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장 하나를 지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왜 몇 년이 걸리고 돈이 그렇게 많이 들까
뉴스에서 흔히 말하는 ‘새 반도체 공장 건설’은 실은 길게 이어지는 일련의 작업이다. 부지를 고르고, 설계하고, 아주 안정된 건물을 짓고, 전기·용수·가스를 갖추고, 클린룸을 검증한 뒤, 장비 수백 대를 들여와 연결하고 한 대씩 쓸 수 있게 조정하고, 마지막으로 첫 제품의 수율을 천천히 끌어올리는 일이다. 그래서 ‘신규 팹 착공’과 ‘양산 시작’ 사이에는 몇 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돈은 대부분 장비에 들어간다.
반도체 공장은 팹(fab)이라고도 한다(팹(fab)이란?). 아래에서 단계마다 무엇을 하는지, 왜 하는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차례로 살펴본다.
반도체 공장을 지으려면 단계별로 무엇을 해야 할까?
1단계: 부지 선정
- 하는 일: 물과 전기가 충분하고 안정적이어야 한다. 지반이 단단하고 주변 진동이 적어야 한다. 엔지니어와 기술자를 구할 수 있어야 하고, 장비와 화학 물질을 들여올 수 있어야 한다. 착공 전에는 인허가를 신청하고 환경 영향 평가도 받아야 한다.
- 이유: 팹은 1년 내내 많은 양의 물과 전기를 쓴다(반도체 팹은 왜 그렇게 전력을 많이 쓸까?, 초순수는 얼마나 순수할까?).
- 그러지 않으면: 공장은 한번 지으면 옮길 수 없다. 다 지은 뒤에야 물이 모자라거나 전기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바로잡기 어렵다.
2단계: 설계, 층층이 쌓아 올리기
- 하는 일: 가운데 층이 클린룸이며, 칩은 여기서 만든다. 아래층은 서브팹으로, 장비의 진공 펌프, 배기가스 처리 설비, 배관이 놓인다. 천장 위는 공기를 보내는 공간이다. 칸칸이 늘어선 팬과 필터가 깨끗한 공기를 아래로 불어 내리고, 이 공기는 구멍 뚫린 바닥을 지나 다시 돌아간다. 장비 한 대 한 대를 어디에 놓고 물, 전기, 가스를 어디에서 끌어올지도 미리 도면에 그려 둔다.
- 이유: 가장 깨끗한 층은 웨이퍼와 장비만을 위해 남겨 둔다. 진동을 내거나 샐 수 있는 것은 아래층에 두며, 배관은 바로 아래에서 끌어 올리는 길이 가장 짧다.
- 그러지 않으면: 다 지은 뒤에 바꾸려면 허물고 다시 짓는 것과 다름없는 경우가 많다.
3단계: 건물 짓기, 바닥은 아주 안정적으로
- 하는 일: 클린룸의 바닥 슬래브는 대개 아주 두껍고 무거운 콘크리트로 만들며, 공기가 아래로 흐르도록 격자 모양의 구멍을 남겨 둔다. 그 아래 기둥은 비교적 촘촘하게 세우고, 말뚝을 아주 깊이 박는 팹도 있다. 진동을 내는 펌프와 팬은 멀리 두거나 방진 받침 위에 설치한다. 건물은 지진에 견뎌야 하고, 장비는 바닥에 고정한다.
- 이유: 노광 장비는 이번 층의 패턴을 이전 층과 매우 정확하게 맞춰야 하는데(오버레이), 바닥이 한 번 흔들리기만 해도 패턴이 어긋나게 찍힐 수 있다. 요구가 가장 엄격한 곳에서는 허용 진동이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진동보다 여러 배나 작다.
- 그러지 않으면: 패턴이 맞지 않으면 웨이퍼를 되돌려 다시 작업해야 하고, 칩이 불량이 될 수도 있다.
4단계: 팹 인프라 설비 설치
- 하는 일: 전력, 초순수, 가스, 화학 물질, 공조, 배기, 폐수 처리, 냉각수의 메인 배관을 장비 한 대 한 대가 놓일 자리까지 끌어오고 연결 지점을 남겨 둔다. 이 설비들은 팹 인프라 부서가 맡는다(팹 인프라 엔지니어는 무슨 일을 할까?, 팹에서는 어떤 가스를 쓸까?).
- 이유: 장비에 필요한 것은 모두 이 설비를 통해 들어온다.
- 그러지 않으면: 장비를 들여와도 그냥 세워 두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5단계: 클린룸 먼저 검증하기
- 하는 일: 장비가 들어오기 전에 공기 중 파티클 수를 세고, 풍속과 차압을 측정하고, 필터에 새는 곳이 없는지 확인한다. 이후 장비가 들어오고 사람이 근무를 시작하면 다시 측정한다(클린룸은 얼마나 깨끗할까?).
