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에서 쓴 물은 어디로 갈까?
팹에서 쓴 물은 한꺼번에 모아 버리지 않는다. 장비 옆에서부터 ‘무엇이 섞였는지’에 따라 나눠 모은다. 비교적 깨끗한 린스수는 회수해 처리한 뒤 다시 초순수를 만드는 데 보낸다. 산·알칼리, 불소, 연마 입자, 금속, 유기물이 섞인 물은 저마다 다른 배관을 타고 폐수 처리장으로 가서 각기 다른 방법으로 처리되고, 측정해서 기준을 통과해야 방류한다. 방류란 공장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반도체 폐수 처리와 용수 재이용이다. 이와 별도로 장비에는 웨이퍼에 닿지 않는 냉각수가 있어, 밀폐된 배관 속을 계속 돌며 장비의 열을 실어 나른다.
쓰고 난 물에는 무엇이 섞여 있을까?
웨이퍼는 약액에 한 번 담글 때마다 초순수로 깨끗이 헹궈야 한다(초순수를 어떻게 만드는지는 ‘초순수는 얼마나 순수할까?’ 참고). 헹군 물은 웨이퍼 위에 있던 것을 씻어 가므로, 같은 ‘쓰고 난 물’이라도 차이가 크다.
- 마지막 몇 번 헹군 물: 아주 조금 섞였을 뿐 거의 깨끗하다.
- 약액에 담갔다 꺼낸 뒤 처음 몇 번 헹군 물: 산이나 알칼리가 섞여 있다(‘웨이퍼 세정이란?’ 참고).
- 불산을 쓴 공정: 물에 불소가 들어 있다. 불산은 이산화규소를 녹인다. ‘식각이란?’을 참고하자.
- CMP로 연마한 뒤 헹군 물: 아주 미세한 연마 입자가 섞여 있다(‘CMP란?’ 참고).
- 현상이나 용제를 쓰는 공정: 물에 유기물이 들어 있다.
- 금속 배선을 만드는 공정: 물에 구리 같은 금속이 들어 있을 수 있다.
집에서 하는 분리수거와 비슷하다. 재활용품, 음식물 쓰레기, 일반 쓰레기는 가는 곳이 각각 다르다. 한 봉지에 다 넣으면 재활용할 수 있던 것까지 더러워진다.
쓰고 난 물은 단계별로 어디로 갈까?
1단계: 장비 옆에서부터 나눈다
장비마다 배수는 종류별로 다른 배관에 연결된다. 그래야 종류마다 맞는 방법으로 처리할 수 있고, 비교적 깨끗한 물도 깨끗한 채로 지킬 수 있다. 한데 섞이면 깨끗한 물이 오염되어 회수할 수 없게 되고, 처리할 양도 늘어난다. 불소처럼 묽어지면 오히려 제거하기 더 어려워지는 것도 있다.
2단계: 회수 라인은 전도도를 계속 측정한다
회수 배관에는 계측기가 달려 있어 물의 전도도를 계속 측정한다. 물에 녹아 있는 이온(전기를 띤 작은 입자)이 많을수록 전기가 잘 통한다(초순수에서 보는 비저항은 이것을 뒤집은 값이다). 수치가 올라가는데도 그대로 회수하면 오염 물질이 초순수 시스템으로 계속 들어가 앞단의 역삼투가 점점 버거워진다. 그래서 범위를 넘으면 바로 폐수 처리장으로 돌리고, 다시 깨끗해지면 회수를 재개한다.
3단계: 회수한 물은 초순수 시스템의 앞단으로 돌아간다
회수한 물은 먼저 여과하고 처리한 뒤, 외부에서 끌어온 원수와 함께 초순수 시스템의 앞단부터 단계를 하나씩 거쳐 초순수가 된다. 대개 일반 원수보다 깨끗해서 처리가 수월하고, 외부에서 끌어오는 물도 그만큼 줄어든다. 다만 바로 웨이퍼를 헹구는 데 쓸 수는 없다. 회수한 물은 ‘비교적 깨끗할’ 뿐 아직 초순수가 아니다.
