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사 상주 엔지니어(FSE)는 무슨 일을 할까?
장비사의 상주 엔지니어는 영어로 흔히 FSE(field service engineer)라 하며, 현장 서비스 엔지니어라고도 한다. 팹의 장비는 장비사에서 사 온다. 장비사는 엔지니어를 고객의 팹에 보내 자기 회사가 판 장비를 맡게 한다. 설치, 검증, 정비, 고장 수리를 하고, 고객사 엔지니어에게 정비하는 법과 문제가 생겼을 때 먼저 할 조치도 가르친다. 장비사 소속이지만 일하는 곳은 고객의 팹이라서 ‘상주’ 엔지니어라 부른다.
사무실의 대형 복사기를 떠올리면 된다. 총무 담당이 날마다 복사기를 관리하고 언제 세워 고칠지 정한다. 복사기 회사의 기사는 와서 정비하고, 큰 고장을 고치고, 큰 부품을 바꾼다. 팹의 장비 엔지니어는 총무 담당, 상주 엔지니어는 그 기사와 같다.
장비는 왜 장비사 사람이 맡나?
팹은 장비를 직접 만들지 않는다. 식각 장비, 노광 장비, 증착 장비 모두 장비 전문 회사에서 산다(‘반도체 밸류체인의 상류·중류·하류는 각각 무엇을 할까?’ 참고). 장비가 어떻게 설계되었는지, 부품을 어느 리비전으로 바꿔야 하는지는 만든 사람이 가장 잘 안다. 장비사에는 제조사의 설계 자료, 정비 매뉴얼, 부품 창고가 있고, 현장에서 풀지 못하는 문제는 본사의 설계 전문가와 함께 볼 수도 있다.
그래서 ‘누가 설치하고, 누가 정비하며, 고장 나면 얼마 안에 도착해야 하는지’를 계약에 적어 두는 경우가 많다.
팹의 장비 엔지니어와는 어떻게 나누나?
팹의 장비 엔지니어가 날마다 하는 일은 ‘장비 엔지니어는 무슨 일을 할까?’에서 다뤘다. 양쪽의 흔한 분담은 다음과 같다.
| 팹의 장비 엔지니어 | 장비사 상주 엔지니어 | |
|---|---|---|
| 소속 | 팹 | 장비사(장비를 판 회사) |
| 맡는 장비 | 한 구역의 여러 대, 장비사가 여럿일 수도 있음 | 자기 회사가 판 몇 대 |
| 평소 하는 일 | 일정에 따른 PM, 알람 처리, 장비를 언제 세울지 결정 | 설치, 검증, 대규모 PM, 큰 고장 수리, 핵심 부품 교체 |
| 가진 것 | 이 장비의 PM 일정과 이력 | 장비 설계 자료, 제조사의 부품과 전문가 |
장비가 서면 뒤에 기다리는 로트가 밀리므로, 언제 세워 정비할지는 팹이 정한다(‘장비 PM(예방 정비)이란?’ 참고). 수리를 마친 뒤 생산에 복귀해도 되는지도 팹 사람이 확인한다. 실제 분담은 계약에 따라 다르다. 정비를 거의 모두 직접 하고 큰 문제만 장비사를 부르는 팹도 있고, 장비 한 대의 정비를 통째로 장비사에 맡기는 팹도 있다.
새 장비 한 대, 반입부터 검수 서명까지
팹 전체를 어떻게 짓는지는 ‘반도체 공장 하나를 지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에서 다뤘다. 여기서는 새 장비 한 대만 따라 단계별로 살펴본다.
1단계: 반입한다
- 하는 일: 나무 상자는 클린룸 밖에서 뜯고, 장비를 한 덩어리씩 깨끗이 닦은 뒤 동시에 열리지 않는 두 개의 문을 거쳐 밀어 넣는다.
- 이유: 바깥 먼지가 장비를 따라 들어온다.
- 하지 않으면: 클린룸이 오염되고, 주변 장비까지 영향을 받는다.
2단계: 배관과 전기를 연결한다
- 하는 일: 장비 위치가 정해지면 팹 인프라(설비·유틸리티) 부서가 연결표에 따라 물, 전기, 가스, 배기를 하나씩 연결하는데, 이를 훅업(hook-up)이라 한다. 새 가스 배관은 기밀 시험과 리크 체크를 거친다(‘팹 인프라 엔지니어는 무슨 일을 할까?’ 참고). 상주 엔지니어는 옆에서 연결 지점 하나하나가 맞는지 대조한다.
- 이유: 물, 전기, 가스는 모두 팹 인프라에서 오지만, 장비의 연결 지점마다 무엇이 필요한지는 장비사가 가장 잘 안다.