- 이유: 방이 비어 있을 때 문제를 찾기가 가장 쉽다.
- 그러지 않으면: 첫 웨이퍼에 먼지가 떨어진 뒤에야 어디가 새는지 알게 된다.
6단계: 장비 반입, 훅업, 셋업 검사
- 하는 일: 팹 하나에는 장비가 수백 대 있다. 나무 상자는 밖에서 뜯고 장비를 깨끗이 닦은 뒤, 동시에 열리지 않는 문 두 개를 거쳐 들여온다. 자리를 잡으면 연결표대로 물, 전기, 가스, 배기를 한 줄씩 연결하는데, 이를 훅업이라고 한다. 새 가스 배관은 먼저 기밀 시험과 리크 체크를 거친다. 전원을 넣은 뒤에는 사는 쪽과 파는 쪽이 미리 합의한 조건대로 한 항목씩 시험하고, 모두 통과해야 검수가 끝난다.
- 이유: 한 줄이라도 잘못 연결하거나 이음쇠 하나를 제대로 조이지 않으면 독성 가스가 새어 나올 수 있고, 장비가 고장 날 수도 있다.
- 그러지 않으면: 문제가 웨이퍼를 생산할 때에야 드러나면 원인을 찾기가 훨씬 어렵다.
7단계: 테스트 웨이퍼로 공정마다 조정하기
- 하는 일: 장비마다 먼저 제품이 아닌 웨이퍼를 돌린다(모니터 웨이퍼, 컨트롤 웨이퍼, 더미 웨이퍼란?). 막 두께, 선폭, 늘어난 파티클 수를 측정해 규격 안으로 맞춘다. 이어서 앞뒤 몇 공정을 이어서 돌려 보고, 마지막으로 전체 공정 흐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돌린다.
- 이유: 칩 하나는 수백 단계를 거치므로(칩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한 공정이 어긋나면 뒤 공정도 줄줄이 어긋난다.
- 그러지 않으면: 제품으로 바로 시험하다 잘못되면 몇 주에서 몇 달 치 작업이 헛수고가 된다(웨이퍼 한 장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릴까?).
8단계: 첫 제품, 수율은 천천히 오른다
- 하는 일: 첫 제품의 웨이퍼 투입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양품 칩이 많지 않은 경우가 흔하다. 엔지니어는 가장 많이 나오는 불량 유형부터 찾아 원인을 고치고, 그다음 유형으로 넘어간다(칩이 클수록 수율은 왜 낮아질까?). 고객도 샘플을 받아 시험해 본다(신제품 도입(NPI)이란?). 안정된 뒤에야 투입량을 한 로트씩 늘려 간다.
- 이유: 수율이 낮을 때는 많이 만들수록 불량도 많아진다.
- 그러지 않으면: 안정되기 전에 물량을 밀어붙이면 돈과 시간을 모두 허비한다.
왜 몇 년이 걸릴까?
겹칠 수 있는 일은 겹쳐서 진행한다. 예를 들어 건물의 한 구역이 완성되면 장비를 먼저 그 구역으로 들여온다. 하지만 서두를 수 없는 일이 세 가지 있다.
- 앞 단계가 끝나지 않으면 다음 단계를 시작할 수 없다: 바닥이 완성되지 않으면 장비를 들일 수 없고, 인프라가 연결되지 않으면 장비를 켤 수 없고, 장비 검증이 끝나지 않으면 제품을 만들 수 없다.
- 장비는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주문에서 납품까지 몇 달씩 걸리는 장비도 있고, 모두가 동시에 증설에 나서면 더 오래 기다린다. 게다가 수백 대를 한 대씩 반입하고, 연결하고, 검증해야 한다.
- 수율이 오르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많은 변경은 웨이퍼가 공정을 한 바퀴 다 돌아야 결과를 알 수 있고, 한 바퀴에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린다.
일반 자료가 말하는 규모는 대체로 이렇다. 착공에서 웨이퍼 생산 시작까지 1~2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고, 착공 전의 계획과 인허가, 이후 수율을 끌어올리는 기간까지 더하면 건설 결정에서 대량 출하까지 몇 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팹마다 차이가 크다.
왜 그렇게 비쌀까?
- 돈은 대부분 장비에 들어간다: 장비가 수백 대이고, 한 대만으로도 비싼 장비가 많다. 가장 앞선 극자외선 노광 장비는 한 대에 1억 달러가 넘는다(극자외선(EUV)이란?). 산업 협회의 전 세계 통계도 마찬가지다. 한 해 동안 장비에 쓰는 돈이 새 팹 건물을 짓는 데 쓰는 돈보다 훨씬 많다.
- 건물 자체도 싸지 않다: 아주 안정된 바닥, 클린룸, 인프라 설비 일체는 일반 공장보다 훨씬 까다롭다. 게다가 몇 년 동안 돈은 계속 나가는데 팔 수 있는 칩은 없다.