4단계: 나머지 물은 먼저 폐수 처리장의 큰 탱크에서 고르게 섞는다
여기저기서 흘러온 폐수는 먼저 큰 탱크(조정조)로 들어가 고르게 섞인 뒤 조금씩 처리 단계로 보내진다. 폐수는 양이 많았다 적었다 하고 농도도 들쭉날쭉하므로, 먼저 고르게 펴 놓아야 뒤에서 약품을 넣는 속도가 따라갈 수 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들어오면, 예를 들어 세정 장비가 약액을 교체하면서 쓰던 약액을 한 번에 빼내면, 탱크가 가득 차고 약품이 반응할 시간이 모자라 출구의 물이 기준을 넘을 수 있다. 그래서 대량으로 배출하기 전에는 먼저 폐수 처리장과 협의해 나눠서 배출한다.
5단계: 종류에 따라 다른 방법으로 처리한다
한 가지 방법으로 모든 것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는 없다. 그래서 앞에서 나눠 모으는 것이다. 처리 방법은 팹마다 다르지만, 흔한 원리는 다음과 같다.
- 산과 알칼리: 알칼리나 산을 넣어 중성에 가깝게 중화한다.
- 불소: 칼슘을 넣는다. 칼슘과 불소가 결합하면 물에 녹지 않는 고체인 불화칼슘이 되고, 가라앉으면 분리할 수 있다.
- 연마 입자: 입자가 아주 작은 데다 표면이 전기를 띠어 서로 밀어내기 때문에 계속 물에 떠 있다. 약품을 넣어 큰 덩어리로 뭉치게 해야 가라앉는다.
- 구리 같은 금속: 침전시키거나, 수지로 붙잡아 걸러 낸다.
- 유기물: 상당수는 미생물이 천천히 먹어 치우게 한다. 잘 분해되지 않는 것은 산화 방법으로 먼저 잘게 부수기도 한다.
가라앉은 것은 진흙 같은 덩어리(슬러지)가 되며, 물기를 짜낸 뒤 외부로 반출해 처리한다.
6단계: 측정해서 기준을 통과해야 방류한다
처리한 물은 내보내기 전에 pH나 불소 농도 같은 항목을 측정하고, 범위 안에 있어야 내보낸다. 범위를 벗어나면 먼저 출구를 닫고, 물을 앞 단계로 돌려보내 다시 처리한다. 어디로 방류하는지, 어느 수준까지 맞춰야 하는지는 그 지역의 규정에 따른다.
쓰고 난 물을 모두 회수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냉각탑에서는 물이 일부 증발한다. 역삼투가 걸러 낸 물질은 비교적 진한 물에 남아 배출된다. 제거하기 아주 어려운 물질도 있어서, 그런 것이 회수할 물에 섞이면 회수할 수 없다(‘초순수는 얼마나 순수할까?’ 참고). 얼마나 회수할 수 있는지는 팹마다 차이가 크고 계산 방식도 달라서, 이 글에서는 수치를 쓰지 않는다.
장비의 냉각수는 초순수와 같은 계통일까?
아니다. 냉각수는 웨이퍼에 닿지 않는 별도의 밀폐된 물이다. 냉각수 설비에서 나가 메인 배관을 따라 한 갈래씩 나뉘어 각 장비로 들어가고, 펌프와 전원, 챔버 옆을 흐르며 열을 가져간 뒤 다시 냉각수 설비로 돌아온다. 그곳에서 열교환기(두 물이 섞이지 않고 열만 주고받는 장치)를 사이에 두고 더 차가운 냉수에 열을 넘기고, 식은 뒤 다시 나간다. 냉수는 칠러가 만들며, 공조에도 쓰인다(‘반도체 팹은 왜 그렇게 전력을 많이 쓸까?’, ‘클린룸의 공기는 어디에서 올까?’ 참고).
