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lot이란? 긴급 로트는 왜 꼭 1순위가 아닐까
Hot lot은 팹의 긴급 로트다. 높은 우선순위로 지정되어 공정마다 대개 먼저 처리되는 웨이퍼 로트를 말한다. hot은 ‘뜨겁다’, lot은 ‘한 묶음’이라는 뜻이다. 흔히 긴급 로트라고 하고, 그대로 핫 로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연구 논문에서는 이와 대비되는 일반 로트를 cold lot(차가운 로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긴급 로트보다 더 급한 것을 한 단계 더 나눠 super hot lot(슈퍼 핫 로트)처럼 쓰는 경우도 논문에서 볼 수 있다.
긴급 로트는 어떻게 더 빨리 진행될까?
웨이퍼 한 장은 수백 단계를 거치는데, 대부분의 시간은 사실 장비 앞에서 대기하는 데 쓰인다. 그래서 로트 하나를 빠르게 하려면 장비를 더 빨리 돌리는 것보다 대기를 줄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평소에 어떤 로트가 먼저 어느 장비에 들어갈지는 디스패치 시스템이 규칙에 따라 정한다(어떻게 정하는지는 ‘팹의 제조부는 무슨 일을 할까?’에서 읽을 수 있다). 로트가 긴급 로트로 지정되면 규칙상의 순서가 앞당겨진다. 흔한 방식은 몇 단계로 나뉜다.
- 공정마다 우선: 장비 앞에 도착하면 일반 로트보다 앞에 선다. 도로 위의 구급차처럼 앞차가 길을 비켜 준다.
- 반송도 우선: 12인치 팹에서는 웨이퍼 박스를 천장의 OHT(천장 반송 장치)로 옮기는데, 긴급 로트를 먼저 태우는 방법을 연구하기도 한다(‘웨이퍼는 팹 안에서 어떻게 이동할까?’).
- 장비를 비워 두고 기다린다: 더 급한 로트라면 다음 공정의 장비를 미리 비워 두고 다른 로트를 넣지 않다가, 도착하자마자 처리한다. 시험 생산 로트를 다룬 논문에서도 이런 ‘장비 사전 동결’ 방식을 언급한다. 구급차가 지나갈 교차로를 미리 비우는 것과 같다.
아래로 갈수록 더 빨리 가지만 대가도 커진다.
긴급 로트는 어디서 생길까? 어떤 로트를 긴급 로트로 할지는 누가 정할까?
일반적으로 긴급 로트에는 몇 가지 출처가 있다.
- 고객이 서두를 때: 고객의 제품 출시가 다가왔거나, 고객 자신의 생산 라인이 이 칩을 기다리고 있다.
- 신제품 샘플과 시생산: 첫 로트가 나오면 고객도 엔지니어도 결과를 기다린다.
- 엔지니어가 실험 결과를 서두를 때: 스플릿 실험 한 세트가 하루 일찍 돌아오면 다음 결정도 하루 일찍 내릴 수 있다. 개발용 웨이퍼가 왜 자주 밀리는지는 ‘R&D 라인과 양산 팹은 무엇이 다를까?’에서 읽을 수 있다.
로트를 긴급 로트로 지정하는 일은 대개 생산 계획을 짜는 생산관리가 맡는다. 끼워 넣었을 때 누가 얼마나 늦어지는지 먼저 계산한 뒤 결정한다(생산관리가 쓸 수 있는 다른 카드는 ‘생산관리는 무슨 일을 할까? 팹의 납기는 어떻게 정할까?’ 참고). 라인에서 공정 하나하나를 거쳐 밀어 주는 것은 제조부다. 긴급 로트가 도중에 문제가 생겨 홀드되면, 계속 진행할 수 있을지는 대개 그 제품을 맡은 공정 통합 엔지니어와 공정 엔지니어가 함께 정한다(‘공정 통합 엔지니어(PIE)는 무슨 일을 할까?’). 실제 절차와 명칭은 회사마다 다르다.
긴급 로트가 빨리 가는 대가는?
긴급 로트가 줄인 대기 시간은 허공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그 뒤에 선 로트들이 더 기다리는 것이다. 계산대 줄에 누군가 끼어들면 뒤에 선 사람들이 모두 조금씩 더 기다리는 것과 같다. 끼어드는 사람이 많을수록 뒷사람은 더 오래 기다리고, 언제 자기 차례가 올지 예측하기도 어려워진다.