- 하지 않으면: 하나라도 잘못 연결하면 장비가 망가지거나 유독 가스가 샐 수 있다.
3단계: 장비 검증: 장비가 스스로 먼저 움직이게 한다
- 하는 일: 전원을 넣고 부품 하나하나를 확인한다. 챔버가 진공까지 배기되는지, 이음쇠에서 새지 않는지, 웨이퍼를 옮기는 로봇 암이 모든 위치에 닿는지, 센서가 제대로 읽는지 본다.
- 이유: 운송 중의 진동,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하는 과정에서 이음쇠가 조금 느슨해지거나 위치가 조금 틀어질 수 있다.
- 하지 않으면: 웨이퍼를 돌릴 때가 되어서야 문제가 드러나고, 그때는 장비 문제인지 조건 문제인지 가릴 수 없다.
4단계: 계약 조건에 따라 테스트한다
- 하는 일: 계약에 미리 정해 둔 항목을 하나씩 테스트한다. 예를 들어 결과가 약속한 범위 안에 드는지, 파티클이 더 생기지 않는지, 일정 시간 연속으로 돌려도 멈추지 않는지 본다. 쓰는 것은 약속한 테스트 조건이지 고객 자신의 공정 조건이 아니다. 많은 장비는 출하 전에 장비사 공장에서 이미 한 차례 테스트를 거친다.
- 이유: ‘장비가 좋은가’를 어떻게 판단할지 먼저 정해 두어야 양쪽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 하지 않으면: 장비를 넘긴 뒤에야 양쪽이 생각한 ‘합격’이 서로 달랐다는 것을 알게 된다.
5단계: 검수에 서명한다
- 하는 일: 모두 통과하면 고객이 최종 검수서에 서명하고, 그제야 장비가 정식으로 고객에게 인계된 것이 된다. 계약에 따라서는 마지막 대금이 이 서명을 받아야 지급된다.
- 이유: 서명은 고객이 ‘이 장비가 약속대로 해냈다’고 인정했다는 뜻이다.
- 하지 않으면: 검증하지 않은 채 서명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다.
남의 팹에서 일하면 무엇이 다른가?
- 문은 남이 열어 준다: 고객의 출입증에는 등급이 있고, 고객 쪽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동행해야 하는 곳도 있다. 동행하던 사람이 자리를 비우면 문밖에서 기다린다. 팹에 들어가기 전에 안전 교육을 먼저 받는다. 카메라가 달린 휴대폰을 반입하지 못하게 하는 팹도 있고, 장비 수리에 쓰는 컴퓨터도 먼저 바이러스 검사를 받아야 한다.
- 고객의 조건은 볼 수 없다: 장비가 따라 실행하는 설정을 레시피라 하는데, 고객이 가장 신경 쓰는 기밀 중 하나인 경우가 많다. 장비사 사람이 얼마나 볼 수 있는지는 팹마다 다르다. 알람과 장비 자체의 로그만 볼 수 있는 곳도 있어서, 로그만 보고 하드웨어 고장인지 조건 문제인지 가려내는 법을 익혀야 한다. 외부에서 장비에 원격 접속할 때도 마찬가지로, 팹이 열어 준 경로를 거쳐야 한다.
- 한밤중에 호출된다: 장비가 서면 장비사가 얼마 안에 도착해야 하는지가 계약에 적혀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시간은 회사마다 다르다(대기 근무가 어떤 모습인지는 ‘반도체 업계는 정말 힘들까?’ 참고).
- 부품을 기다린다: 부품 종류가 너무 많아 모든 부품을 고객 팹 옆에 둘 수는 없다. 부족할 때는 다른 창고에서 가져오거나, 항공으로 받거나, 일단 다른 장비에서 하나 떼어 온다. 떼어 온 부품은 나중에 다시 돌려놓아야 하니 일을 한 번 더 하게 된다.
- 빠름과 정확함 사이에 낀다: 고객은 하루라도 빨리 생산하고 싶어 하고, 자기 회사도 하루라도 빨리 검수 서명을 받기를 바란다. 그러나 항공 정비 연구에서는 ‘서두름’을 정비 오류의 흔한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점검 하나를 건너뛰어도 오류는 그 자리에서 드러나지 않고, 한참 뒤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서비스를 할 때마다 서비스 리포트를 쓴다. 무엇을 했는지, 얼마나 걸렸는지, 누가 했는지, 앞으로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적어 고객에게 보여 주고, 다음에 수리하러 올 사람도 보게 한다.
fab24hr에서는
‘출근’을 누르고 ‘직장인의 하루’를 고른 뒤, ‘오늘 나는’ 카드에서 ‘개발 라인’을 누르고 좌우로 넘겨 장비사 상주 엔지니어를 찾으면 된다(R&D 라인이 무엇인지는 ‘R&D 라인과 양산 팹은 무엇이 다를까?’ 참고). 고객의 R&D 라인에 새로 들어온 식각 장비 ETCH-R1을 맡으며, 게임을 여는 시간에 따라 어느 근무에 들어갈지가 정해진다.