냉각수도 처리를 거쳐야 한다. 초순수만큼 순수할 필요는 없지만, 너무 더러우면 스케일이 끼고 무언가가 자라서 열을 제대로 가져가지 못하고, 장비 안의 가는 수로가 막힐 수도 있다.
공급 쪽에서 팹 인프라 부서가 보는 것은 공급 압력과 온도, 그리고 갈래마다의 유량이다. 많은 장비도 냉각수 유량을 스스로 감시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경보를 내고 멈춘다. 과열로 타 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메인 배관은 정상인데 한 갈래만 물이 모자라다면, 문제는 대개 그 갈래에 있다. 밸브가 제대로 열리지 않았거나, 필터가 막혔거나, 이음쇠에 이상이 있는 경우다. 이럴 때 루프 전체의 공급 압력을 올린다고 그 갈래가 채워진다는 보장은 없고, 오히려 같은 루프의 다른 장비에 물이 먼저 더 간다. 건물의 한 집에서 수도꼭지 물줄기가 약하면 건물 전체의 수압을 올릴 것이 아니라 그 집의 수도관부터 봐야 하는 것과 같다.
fab24hr에서는
‘출근’을 누르고 ‘직장인의 하루’를 고른 뒤, ‘오늘 나는’ 카드에서 ‘양산 팹’을 누르고 좌우로 넘겨 인프라 엔지니어를 찾는다. 이름 아래의 ‘인프라 · 용수’ 구역을 누르면 용수팀 엔지니어(지금은 Beta 표시)가 된다. 초순수, 냉각수, 폐수가 모두 이 팀 몫이다. 네 근무 중 어느 근무가 나오는지는 게임을 연 시간에 따라 정해진다.
- 심야 근무 ‘두 계열 교대’: 집에서 온콜을 선다. 새벽 4시, 초순수 시스템이 정기 전환으로 B 계열로 바뀐다. 비저항은 그대로인데 TOC(총유기탄소, 물속 유기물의 양)가 조금씩 올라간다. B 계열에서 유기물을 부수는 자외선 램프를 오래 쓴 탓이다. 중앙 제어실에 A 계열로 되돌려 달라고 할 수도 있고, B 계열로 그대로 보내다가 날이 밝으면 램프를 바꿀 수도 있다. 5시에 중앙 제어실에서 전화가 온다(받지 않아도 된다). CVD-02로 가는 냉각수 한 갈래가 모자라서, 장비 쪽에서 루프 전체의 공급 압력을 올릴 수 있느냐고 묻는다.
- 오전 근무 ‘약액 교체하는 날’: 세정 장비 WET-05의 약액을 교체하면서 쓰던 약액을 폐수 처리장으로 빼내야 하는데, 그곳의 조정조는 이미 수위가 높은 편이다. 한 번에 다 뺄지, 두 번에 나눌지 내가 정한다.
- 오후 근무 ‘새 배관의 물’: 새 장비의 초순수 연결 지점을 연결했다. 옆에는 예비로 남겨 두고 한 번도 쓰지 않은 짧은 배관이 있는데, 물이 그 안에 고인 채 흐르지 않는다. 이를 데드 레그라고 하며, 고인 물에는 세균이 자라고 파티클이 쌓인다. 지금 잘라 낼지, 일단 마개를 씌워 둘지 내가 정한다. 장비사는 먼저 장비를 연결해 물을 시험해 보고 싶어 하는데, 거절할 수도 있다.
- 저녁 근무 ‘회수 라인’: WET-05가 새로 바꾼 약액으로 저녁 첫 로트를 세정하자, 린스수 회수 라인의 전도도가 올라간다. 중앙 제어실이 무전으로 묻는다(답하지 않아도 된다). 일단 폐수 쪽으로 돌릴지, 평소대로 회수하면서 지켜볼지.