팹을 다룬 연구 논문들은 오래전부터 이 계산을 해 왔다. 사이클 타임은 로트 하나가 웨이퍼 투입부터 완성까지 걸리는 시간이다(‘웨이퍼 투입이란? 웨이퍼 한 로트의 시간은 언제부터 셀까’ 참고).
- 컴퓨터로 팹을 시뮬레이션한 한 연구는 라인의 긴급 로트 비율이 높을수록 다른 로트의 평균 사이클 타임이 길어지고, 로트마다 걸리는 시간의 편차도 커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 수학 모델과 시뮬레이션을 함께 쓴 또 다른 연구는 긴급 로트가 모든 공정에서 우선하면 일반 로트의 사이클 타임과 생산량이 모두 눈에 띄게 나빠진다고 지적했다.
- 최근 연구는 아예 긴급 로트에 가격을 매기려 한다. 긴급 로트 자체는 빨라지지만, 다른 모든 로트가 느려져 팹 전체의 성과는 오히려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비를 비워 두고 기다리는’ 방식에는 추가 비용이 하나 더 있다. 장비가 비어 있는 동안 원래는 다른 로트를 처리할 수 있었다. 여러 로트를 한 번에 넣을 수 있는 장비, 예를 들어 퍼니스는 평소에는 로트가 좀 더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가동하는데, 긴급 로트 때문에 다 채우지 않고 먼저 가동하면 남은 자리로는 다른 로트를 처리할 수 없다.
연구에 나온 비율이나 시간이 얼마나 늘어나는지는 팹마다, 모델마다 다르므로 여기서는 방향만 적는다. 긴급 로트는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다. 모두가 긴급 로트가 되면 긴급 로트끼리도 줄을 서야 하므로, 긴급 로트가 없는 것과 같다.
긴급 로트는 왜 꼭 1순위가 아닐까?
‘우선’이 ‘무슨 일이 있어도 1순위’라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로트 순서를 정하는 사람은 누가 급한지뿐 아니라 누가 기다릴 수 없는지도 본다.
병원 응급실을 떠올려 보자. 먼저 온 사람부터 진료하는 것도, 더 중요한 사람부터 진료하는 것도 아니다. 상태가 가장 기다릴 수 없는 사람부터 진료한다. 팹에서 가장 기다릴 수 없는 것은 대개 Q-time이 임박한 로트다.
어떤 공정은 끝난 뒤 정해진 시간 안에 다음 공정을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웨이퍼 표면이 조용히 변질되어 리워크를 하거나 심하면 스크랩해야 한다(이유는 ‘Q-time이란? 웨이퍼는 왜 오래 기다릴 수 없을까’ 참고). 가상의 예를 들어 보자. 세정 장비 앞에 두 로트가 대기 중이고, 한 로트를 세정하는 데 35분이 걸린다.
| Q-time 만료까지 남은 시간 | 긴급 로트 먼저 세정 | 일반 로트 먼저 세정 | |
|---|---|---|---|
| 일반 로트 | 30분 | 35분 대기, 만료되어 다시 해야 함 | 바로 세정, 시간 내 처리 |
| 긴급 로트 | 2시간 반 | 바로 세정 | 35분 늦지만 시간 내 처리 |
긴급 로트를 먼저 세정하면 긴급 로트는 35분 빨라지지만 다른 로트는 다시 해야 한다. 일반 로트를 먼저 세정하면 두 로트 모두 문제가 없다. 긴급 로트에 필요한 것은 대개 자기 시한 전에 끝나는 것이지, 반드시 공정마다 가장 먼저 처리되는 것이 아니다. 시간 안에 맞출 수만 있다면 잠깐 양보해서 로트 하나를 살릴 수 있다. Q-time을 다룬 연구 논문도 같은 방향이다. 디스패치할 때 로트마다 남은 시간을 계산에 넣으면 만료되는 로트 수를 줄이면서도 라인 전체가 크게 느려지지 않는다.
Q-time 말고도 긴급 로트가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몇 가지 더 있다.
- 장비 안에서 진행 중인 로트: 대개 도중에 멈추지 않으므로 긴급 로트는 그 로트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 특정 몇 대만 처리할 수 있을 때: 그 장비들이 멈추면 긴급 로트는 기다릴 수밖에 없고, 다른 로트는 다른 장비로 계속 진행한다.