- 오전 근무 ‘첫날’: Glowmere(고객의 보청기 칩)의 웨이퍼 투입 2주 전, 이 고객 팹에 처음 온 날이다. R&D 라인은 다른 동에 있고 복도는 모두 똑같아 보이며, 처음 1분 동안은 ‘길 안내’가 없다. ETCH-R1이 고객의 조건으로 돌다가 알람을 띄우는데, 그 조건은 볼 수 없다. 출입증으로는 에어샤워 문이 열리지 않아 권한이 있는 사람이 데리고 들어가야 하고, 정비할 때는 플레이어가 설명하고 고객사 장비 엔지니어 젠훙이 손을 움직인다.
- 오후 근무 ‘부품 하나 부족’: 웨이퍼 투입 1주 전, 검수에 필요한 부품 하나가 고장 났는데 예비품 캐비닛에 있는 것은 구 리비전이다. 새 부품을 항공으로 받을지, 회사의 데모 장비에서 하나 떼어 올지, 일단 구 리비전을 달고 그 항목은 나중에 다시 테스트할지 정할 수 있다.
- 심야 근무: 웨이퍼 투입 후 2주째, 새벽 2시에 젠훙이 전화한다. ETCH-R1이 스텝 도중에 멈췄고, 안에는 Glowmere의 선행 웨이퍼가 들어 있다. 팹이 아직 원격 접속 경로를 열어 주지 않아, 젠훙에게 로그를 읽어 달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지금 팹으로 갈지, 전화로 먼저 웨이퍼를 빼내는 방법을 알려 줄지 정할 수 있다.
- 저녁 근무 ‘분기 말’: 웨이퍼 투입 후 약 5주, 상사는 고객이 오늘 최종 검수서에 서명해 주기를 바라는데, 리크 체크 수치가 합격선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다. 오늘 서명받을 수도 있고, 고객에게 하루 더 달라고 해서 다시 테스트할 수도 있다. 하루 더 테스트하면 지난주 ESC(정전척)를 교체할 때 뒷면의 헬륨 이음쇠가 끝까지 조여지지 않았다는 것을 찾아낸다. 서비스 리포트에는 ‘ESC 교체 후 이음쇠 리크 체크’라는 한 줄이 추가되고, 양산 팹의 ESC 교체 절차에도 같은 줄이 추가된다.
약 반년 뒤, 양산 팹 식각 장비 엔지니어의 오전 근무에서 새 ESC를 들고 에어샤워 밖에서 기다리는 장비사 사람이 바로 플레이어다.
게임 속 회사, 칩, 인물, 장비 번호, 시간은 모두 가상이다. 상주 엔지니어의 업무와 분담은 공개된 일반 자료를 바탕으로 썼으며, 실제 규정과 계약은 회사마다 다르다. 다른 업계 용어는 ‘반도체 공장 전문 용어, 쉬운 말로 풀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임에서 만나는 곳‘직장인의 하루’에서 ‘개발 라인’을 누르면 장비사 상주 엔지니어가 되어 고객 팹의 새 식각 장비 ETCH-R1을 맡을 수 있다. 첫날에는 고객 팹 안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고, 출입증으로 에어샤워 문이 열리지 않는다. 분기 말에는 리크 체크 수치가 합격선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다.
fab24hr에서 장비사 상주 엔지니어로 하루를 보낸다. 고객의 조건은 볼 수 없고, 출입증으로 열 수 있는 문은 몇 개뿐이다. 분기 말의 검수서를 오늘 서명받을지, 고객에게 하루 더 달라고 할지는 플레이어가 정한다.
장비사 상주 엔지니어로 플레이하며 첫날부터 검수 서명까지 맡기선생님께: 이 글은 ‘수업에서 fab24hr 활용하기’ 페이지와 함께 수업에 쓸 수 있어요.
이 글 인용하기‘장비사 상주 엔지니어(FSE)는 무슨 일을 할까?’, fab24hr, 업데이트. https://fab24hr.com/ko/blog/vendor-engineer/
수업과 비영리 목적이라면 무료로 쓸 수 있어요. 화면에 띄우거나, 강의 자료에 넣거나, 학생들에게 인쇄해 나눠 줘도 괜찮아요. 출처(fab24hr)를 밝혀 주세요. 판매하거나 자기 작품으로 바꿔 내놓는 것은 안 돼요. 오류가 있다면 문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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