일반 자료가 말하는 규모는 이렇다. 최첨단 팹을 짓고 장비를 가득 채우는 데는 수십억 달러에서 백억 달러 이상이 든다(칩은 왜 이렇게 비쌀까?). 구세대 칩을 만드는 팹은 대개 훨씬 적게 든다(뉴스에서 말하는 ‘성숙 공정’이란?). 그래서 다 지은 뒤에는 1년 내내 생산 일정을 꽉 채워 돌려야 한다(반도체 공장은 왜 24시간 멈추지 않을까?). 팹을 짓는 데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는 점은 칩이 부족했다가 남아도는 일이 되풀이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반도체 사이클이란?).
다음에 뉴스를 보면 이렇게 읽으면 된다
- ‘신규 팹 착공’: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장비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고, 칩을 만들기까지는 갈 길이 남았다.
- ‘장비 반입’: 건물과 클린룸이 대체로 완성되어 장비를 들여오고, 연결하고, 검증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뉴스에서는 ‘장비 설치’라고도 한다.
- ‘시생산’: 장비 조정이 끝나 첫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수율은 아직 오르는 중이고 물량도 많지 않다.
- ‘양산’: 수율과 생산량이 안정되어 대량 출하를 시작했다는 뜻이다. 새 팹의 생산 능력은 대개 단계적으로 늘어난다.
fab24hr에서는
게임은 팹 전체를 짓는 과정을 보여 주지 않는다. 새 장비 한 대가 팹에 들어오는 날을 보여 준다. ‘출근’을 누르고 ‘직장인의 하루’를 고른 뒤, ‘오늘 나는’ 카드에서 ‘양산 팹’을 누르고 좌우로 넘겨 인프라 엔지니어를 찾아 이름 아래의 ‘가스·케미컬’을 누른다. 오후가 되면 오후 근무 ‘반입’ 차례다. 새 장비의 나무 상자를 밖에서 뜯어 닦고, 두 문을 순서대로 연다. 아래층 서브팹으로 내려가 연결표대로 훅업한다. 새 가스 배관은 기밀 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시험 시간을 끝까지 채우면 장비사는 하루를 더 기다려야 장비를 기동할 수 있다. 어떻게 할지는 내가 정한다. 인프라의 다른 세 구역은 같은 오후에 같은 장비의 다른 쪽 끝을 맡는다. 전력팀은 전기를 연결하고, 용수팀은 새로 연결한 순수 배관을 깨끗이 씻어 내고, 공조팀은 반입구의 차압과 배기를 지켜본다.
카드에서 ‘개발 라인’을 누르고 좌우로 넘겨 장비사 상주 엔지니어를 찾으면, 고객사 팹의 새 식각 장비 ETCH-R1을 셋업 검사부터 검수 서명까지 맡는다. 저녁 근무는 분기 말이다. 상사는 고객이 오늘 최종 검수에 서명해 주기를 바라는데, 리크 체크 수치가 하필 합격선 바로 언저리에 있다.
게임 속 팹, 회사, 인물, 장비 번호, 시간은 모두 가상이다. 팹 건설 단계, 기간, 비용은 공개된 일반 자료를 바탕으로 썼으며, 여러 자료가 일치하는 규모만 적었다. 다른 업계 용어는 ‘반도체 공장 전문 용어, 쉬운 말로 풀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임에서 만나는 곳‘직장인의 하루’에서 양산 팹의 인프라 엔지니어(가스·케미컬)가 되면, 오후 근무 ‘반입’에서 새 장비가 문 두 개를 지나 들어오고, 연결표대로 훅업하며, 새 가스 배관은 기밀 시험을 거쳐야 한다. R&D 라인의 장비사 상주 엔지니어는 새 식각 장비 한 대를 셋업 검사부터 검수 서명까지 맡는다.
fab24hr에서는 새 장비 한 대가 오후에 들어온다. 문 두 개, 훅업 8개, 기밀 시험이 필요한 새 가스 배관 하나. 시험 시간을 끝까지 채울지는 내가 정한다.
장비사 상주 엔지니어로 플레이하기: 셋업 검사부터 검수 서명까지선생님께: 이 글은 ‘수업에서 fab24hr 활용하기’ 페이지와 함께 수업에 쓸 수 있어요.
이 글 인용하기‘반도체 공장 하나를 지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왜 몇 년이 걸리고 돈이 그렇게 많이 들까’, fab24hr, 업데이트. https://fab24hr.com/ko/blog/build-a-fab/
수업과 비영리 목적이라면 무료로 쓸 수 있어요. 화면에 띄우거나, 강의 자료에 넣거나, 학생들에게 인쇄해 나눠 줘도 괜찮아요. 출처(fab24hr)를 밝혀 주세요. 판매하거나 자기 작품으로 바꿔 내놓는 것은 안 돼요. 오류가 있다면 문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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