- 다음 공정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을 때: 긴급 로트에도 Q-time이 있다. 다음 공정의 장비가 멈춰 있는데 억지로 먼저 처리하면, 중간에 갇혀 카운트다운만 진행될 뿐이다.
그래서 실제로 순서를 정할 때 물어야 할 것은 대개 ‘긴급 로트를 몇 번째에 넣을까’가 아니라 로트마다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한 로트를 처리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긴급 로트는 늦어도 언제까지 이 공정을 빠져나가야 하는지다. 양쪽을 모두 챙길 수 있으면 모두 챙기고, 정말 그럴 수 없을 때에만 누구를 늦출지 사람이 결정하며, 생산관리와 엔지니어에게 미리 알려야 한다.
fab24hr에서는
fab24hr에서 긴급 로트를 가장 자주 만나는 역할은 제조부다. ‘출근’을 누르고 ‘직장인의 하루’를 고른 뒤 ‘오늘 나는’ 카드에서 ‘양산 팹’을 누르고 좌우로 넘겨 ‘제조부’를 고른다. 오후 근무 중 오후 1시에 생산관리에서 전화가 온다. 슈퍼 핫 로트 S-9X01은 고객의 생산 라인이 기다리고 있어서 18:00 전에 식각 구역을 빠져나가야 한다. 그런데 뒤에 Q-time이 임박한 로트 두 개가 이 로트 때문에 밀리게 된다. 디스패치 보드에서 직접 순서를 정해야 한다. 이 로트를 가장 먼저 장비에 넣을지, 만료가 임박한 로트들을 먼저 끼워 넣을지. 옆에 있던 기술자가 말한다. “슈퍼 핫 로트요? 이번 달에만 세 번째예요. 매번 이게 마지막이라고 해요.” 이어서 OHT까지 멈춰 카트로 직접 옮겨야 한다.
심야 근무에도 있다. 긴급 로트 H-2417이 식각 장비 안에 갇혀 있고, 꺼낸 앞의 6장을 세정하러 보내야 하는데 세정 장비 앞에는 이미 다른 로트들이 대기 중이다. 식각 공정 엔지니어(양산 팹 › 공정 › 식각)가 되면 야간조의 아하오가 전화로 묻는다. “그 6장은 긴급 로트잖아요. 먼저 넣어도 될까요?” 먼저 로트마다 남은 시간을 읽어 달라고 하고 순서를 제대로 정하면, 이 한마디를 하게 된다. “긴급 로트라고 꼭 맨 앞일 필요는 없어요. 시간이 먼저 다 되는 로트부터 세정해야 해요.” 제조부로 플레이하면 같은 날 밤 세정 장비 앞의 로트들을 직접 디스패치 보드에서 정렬한다. 메인 스토리 ‘칩의 일생’ 챕터 6 ‘그 전화’에서 Glowmere가 담긴 그 박스가 바로 H-2417이다.
게임 속 회사, 인물, 로트 번호, 장비, 시간은 모두 가상이다. 긴급 로트가 무엇이고 왜 다른 로트를 늦추는지는 공개된 일반 자료와 연구 논문을 바탕으로 썼다. 다른 전문 용어는 ‘반도체 공장 전문 용어, 쉬운 말로 풀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임에서 만나는 곳양산 팹의 제조부가 되면 오후 근무에 생산관리에서 슈퍼 핫 로트 하나가 내려온다. 18:00 전에 식각 구역을 빠져나가야 하는데, 이 로트가 끼어들면 뒤에 있는 몇 로트의 Q-time이 빠듯해진다. 식각 공정 엔지니어가 되면 심야 근무에 긴급 로트 6장을 세정 장비 앞에서 먼저 넣어도 될지 정해야 한다.
fab24hr에서 제조부의 하루를 보낸다. 오후 1시, 생산관리에서 전화가 온다. 슈퍼 핫 로트 하나가 끼어들어야 하는데, 뒤에는 Q-time이 임박한 로트가 두 개 있다.
제조부로 플레이하며 슈퍼 핫 로트를 디스패치 보드에 끼워 넣기선생님께: 이 글은 ‘수업에서 fab24hr 활용하기’ 페이지와 함께 수업에 쓸 수 있어요.
이 글 인용하기‘Hot lot이란? 긴급 로트는 왜 꼭 1순위가 아닐까’, fab24hr, 업데이트. https://fab24hr.com/ko/blog/what-is-hot-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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