽 문을 닫는다.
- 왜: 우주선의 에어록처럼 두 문이 동시에 열리지 않으므로, 안쪽은 늘 진공으로 유지된다.
- 그러지 않으면: 웨이퍼가 메인 챔버로 바로 들어가면, 한 장을 바꿀 때마다 메인 챔버에 기체를 채웠다가 처음부터 다시 진공 배기를 해야 한다.
2단계: 로드락을 진공으로 만든다
- 무엇을 하나: 로드락을 트랜스퍼 챔버와 비슷한 압력까지 배기한 뒤에야 안쪽 문을 연다.
- 왜: 방이 작아 빨리 배기된다. 일반 기압과 진공 사이를 오가는 것은 로드락뿐이다.
- 그러지 않으면: 충분히 배기하지 않고 문을 열면 공기와 수분이 따라 들어간다. 너무 급하게 배기하면 기류가 파티클을 일으킬 수 있고, 수분이 순식간에 작은 물방울로 응결했다가 마르면서 파티클을 남길 수도 있다.
3단계: 공정 챔버로 보낸다
- 무엇을 하나: 트랜스퍼 챔버 안의 진공 로봇이 웨이퍼를 공정 챔버에 넣고, 사이의 좁은 문(슬릿 밸브)을 닫는다.
- 왜: 메인 챔버는 늘 진공 속에 있어서 웨이퍼마다 벤트할 필요가 없다.
- 그러지 않으면: 벤트할 때마다 내벽에 수분이 달라붙어, 다시 오랫동안 배기해야 한다.
4단계: 조금 더 배기한 뒤 공정 가스를 넣는다
- 무엇을 하나: 먼저 공정 압력보다 낮게 배기한 다음, 레시피에 따라 가스를 넣고 밸브로 압력을 설정값에 맞춰 안정시킨다.
- 왜: 불필요한 기체가 충분히 적다는 것을 먼저 확인해야 쓸 가스만 남길 수 있다.
- 그러지 않으면: 남아 있던 산소와 수분이 반응에 섞여, 막과 식각된 모양이 설정과 달라진다.
5단계: 깨끗이 배기하고, 꺼내고, 일반 기압으로 되돌린다
- 무엇을 하나: 공정이 끝나면 먼저 챔버 안의 가스를 깨끗이 뽑아내고, 웨이퍼를 로드락으로 돌려보낸다. 로드락에 건조한 질소를 천천히 채워 일반 기압으로 되돌린 뒤에야 바깥 문을 연다.
- 왜: 공정에 쓰는 특수 가스는 독성이나 부식성이 있는 것이 많아 밖으로 가지고 나올 수 없다. 질소는 건조해야 하고 천천히 채워야 수분을 끌어들이지 않고 파티클도 일으키지 않는다.
- 그러지 않으면: 남은 가스가 트랜스퍼 챔버로 흘러든다. 일반 공기를 채우면 내벽에 수분이 잔뜩 달라붙어 다음번에 배기가 느려진다.
공기가 새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 찾을까?
챔버의 이음매는 고무 오링이나 금속 개스킷으로 밀봉한다. 어딘가 제대로 밀봉되지 않으면 공기가 계속 스며든다. 압력이 내려가지 않고, 막에 산소가 섞여 금속막이 산화된다. 새어 든 공기가 공정 가스와 반응해 고운 가루가 되기도 하는데, 이것이 웨이퍼에 떨어지면 파티클이 된다.
누출을 찾는 방법은 흔히 두 가지다. 하나는 압력 상승 테스트다. 챔버를 닫고 배기를 멈춘 채 압력이 어떻게 오르는지 본다. 직선으로 계속 오르면 대개 누출이고, 오르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면 대개 내벽의 수분이 아직 천천히 빠져나오는 중일 뿐이다. 다른 하나는 리크 체크다. 이음쇠 바깥에 한 곳씩 헬륨을 조금 뿌리고 챔버에 달린 검출기를 보면, 수치가 가장 크게 뛰는 곳이 누출 지점이다. 그래서 챔버 오픈으로 수리를 마치면 반드시 진공 배기와 리크 체크를 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장비 엔지니어는 무슨 일을 할까?’ 참고).
펌프와 배기가스는 어디에 있을까?
러핑용 드라이 펌프와 배기가스를 태우거나 분해하는 배기가스 처리 장치는 대개 클린룸 아래층의 서브팹, 해당 장비 바로 아래 근처에 늘어서 있다. 펌프는 24시간 돌아가며, 상당수는 냉각수로 열을 식힌다. 전력을 얼마나 쓰는지는 ‘반도체 팹은 왜 그렇게 전력을 많이 쓸까?’, 이 층을 누가 관리하는지는 ‘팹 인프라 엔지니어는 무슨 일을 할까?’를 참고하자.
fab24hr에서는
‘출근’을 누르고 ‘직장인의 하루’를 고른 뒤, ‘오늘 나는’ 카드에서 ‘양산 팹’을 누르고 좌우로 넘겨 장비 엔지니어를 찾는다. 이름 아래의 ‘박막’을 누르면 박막 장비 엔지니어(Beta 표시)가 된다. 심야 근무 ‘서서히 나빠지는 진공’에서는 PVD-01의 압력이 밤새 조금씩 올라간다. 압력 상승 테스트를 해 보면 오르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니 누출 같지는 않고, 크라이오 펌프가 거의 다 찬 것이다. 지금 바로 재생할지, 로트를 먼저 끝까지 돌릴지 정해야 한다. 오후 근무에는 타깃을 교체하면서 벤트, 진공 배기, 압력 상승 테스트를 한다. 이름 아래에서 ‘주입’을 누르면 저녁 근무 ‘엔드 스테이션 진공’에서도 크라이오 펌프가 거의 다 차 있다. ‘식각’을 누르면 오전 근무에 챔버 오픈으로 ESC를 교체하고, 헬륨으로 이음쇠 하나하나 리크 체크를 해야 한다. 메인 스토리 ‘칩의 일생’ 챕터 7 ‘급한 불 끄기’에서는 테스트 런 때 진공 배기와 베이크를 얼마나 할지 정해야 한다.
웨이퍼가 진공을 어떻게 드나드는지 보고 싶다면 클러스터 툴을 열고 ‘작동 보기’를 누르면 된다. 아래층의 펌프와 배기가스 처리 장치는 서브팹에 있다.
게임 속 회사, 인물, 장비 번호와 수치는 모두 가상이며, 진공의 원리와 펌프, 로드락의 작동 방식은 공개된 일반 자료를 바탕으로 썼다. 다른 전문 용어는 ‘반도체 공장 전문 용어, 쉬운 말로 풀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임에서 만나는 곳박막 장비 엔지니어(양산 팹 › 장비 › 박막)가 되면 심야 근무에 PVD-01의 챔버 압력이 밤새 조금씩 올라간다. 어딘가 새는 걸까, 크라이오 펌프가 거의 다 찬 걸까? 오후 근무에는 타깃을 교체하면서 벤트, 진공 배기, 압력 상승 테스트를 해야 한다.
fab24hr에서는 챔버 압력이 밤새 조금씩 올라간다. 어딘가 새는 것인지, 펌프가 힘이 다해 가는 것인지 가려내야 한다.
박막 장비 엔지니어로 플레이하기: 타깃, 진공, 크라이오 펌프가 모두 내 몫선생님께: 이 글은 ‘수업에서 fab24hr 활용하기’ 페이지와 함께 수업에 쓸 수 있어요.
이 글 인용하기‘반도체 장비는 왜 진공이 필요할까?’, fab24hr, 업데이트. https://fab24hr.com/ko/blog/vacu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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