게임 속 팹, 인물, 장비 번호와 시간은 모두 가상이며, 이 팹이 물을 얼마나 쓰는지, 얼마나 회수하는지, 방류 기준이 얼마인지도 쓰지 않았다. 물을 어떻게 나누고 처리하고 회수하는지는 공개된 일반 자료를 바탕으로 썼으며, 어느 회사의 방식도 나타내지 않는다. 다른 전문 용어는 ‘반도체 공장 전문 용어, 쉬운 말로 풀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임에서 만나는 곳인프라의 용수팀 엔지니어(양산 팹)가 되면 오전 근무에 세정 장비 WET-05의 약액을 교체하면서 쓰던 약액을 폐수 처리장으로 빼내야 한다. 저녁 근무에는 린스수 회수 라인의 전도도가 올라가고, 계속 회수할지 말지는 내가 정한다.
fab24hr에서 쓰던 약액을 한 번에 뺄지 두 번에 나눠 뺄지, 회수한 물을 받을지 말지는 용수팀 엔지니어에게 묻는다.
용수팀 엔지니어로 플레이하며 쓰고 난 물 지키기선생님께: 이 글은 ‘수업에서 fab24hr 활용하기’ 페이지와 함께 수업에 쓸 수 있어요.
이 글 인용하기‘팹에서 쓴 물은 어디로 갈까?’, fab24hr, 업데이트. https://fab24hr.com/ko/blog/fab-wastewater/
수업과 비영리 목적이라면 무료로 쓸 수 있어요. 화면에 띄우거나, 강의 자료에 넣거나, 학생들에게 인쇄해 나눠 줘도 괜찮아요. 출처(fab24hr)를 밝혀 주세요. 판매하거나 자기 작품으로 바꿔 내놓는 것은 안 돼요. 오류가 있다면 문제 신고
다른 글
팹에서 일하는 것은 안전할까? 팹은 사람을 어떻게 보호하나
클린룸에 들어갈 때 지켜야 할 규칙은? 화장을 하면 안 되고 일반 종이를 가져가면 안 되는 이유
장비를 고쳤는데, 왜 또 ‘테스트 런’을 해야 할까?
팹의 교대 인수인계에서는 무엇을 넘길까? 인수인계는 왜 글로 남겨야 할까
이 사이트의 다른 페이지
- fab24hr란?: 두 가지 플레이 방식, 네 가지 근무, 자주 묻는 질문, 자료 출처
- 칩의 일생: 칩 하나가 테이프아웃, 시생산, 양산, 웨이퍼 테스트, 패키징을 거쳐 출하되기까지 단계마다 하는 일
- 반도체 공장 엔지니어의 하루: PE, EE, PIE, 제조부의 역할 분담과 하루 타임라인
- 반도체 공장에는 누가 있을까: 기술자, 제조부, 공정, 장비, 인프라, PIE, 품질, 생산관리, 마스크, 개발, 팀장, 장비사부터 후공정 공장의 테스트와 패키징까지, 직무별 하루
- 반도체 공장 전문 용어, 쉬운 말로 풀이: MO, Hold, Q-time, OCAP 같은 전문 용어를 한 줄씩 쉬운 말로
- 반도체 입문: 칩의 일생 따라가기: 반도체 입문 강의: 칩의 일생을 따라가는 그림 강의 노트, 슬라이드, 필독 글, 3D 장비, 토론 질문(독학·수업용)
- 분해해서 보는 반도체 공장 장비: 반도체 장비 31종이 하는 일(식각 장비, 노광 장비, CMP, OHT, 몰딩 장비…), 모두 3D 모델로 분해해 보기
- 수업에서 fab24hr 활용하기: 반도체 수업 지도안: 20/40분 수업 흐름, 한 챕터·한 구역 한 차시 수업(3D 장비, 게임, 글), 토론 질문, 활동지, 선생님들이 자주 묻는 질문
- 소개 및 미디어 자료: 홍보 영상, 게임 화면, 소개 문구와 기본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